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서 36% 떼어가도 참겠다”…젊은층도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자” [언제까지 직장인]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4. 5. 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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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표단 절반 이상 ‘소득 보장안’ 지지
1차 37%→2차 51%→3차 56% 상승
與野 이견에 5월29일 회기내 처리 난항
최근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은퇴 전에는 부(富)의 확대가 우선이라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나라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소득 창출 수단은 국민연금 입니다. 이에 격주로 연재하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몇 회에 걸쳐 국민연금테크(국민연금 + 재테크)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 보겠습니다.
해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사진 = 연합뉴스]
최근 연금전문가들은 4차례에 걸쳐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늘리는 1안과, 보험료율을 12%까지만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2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습니다.

즉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을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내고 그대로 받을 것’인지를 두고 결정하는 토론이었는데, 시민들은 ‘더 내고 더 받자’ 안을 택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이 노후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하지만 이 결과를 놓고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 연금 학자들간에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울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맞은편에서는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이번 시리즈에서는 전국민 토론의 쟁점과 토론을 진행하면서 여론은 어떻게 변했는지, 향후 연금개혁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시민대표단, 토론 거치며 ‘소득 보장안’으로 기울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22일 550인 시민대표단(숙의 토론회 불참 고려해 10% 추가 모집)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했는데요, 소득 보장안을 선택한 시민대표단(56.0%)이 재정안정안 보다 13.4% 포인트 많았습니다.

이번 조사가 나름 의미있는 것은 시민 참여자들이 국민연금 관련 공부를 하고, 여러차례 숙의토론을 거친 뒤에 이뤄진 3차 설문이라는 점입니다.

1차 토론회 때는 재정 안정안이 44.8%를 얻어 소득 보장안(36.9%) 보다 지지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2차 설문에서 소득 보장안이 50.8%로 절반을 넘으며 38.8%인 재정 안정안에 앞섰는데, 3차 조사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현행 보험료율이 9%인데 여기서 13%까지 높이면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당초 관측이 막상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최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국민민연금 미래개혁 자문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와 관련 매일경제가 입수한 ‘2024 연금개혁 공론화 시민대표단 숙의자료집’ 초본에 따르면, 공론화위의 개혁 1안(더내고 더받는 개혁안)을 도입하면 2035년생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36.1%인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계산은 보건복지부의 ‘제5차 연금 재정계산’을 토대로 이뤄졌습니다. 가입자가 13%의 보험료율로 내다가 기금이 고갈된 이후엔 그해 수급자 연금지급에 필요한 보험료를 내는 부과방식비용률을 적용한다는 가정을 적용했습니다.

현행제도 유지 시 2035년생의 평균 보험료율은 32.1%로 나왔습니다. 1안 채택시 보험료율이 평균 4%포인트 높아지는 셈입니다. 2025년생은 29.3%로 3%포인트, 2015년생은 22.2%로 2%포인트, 2005년생은 14.5%로 0.7%포인트 올라갑니다. 미래세대로 갈수록 보험료율 상승 폭은 더욱 커집니다.

그럼에도 시민대표단에서는 ‘소득 보장안’을 선택 했는데, 이유가 뭘까요.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재 70% 노인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은 조세로 운영되는데다 기여금과 적립금이 없는 상태에선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더욱이 퇴직연금도 수급자가 1만명 정도에 불과해 노후 소득을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노인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부담해서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인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기준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인 13.1%에 비해 3.1배 높습니다. 이 비율은 오는 2085년에도 25.5%로 OECD 평균(15~16%)과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전망입니다.

여야 엇갈린 해석, 토론前 보다 더 첨예한 ‘대립각’
공론화위 토론결과에 대해 여야는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 회기가 끝나는 5월 29일까지 처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유경준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개악”이라며 “전 세계 연금개혁과 우리나라 연금개혁의 취지가 기금고갈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국민연금으로의 전환이라면, 모수개혁 1안은 근본적으로 이 취지에 반대되는 안이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의 기능도 있으나 주로 본인의 기여에 의해 보험료가 결정되는 보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망각한다면 청년과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지만 양잿물을 많이 마시면 죽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5060세대가 2030세대 돈 뺏어간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 공론조사 분석자료를 보면, 18~29세의 경우 소득보장 강화안이 53.2%, 재정안정 강화안 44.9%로 오히려 소득 보장론이 높게 나타났다. 60세 이상의 경우엔 소득보장이 48.4% 재정안정이 49.4%로 재정 안정론이 근소한 차이로 높게 나타났다”면서 “연금을 받고있는 60세 이상에서 재정안정에 대한 우려가 높고, 연금 고갈에 대해 우려하는 20대에서 소득보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는 의외이긴 하나, 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숙의토론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소득보장이 72.3%, 재정안정이 25.4%로 소득보장론이 앞섰고 광주·전라·제주의 경우 소득보장 61.7% 재정안정 38.3%로 소득보장론이 앞선 것을 보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이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박향자(63) 500인 토론회 광주 시민대표단은 “수급자인 내 입장에서는 노후가 안정화되고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못 받으면 어떡하나. 나도 자식이 있는데, 이번 토론회를 보니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습니다.

연금특위는 이번 토론회 설문결과를 참고해 최종 연금개혁안을 만든 뒤 5월 29일 21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간 입장 차가 더 벌어진 양상이라, 연금개혁 현실화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가진 영수회담에서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이 마련됐다”면서 “대통령님께서 정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사진 = 대통령실]
하지만 비공개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내 처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석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대통령이 선택하고 결정할 일만 남은 것 아니냐’는 이 대표의 물음에 윤 대통령은 ‘여기서 논의하긴 어렵고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답을 줬다”고 회담 뒤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여야가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대통령실이 소극적인 만큼 여당 내에서도 입법화 의지가 약한 모습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서도 연금개혁은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기류”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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