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성장세에 한국 자본 녹아있다…‘수출 지표’ 생각해 봐야

조계완 기자 2024. 5. 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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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기준 한국 2차전지 3사의 해외생산(중국·헝가리·폴란드 등) 비중은 92.4%(생산능력 기준·블룸버그NEF)에 이른다.

그러면 전기차 배터리와 완성차 이 두 제품에서만 2023년 한국 수출액에 포착되지 않은 해외생산 금액이 무려 1905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급변을 거듭하며 가속화하는 우리 자본의 해외진출 확장 시대에 수출 동향에서도 해외 생산액 등까지 따져보는 '보조 지표' 구축을 고민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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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급변을 거듭하며 가속화하는 우리 자본의 해외진출 확장 시대에 수출 동향에서도 해외 생산액 등까지 따져보는 ‘보조 지표’ 구축을 고민해볼 만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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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기준 한국 2차전지 3사의 해외생산(중국·헝가리·폴란드 등) 비중은 92.4%(생산능력 기준·블룸버그NEF)에 이른다. 에스케이(SK)온(95.0%), 엘지(LG)에너지솔루션(91.3%), 삼성에스디아이(SDI)(89.7%) 순으로 높다. 2023년 우리나라 총수출액은 통관 기준 6323억8천만달러(관세청)로, 이 가운데 국내생산 2차전지 수출액은 98억3천만달러다. 바꿔 말하면, 매우 높은 해외생산 비중을 고려할 때 한국 배터리자본이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생산한 금액이 연간 1195억1천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완성차는 어떨까? 2023년 국내생산 자동차 수출액은 총 708억7천만달러다. 2023년 현대·기아차의 국내생산 비중(생산대수 기준)은 49.12%(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해외생산 비중은 50.88%다. 즉 완성차 품목에서도 수출액에 포함되지 않는 우리 완성차자본의 해외 생산액이 710억달러가량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전기차 배터리와 완성차 이 두 제품에서만 2023년 한국 수출액에 포착되지 않은 해외생산 금액이 무려 1905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요컨대 이 두 품목만 보더라도 한국 투자자본이 지구상에서 생산한 금액과 국내 총생산·수출액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제 한국은행 경상수지 계정으로 보면 우리 상품수출액(일반상품수출+중계무역순수출)은 2023년 6450억5천만달러로, 매년 통관 기준보다 200억달러가량 많다. 관세청 수출액은 물품이 수출 관세선을 통과(통관 신고)했다는 사실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반면, 경상수지 상품수출액은 ‘소유권 변동’ 원칙에 따라 작성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해외 자회사 생산제품이더라도 소유권이 국내 본사에 있다면 현지 또는 제3국으로 수출한 물량(소유권 변동)은 상품수출(경상수지)에 포함된다. 그러나 완성차·배터리를 포함한 대다수 산업에서 해외생산 제품의 소유권을 국내 본사가 아니라 해외 자회사가 갖고 있는 터라 대부분은 수출로 잡히지 않는다.

트럼프 및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의 ‘미국 우선주의’와 미-중 무역갈등 지속, 글로벌 공급망 균열을 거치면서 한국 자본의 해외투자 진출은 갈수록 확장 일로에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매월 공표하는 한국 수출액 동향을 과연 한국 자본의 생산·판매 흐름과 실상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거시경제지표로 여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물론 수출 지표는 총수출액 규모 자체보다는 전년 동기, 혹은 전월 대비 증가·감소하고 있는지의 변동 추세 파악에 더 의미가 크긴 하다. 나아가,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익 유보금 유입 및 배당금(본원소득수지)으로 국내 본사에 흘러들어와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고, 미국 현지공장 투자로 우리 국내산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유발되는 효과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전망한, 무서운 속도로 뜨거워지는 미국 경제의 ‘나홀로 성장세’(2024년 미국 국내총생산 실질성장률 전망치 2.7%)에는 배터리·완성차를 위시한 한국 자본의 대규모 미국 현지 생산액이 포함된 게 사실이다. 이 생산액 중 일부는 미국의 대외 수출액에 포함·집계된다.

‘수출 주도 성장체제’인 한국경제에서 매월 1일 아침에 발표되는 월간 수출 동향은 금융시장은 물론 기업·가계·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표다. 급변을 거듭하며 가속화하는 우리 자본의 해외진출 확장 시대에 수출 동향에서도 해외 생산액 등까지 따져보는 ‘보조 지표’ 구축을 고민해볼 만하다.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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