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앞둔 정몽원 HL그룹 회장 “30년 동안 아이스하키 위해 또 뛰겠다”
“지난 30년 열심히 했지만 앞으로 30년 동안 더 열심히 뛰어보겠다.”
소강체육대상을 받은 정몽원 HL그룹 회장(69·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아이스하키에 대해 가진 사랑과 열정은 여전했다. 협회장도 그만뒀고 칠순을 앞둔 고령이지만 짱짱한 목소리로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30년 동안 노력하겠다고 외쳤다.
정 회장은 지난 3일 소강민관식육영재단으로부터 대상을 받은 뒤 “올해 내가 아이스하키와 인연을 맺은 지 30년째”라며 “앞으로 30년간 링크장 확충, 유스육성프로그램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1994년 12월 실업팀 만도 위니아(현 HL 안양)를 창단한 정 회장은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취임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구성하는 등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공헌했다. 아이스하키 실업팀이 잇달아 해체되는 와중에도 국내 유일한 실업팀 HL 안양 구단주로 변함없이 팀을 지키고 있다. 정 회장은 2020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정 회장은 “평창올림픽을 치르면서 지도자를 많이 배출했고 유소년팀이 110개까지 늘어났다”며 “올림픽 때에는 성적이 중요했지만 지금부터는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링크”라며 “올해 링크장 부지를 결정하고 내년 시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아이스하키는 위부터 무너지고 있다. 실업팀 하이원팀이 해체됐고 국군체육부대팀도 사라졌다. 현재 국내 남자팀은 고교 5개, 대학 4개, 실업 1개뿐이다. 정 회장은 “정부, 기업, 학교가 지속적으로 지원하지 못한 게 속상하고 아쉽다”며 “이제는 남탓하지 말고 아이스하키인들이 나서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남자대표팀은 지난주 끝난 2024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1승4패에 그쳐 다음 시즌부터 디비전1 그룹B(3부 리그)로 내려간다. 한국은 평창올림픽 바로 전해인 2017년 1부에서 1년 머물렀다.
정 회장은 “당시 4득점 48실점으로 부진했지만 1부에서 싸웠다는 건 영광”이라며 “한국이 다시 1부로 올라가는 데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링크장을 마련하고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해 매년 몇명씩 해외에 보내면 한국 아이스하키가 다시 올림픽에 나가고 1부로 승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 회장은 “지금은 긴 안목, 긴 호흡을 갖고 내실을 확실하게 다지면 10년 후인 2034년 동계올림픽에는 한국이 다시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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