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중국 수교 60주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5. 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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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종반에 접어든 1944년 당시 프랑스 임시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다.

전쟁 초반 나치 독일에 패망해 4년간 나치의 점령통치를 받은 프랑스는 1944년 6월에야 미·영이 주도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가까스로 해방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가 중국을 정식 국가로 승인한 것은 미국이 이끄는 국제 반공 전선에 균열을 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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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종반에 접어든 1944년 당시 프랑스 임시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다. 전쟁 초반 나치 독일에 패망해 4년간 나치의 점령통치를 받은 프랑스는 1944년 6월에야 미·영이 주도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가까스로 해방됐다. 미·영은 프랑스 임시정부를 대놓고 무시하며 앞으로 남은 전쟁도 미·영이 주도할 테니 프랑스는 부차적 역할만 맡으면 된다고 했다. 2차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이끌다가 임시정부 수반이 된 샤를 드골 장군은 격분했다.
샤를 드골 장군.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6월 나치 독일에 패망한 뒤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이끌다가 임시정부 수반이 되었다. 전후 1959년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에 당선돼 1969년까지 10년간 재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드골은 1944년 12월 소련(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해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과 만났다. 당시 3대 연합국의 일원인 소련은 전후 처리 문제 등을 놓고 미·영과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었다. 미·영을 향한 반감으로 의기투합한 드골과 스탈린은 프랑스·소련 동맹 조약을 전격 체결했다. 전후 공산주의 소련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여기던 미·영 입장에서 프랑스의 이같은 돌출행동은 자칫 자유주의 진영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미·영 지도자들의 눈에 프랑스와 드골이 좋게 비칠 리 없었다.
2차대전 후 출범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프랑스는 2류국 취급을 받았다. 1950∼1960년대 미국은 나토의 주요 현안을 다룰 때 프랑스는 쏙 빼고 영국하고만 협의한 뒤 결정을 내리곤 했다. 훗날 회고록에서 드골은 “미국에 몇 차례 시정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침 1960년대 들어 프랑스는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더는 미국 핵우산에 안보를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자 1964년 드골의 결단으로 프랑스는 중화민국(대만)과 단교하고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공(중국)과 국교를 맺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가 중국을 정식 국가로 승인한 것은 미국이 이끄는 국제 반공 전선에 균열을 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중국 입장에서도 커다란 외교적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5일 프랑스 방문을 위해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두 번째)이 영접을 나온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오른쪽 두 번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 AFP연합뉴스
프랑스·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를 방문했다. 5일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 시진핑은 “60년 전 중국과 프랑스 양국은 냉전의 장벽을 돌파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며 “(이후) 시종일관 중국과 서방 관계의 선두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진핑이 체류하는 동안 국빈에 해당하는 극진한 대접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치 아래 중국과 전방위에서 대립하는 미국이 프랑스의 행태를 어떻게 여길지 궁금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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