경영권 분쟁 이후… 고려아연·영풍 주가 `희비 교차`

장우진 2024. 5. 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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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3.3% ↑·영풍 14.1% ↓
엇갈린 평가속 지분경쟁 이어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영풍이 지난 3월 주주총회서 '경영권 분쟁'을 겪은 후 뚜렷하게 희비가 갈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주총 이후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는 동시에 수익성 확보를 이유로 영풍과 공동 사업을 종료하는 '선긋기'에 나서면서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영풍은 사업 위축 가능성과 함께 고려아연을 향한 '칼 끝'이 무뎌지면서 주가도 주총 이후 15% 가까이 빠졌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3일 46만300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 3월19일 종가 대비 3.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풍은 40만2000원으로 14.1% 하락해 대조를 보였다.

동업 관계인 양사의 주가 희비를 가른 것은 실적 전망과 함께 내세운 주주가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이번 주총서 배당 확대와 '유상증자 요건 변경'을 다룬 정관 변경에 대해 표대결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웠고, 이후 양사는 서로 뚜렷한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고려아연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84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6.6% 증가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지난 3일 주주가치 제고 목적와 함께 임직원 평가 보상을 위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 계획을 내놓았다. 고려아연은 작년에도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올해로 이를 이행해 주주가치 환원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취득 자사주 중 일부를 임직원 평가보상으로 사용하기로 한 점에 대해 '정확한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점', '특정한 주주의 지배력 강화 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제기했다.

이는 이번 3월 주총에서의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작년 배당금액을 축소한 대신 자사주를 매각해 실질적인 주주환원율을 높였다는 입장이지만, 그 결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을 비롯해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실질적으로 받는 배당금은 줄어들었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2022년 이후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과 지분 맞교환 등을 통해 우호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이번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 영풍가(家)의 부담을 높여주는 요소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과의 관계가 청산될 경우 실적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영풍과 공동으로 진행해 온 '원료 공동구매·공동영업'과 '황산취급 대행 계약'을 계약만료와 함께 종료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 '유해화학물질 관리 리스크 해소' 등을 배경으로 들었는데, 업계에서는 사업 측면에서 더 이상 동맹 관계를 우선시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영풍은 배당 뿐 아니라 매출 면에서도 고려아연과의 협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고려아연과의 관계가 끊어지면 그룹 전반의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영풍도 고려아연 측에 칼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영풍은 주총 후 이틀 후인 3월21일 고려아연에 대해 "작년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배정한 신주 발행은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확대'로 사적 편익를 도모했다"고 주장하며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 다만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양측의 지분 경쟁은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최윤범(사진) 고려아연 회장은 보유주식은 작년말 기준 36만5932주에서 지난 3월22일 기준 38만256주로 늘었다. 최 회장의 사촌인 최내현 황산니켈 제조 켐코 회장 등 최씨 가문 일부도 올 들어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섰다.

이에 맞서 장 고문의 장남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는 작년 말 260주였던 고려아연 보유 주식수를 지난달 16일 기준 9560주까지 늘렸다.

앞서 영풍은 올해 주총서 고려아연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지만 영풍 측을 제외한 대다수 주주는 고려아연에 손을 들어줬다. 참석주주의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정관 변경안은 무산됐지만 다수 주주가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줘 사실상 '고려아연 판정승'이라는 평이 나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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