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혹은 과태료" 오버투어리즘 돈으로 통제 가능할까 [추적+]

김하나 기자 2024. 5. 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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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북촌에서 본 오버투어리즘 논란
최근 전세계 오버투어리즘 주목
伊 베네치아 도시 입장료 도입
일본 등 세계 각국 ‘과금’ 논의
북촌은 입장료 도입 아니지만
특별관리지역 지정 고시 앞둬
북촌 오버투어리즘 처방전 될까

# '오버투어리즘'으로 전세계 유명 관광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몇몇 도시에선 "관광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최근 '도시 입장료'를 받기로 결정한 건 상징적인 사례다.

# 국내에서도 오버투어리즘을 막기 위해 '특별관리지역'을 지정하고, 금지한 행위를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조만간 시행한다. 문제는 입장료든 과태료든 '과금 방식'으로 오버투어리즘을 해결할 수 있느냐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몰려오는 관광객 탓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 종로구 '북촌'은 빛과 그림자를 함께 품고 있다. 북촌의 고풍스러운 '한옥마을'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하지만 수용 범위를 넘어선 관광객은 북촌을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북촌 주민의 삶을 휘감은 거다.

실제로 북촌은 민원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소음공해,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사진촬영, 무단침입 등 민원의 종류도 다양하다. 주민도 많이 떠났다. 2018년 대비 2023년의 북촌 거주 인구 감소율은 12.1%에 이른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인구 감소율(3.1%)보다 9%포인트나 높다.

■ 관광 허용 시간 도입 후 = 문제를 인식한 서울시는 2018년 북촌로 11길 일대에 '관광 허용 시간제'를 도입했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을 허용한 거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관광 허용 시간제 도입 6년차를 맞은 2024년 북촌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단 주거 침입 같은 엽기적인 행각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많다. 북촌 한옥마을에 거주 중인 김민지(16·가명) 학생은 "최근 몇년 새 개선된 점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옥마을 입구에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을 때가 많아서 집에 드나들 때마다 불편하고 힘들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주민 주부 최은진(63·가명)씨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동할 때 너무 불편해요. 이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소음 문제도 심각해요." 서울시가 도입한 관광 허용 시간제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거다.

한옥마을 곳곳에 경고 안내문이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관광 허용 시간제'가 법적 규정이 아니어서다. 그래서 관광 금지 시간에 관광객이 마을에 들어와도 법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종로구는 2018년 주민의 정주권定住權(일정한 곳에 머물러 살 권리)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관리지역 지정 및 관리계획 수립 연구'에 착수하고, 정주권 보호가 필요한 곳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법률개정안(관광진흥법 제48조의3)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했다.

그 결과, 2020년 6월 관광진흥법에 특별관리지역 지정 근거가 신설됐다. 관광진흥법 제38조의3에 따르면 수용 범위를 초과한 관광객으로 인해 자연환경이 훼손되거나 주민들의 평온한 생활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 이용료 징수, 차량관광객 통행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서울시 '관광 시간 허용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이를 위반한 관광객에게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는 거다. 이런 내용을 담은 지정 고시는 조만간 시행한다.

고시에 따라 북촌이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종로구는 북촌을 조치구역(레드존ㆍ오렌지존ㆍ관광버스 통행 제한구역), 집중 모니터링 구역(옐로존)으로 차등 관리할 예정이다. 예컨대 한옥이 밀집해 관광객이 몰려 주민 피해가 잦은 '북촌로11길' 일대는 레드존이다.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고 전담인력을 투입해 관리한다.

위반 시엔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다. 관광버스 불법 주ㆍ정차로 문제가 심각한 북촌로(안국역 사거리~삼청공원 입구)는 '관광버스 통행 제한구역'이다. 여기엔 CCTV 차량 인식시스템을 설치해 불법 주ㆍ정차한 차량엔 과태료를 매긴다.

■ 법적 효과 있을까 = 문제는 '특별관리지역' 정책으로 북촌을 휘감은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관광 허용 외 시간'에 드나드는 사람 중 주민과 관광객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가족이나 주민을 만나기 위해 북촌을 방문한 친인척 또는 지인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종로구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주민과 관광객을 구분하는 게 가장 어려운 숙제"라면서 "손쉽게 주민을 구분할 방안을 모색하는 등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관리지역 지정으로 '심야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민이 떠나고 남은 북촌의 일부 한옥은 숙박시설(한옥 스테이)로 바뀌었다. 주민이 거주하는 한옥 사이사이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밤마다 투숙객으로 인한 소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종로구에서 숙박시설(한옥체험업)로 인허가받은 업체만 264개소(4월 26일 기준)에 달한다. 특별관리지역 지정만으로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벤치마킹할 만한 대안 = 그렇다면 '특별관리지역'의 한계를 메울 만한 또다른 대안은 없을까. 서울 북촌처럼 '오버투어리즘'에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 각국 도시는 '입장료 부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지난 4월 세계 도시 중 처음으로 도시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베네치아를 방문한 관광객 중 숙박시설에서 1박 이상 머무르지 않는 사람은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000원)를 내야 한다. 입장료를 내지 않은 게 밝혀지면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 하와이도 지난 2월 관광객 한명당 우리 돈으로 3만3000원을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오사카에서도 관광세 도입을 위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오버투어리즘에서 기인한 '열상'에 과금이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과금 방식'이 묘수냐는 거다. 종로구는 북촌에 입장료를 부과할 방안을 논의해 봤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없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관광객과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과금책이 아니라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오버투어리즘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거다.

정란수 한양대(관광학) 교수는 "해외 사례처럼 북촌을 찾은 관광객에게 '디마케팅(Demarketingㆍ소비자의 구매 의도를 줄여 적절한 수요를 유지하는 마케팅 기법)' 형태의 입장료를 부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오버투어리즘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범적인 시도를 계속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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