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변수로 떠오른 '회의록'…당황한 복지부에 의사들 "형사고발"

정심교 기자 2024. 5. 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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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10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의대정원 확충 규모 등을 주제로 열린 제24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의 모두발언문을 대독하고 있다. 2024.01.10.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의대 2000명 증원책을 놓고 정부와 의사집단이 두 달 넘게 갈등을 이어온 가운데 법원이 중재자로 등장하면서 '회의록'이 변수로 떠올랐다. 법원이 2000명 증원 근거와 함께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가 당시 회의록 작성 대신 보도참고자료와 백브리핑으로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는 입장을 내면서다. 이에 의사집단에선 회의록이 없다는 데 비판하며,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을 7일 형사고발할 것임을 예고했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달 30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복지부·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정부 측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된 추가 자료와 회의록 등 근거를 이달 10일까지 법원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하기까지 운영한 회의체는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5일 뉴스1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에 대해 "회의록 작성 등이 의무화돼 있는 법정 회의체가 아니어서 별도 관리하는 회의록이 없다"며 "회의록은 별도로 만들지 않고 상호합의된 공동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것으로 의정 간 협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의 회의록에 대해 "회의록은 없다"며 "보도자료가 사실상 회의록"이라고 답변했다. 회의록을 보도자료로 갈음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과정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 수 있던 회의록이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사 집단의 맹비난이 이어졌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5일 SNS에 "백 년 국가 의료정책에 대해 회의 후 남은 게 겨우 보도자료밖에 없다. 밥알이 아깝다"고 비판했고,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관련 회의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본격적인 반전 국면이 시작될 듯하다"는 글을 각각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5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보정심 등 관련 회의체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뉴스1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복지부는 보정심 회의 결과 등 법원이 요구한 관련 자료를 충실히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현안협의체는 의협과의 협의를 통해 당일 보도참고자료 배포와 백브리핑을 실시해 회의 결과가 공개됐다"며 사실상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런 설명에도 의사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6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의대정원배정심사위원회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바, 그 회의록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며 "뒤늦게 일부 회의의 녹취록을 짜깁기해 억지로 회의록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정원 배정 과정이 주먹구구식 밀실 야합으로 진행된 것임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배정 주요 회의에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관련 법령을 위반한 담당 공무원을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형사고발도 예고됐다.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와 사직 전공의 정근영(차병원 근무) 씨는 오는 7일 오후 2시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을 직무유기죄 등으로 형사고발장을 접수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들은 "공수처 수사를 통해 의대 증원 2000명을 실제 결정한 자가 누구인지, 법적으로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록 등을 작성하지 말라고 지시한 자가 누구인지, 회의록 등이 작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제출하지 않기 위해 회의록이 없다는 둥 거짓말을 지시한 자가 누구인지 등 국민의 의혹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정부에 요청했던 자료를 10일까지 제출받아 이달 중순쯤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의정 간 뜨거운 여론전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만약 법원이 자료 부실 등을 이유로 의대증원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은 중단되고, 각 대학은 내년도 의대 신입생을 예년 수준으로 뽑아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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