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그린 퇴조로 경제가 전면에”…반도체 상승세엔 ‘신중’
“현재 ESG 퇴조 현상은 사실”
“반도체 상승은 작년 반사이익”
“총선, 美대선 자체는 변수 아냐”
“중국, 위기 탈출 숫자로 보여줘”
“반기업 정서 개선이 최대 목표”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현재 환경과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이면서 경제 효과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 환경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과 수출 확대에도 시장 전망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상의 회장 연임 후 2기를 맞아 처음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후변화 등에 주목했던 기조가 퇴조되면서 경제 중심의 문제가 전면에 나타났고 기업들의 구심점도 효율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전체 경제계에서 ESG가 한발 물러난 현상으로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정체)도 동시에 발생해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는 그룹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최적화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 영역도 있었다”는 자성이 나오기도 했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TF를 발족해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 및 최적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최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경제로 옮겨간 트렌드가 오래 가지는 않고 결국 ESG 등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전기차 또한 영원히 안 하거나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경기가 너무 나빠 현재 반사이익을 받고 있는 현상으로 소비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롤러코스터는 계속 될 것”이라며 “올해 좋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상승세가 오래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최 회장은 또 “반도체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라인을 더 건설해야 하는 측면에서 기술보다는 설비투자로 해결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각국이 자국 비용만으로 투자가 어려우니 서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조금을 많이 주는 것은 높은 인건비 등 상응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엔비디아 제품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우리(SK하이닉스) R&D를 서둘러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4·10 총선 이후 ‘여소야대’가 더욱 뚜렷해진 정국에 대해서는 “기업 환경 측면에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다만 저성장 등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기조대로 하면 괜찮은지 사회적 의문을 갖고 시민과 사회가 잘 받아들일 수 있게 새로운 방법론도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는 “결과 자체가 한국 근간을 흔들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누가 돼도 바꿀 수 있는 부분과 못 하는 부분은 존재해 선거 관련 증폭된 메시지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미국과 장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경제 사령탑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난 최 회장은 “중국이 위축된 경제 활동에서 탈출 모드로 안정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며 “수출과 경제 협력을 많이 해야 하는 측면에서 중국은 중요 고객이자 판매처”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앞서 3월 열린 ‘대한상의 임시의원총회’에서 제25대 회장으로 만장일치 추대되며 회장직을 연임하게 됐다. 이로써 2027년 3월까지 총 3년간 상의를 이끌게 된다. 최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가장 달성하고 싶은 목표에 대해 “기업과 경제계에 대한 ‘반(反)기업 정서’를 완화시키고, 누구나 기업 활동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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