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주문 사라진 어버이날… 불경기에 화훼시장도 ‘시들’
“손님들 꽃바구니 대신 다발만 찾아”
“용돈만 준비” 실용주의 세태도 한몫
카네이션 경매 거래량 2년새 반토막
중국산 공세에 도매가도 3년새 8% ↓
지자체들 소비 활성화 캠페인 나서
A씨는 “예전에는 10만원이 넘는 꽃바구니 위주로 나갔다면 요즘은 꽃다발이나 1만원대 작은 바구니를 사 가는 손님이 많다”며 “꽃을 아예 생략하거나 형식만 갖추기 위해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5월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선물하던 카네이션 판매량이 해마다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네이션 특수’가 사라지면서 가정의 달 5월 성수기에 분주해야 할 화훼농가와 꽃집들이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카네이션 경매량(절화·折花=뿌리를 잘라낸 꽃 기준)은 3만5528단(1단 20송이)을 기록했다. 평일인 어버이날에 앞서 근로자의 날(1일)과 어린이날 대체휴일(6일)을 더한 5월 황금연휴 기간이 시작되면서 애초 판매량이 예년 수준을 이어 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경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5만6366단)보다 37%가량 감소한 것이다. 2022년 같은 기간 거래량 7만5937단과 비교하면 53.2%로 뚝 떨어진다.
이날 서울 서초구 화훼 도매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꽃을 찾는 고객들이 해마다 점차 줄긴 했지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진 탓인지 손님이 체감상 예전에 비해 3분의 1은 준 거 같다”며 “꽃을 다 팔지 못하면 폐기를 해야 하니 주문량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부모님에게 현금이나 안마의자, 건강식품 등 실용적인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세태 변화도 카네이션 외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국민카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이번 어버이날에 용돈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했다. 카네이션을 준비한다는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카네이션 내수 급감과 수입 증가로 농가는 말 그대로 ‘잔인한 5월’을 맞고 있다. 우선 국내 수요는 줄었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기름값은 급등해 생산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
저렴한 중국산 카네이션이 대량으로 들어와 시장을 잠식한 것도 농가의 시름을 더 깊게 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22 화훼재배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카네이션은 1760t으로, 1만7116달러어치에 달한다. 외국산 카네이션 수입 금액은 2019년 6987달러(917t), 2020년 7372달러(922t), 2021년 1만1882달러(1296t) 등 조사를 시작한 2001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다.
또 이 두 가지 큰 요인이 시장 카네이션 값을 깎고 있다. 지난달 1∼30일 카네이션 한 단당 도매가 평균은 6813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023원)과 비교하면 3% 낮은 가격이다. 최근 3개년 평균(7368원)에 비해선 8% 하락했다. 올해 카네이션 수확량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농가가 체감한 하락 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화훼농사 3년 차라는 박성열(43) 가훼하우스 대표는 “생화는 수입이 안 되는데 절화는 가능해 많이 수입된다”며 “중국 등 외국의 경우 땅덩어리가 넓어 비행기로 씨 뿌리고 비료 주고 인건비도 훨씬 싸니까 수입 절화의 가격경쟁력을 국내 화훼농가가 따라갈 수가 없어 화훼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근 들어 많이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조화도 우리나라 카네이션 농가의 수익을 줄어들게 하는 원인”이라며 “꽃은 사치품이라 경기가 안 좋으면 찾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인건비, 재료비, 연료비 모두 오른 상황과 경기 불황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줄고, 조화 등 더 싼 제품을 찾는 소비 패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카네이션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위축된 꽃 소비 활성화에 나섰다. 기후가 따뜻해 국산 카네이션 주산지로 꼽히는 경남 김해시 칠산서부동에서는 시 공무원과 자생 단체 회원 등을 중심으로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1만원에 판매하는 등 카네이션 소비 촉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권이선·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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