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요한 사람은 말이 없다…연극 '더 라스트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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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세간에 화제가 된 연극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극장.
윤혜숙 연출은 "자기 자리 하나 지키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 일인지 공연을 통해 생각과 질문을 나누고 싶다"며 "더불어, 자기 자리가 없어서 뻘쭘하게 서 있는 사람, 줄에 서지도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거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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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세간에 화제가 된 연극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극장.
아직 공연 시간이 꽤 남았는데도 극장에 찾아온 사람들이 있다.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돼 버린 탓에 티켓을 못 구한 이들이다. 혹시라도 예매 취소 티켓이 생기면 바로 손에 넣으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모여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찾아온 대학교수인 중년 남성(정승길)이 매표소 바로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고, 그 뒤엔 누가 자리만 맡아 두고 갔는지 가방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리고 우산을 든 회사원 여성(최희진)이 들어온다.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 중인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은 이렇게 시작한다.
극은 예매 취소 티켓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이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를 꼭 봐야 하는 사정은 각기 다르지만, 티켓을 손에 넣고 말겠다는 욕망은 동일하다.
이들의 '티키타카'는 가볍고 재치가 넘쳐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불친절한 데다 자기 업무가 아닌 일은 절대 안 하려고 하는 매표소 직원(강혜련)이 가끔 대화에 엮이면서 웃음을 더한다.
그러나 공연이 임박하면서 천둥과 폭우에 막힌 누군가가 곧 예매 취소를 할 것만 같은 상황이 됨에 따라 긴장감이 고조되고, 사람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티켓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논쟁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예매 취소 티켓을 가져갈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대목에선 무엇이 공정한가를 둘러싼 이해집단 간의 끝없는 논란이 떠오르기도 한다.
관객의 눈길을 끄는 건 분홍색 히잡을 쓴 여성(이송아)이다. 소말리아에서 온 난민이라는 이 사람은 할 줄 아는 외국어가 이탈리아어뿐이라며 말없이 구석에 앉아 있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여는 순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박탈당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불평등 구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익 배분의 공정성을 놓고 사람들이 벌여온 화려한 말 잔치는 그 앞에서 한순간에 무색해지고, 모든 것이 한 편의 희극처럼 되고 만다.
'더 라스트 리턴'은 아일랜드 극작가 소냐 켈리의 작품이다. 켈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리처드 3세' 공연이 매진돼 예매 취소 티켓을 기다린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윤혜숙 연출은 "자기 자리 하나 지키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 일인지 공연을 통해 생각과 질문을 나누고 싶다"며 "더불어, 자기 자리가 없어서 뻘쭘하게 서 있는 사람, 줄에 서지도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거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18일까지 계속된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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