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현우 상상인 ESG팀 과장 "희망을 연주합니다"

강한빛 기자 2024. 5. 6. 06: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리포트-뉴노멀 경영 트랜드 ESG] 휠체어 이용 아동들에게 음악교육 진행
[편집자주] 고물가·고금리·고유가 3고 시대에 금융회사의 따뜻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눈길을 끈다. 저출산에 팔을 걷은 금융지주는 어린이집 보육 지원에 앞장서고 시니어라운지에서 어르신들의 디지털금융 거래를 돕는다. 안내견을 육성해 장애인의 두 눈과 발의 역할을 하는 지원 사업도 눈길을 끈다. 금융권의 '상생금융' 역할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회사의 ESG 기획과 전략을 들어보고 직접 현장을 찾아 ESG경영 활동을 체험했다.

(왼쪽부터) 권현우 상상인 ESG팀 과장, 이새봄 학생, 박재현 '하나를위한음악재단' 이사./사진=머니S 강한빛 기자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 상상인증권 대회의실엔 갖가지 모양과 사연을 지닌 음표들이 모인다. 바이올린부터 첼로까지 수줍은 소리들은 켜켜이 쌓여 하나의 곡으로 완성된다.

"아동들은 음악이라는 매개로 모여 '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마주하며 오케스트라팀이 돼 앞으로 멋진 공연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권현우 상상인 ESG팀 과장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상상인저축은행 등 상상인그룹은 지난해부터 휠체어 사용 아동들의 음악적 재능 개발과 교육을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아카데미 상상인'을 운영 중이다.

권 과장을 만난 지난 4월27일은 9번째 '아카데미 상상인' 현장 교육이 진행된 날로 그는 아동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다. 그는 "아카데미 상상인이 아동들에게 좋은 발판이자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할 수 없다는 생각보다 '나도 할 수 있다' 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발, 아이들의 목소리가 되다


지난해 상상인 본사에서 휠체어 사용 아동들과 함께 ‘2023 아카데미상상인’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사진=상상인
상상인은 2018년부터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를 통해 휠체어가 필요한 전국 만 6~18세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동 맞춤 휠체어, 안전용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음악 및 예술교육 전문 비영리단체 '하나를위한음악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휠체어 사용 아동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 '아카데미 상상인'을 운영 중이다.

참여 아동들은 기본적인 이론부터 연주 실습과 앙상블 등 단계별 커리큘럼에 따른 전문적인 오케스트라 음악교육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사용 아동의 재활과 운동을 돕고 동료들과 소통 및 화합하며 신체·정서적 발달을 한층 이룰 것으로 상상인은 기대하고 있다.

상상인은 향후 아카데미 상상인을 통해 더 많은 휠체어 사용 아동들의 재능 발굴을 지원하고 전문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나아가 세계 최초 휠체어 사용 단원으로 이뤄진 '상상휠 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출범해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상상휠 하모니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하나를위한음악재단' 박재현 이사는 "여전히 공연장엔 휠체어석이 부족해 아이들은 공연을 즐기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며 "그렇다면 아이들을 객석이 아닌 무대 위로 올려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질문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아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이 시대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전 세계에 장애가 음악을 향유하는데 있어 장벽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발표회로 분주… 하나될 꿈


화가가 꿈인 이새봄 학생은 상상인이 지원한 전동 휠체어 바퀴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사진=머니S 강한빛 기자
오는 25일엔 지난 1년 동안의 학습을 마무리하는 발표회가 진행된다. 14살 이새봄 양 역시 연습에 한창이다.

연소성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새봄 양은 아카데미 상상인 음악교육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가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바이올린을 켜 부모님께 근사한 레스토랑 분위기를 선물해주고 싶었던 게 계기가 됐다. 손재주도 좋아 상상인이 지원한 휠체어 바퀴에 직접 고래, 나비 등을 그리기도 했다.

이새봄 양은 "이제껏 손가락으로만 연주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기 몸을 악기라고 생각하며 써야 한다는 상상인 아카데이 강연 내용을 통해 자세 하나로 음악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며 "바이올린의 새로운 매력을 자꾸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줍급의 연주 실력을 지녔지만 이새봄 양의 꿈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닌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화가가 되는 거다. 그림을 그리고 선물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상상인이 음악 교육을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음악 자체를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닌 연주와 화합의 과정을 통해 아동 한 명 한명이 자신의 꿈을 찾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박재현 하나를위한음악재단 이사는 "아카데미 상상인을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음악이 단순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었으면 하는 맘이었다"며 "음악을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개념은 앞으로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카데미 상상인 프로젝트가 순탄하게만 흘러가는 건 아니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그룹수업, 합주 등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과장은 어려운 순간보다 감동스러운 시간이 더 많다고 말했다.

권현우 상상인 ESG팀 과장은 "참여 아동들은 습득이 느린 친구를 다함께 기다려주거나 교육 중간 쉬는 시간에도 함께 어울려 악기를 연주한다"며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한 아동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든 달력을 모든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상인은 음악 프로젝트가 아동들에게 좋은 발판이자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지속 후원할 계획이다.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먼저 찾아서 가장 먼저 실천하는 게 상상인이 지향점이다.

권현우 상상인 ESG팀 과장은 "찻길에 빠른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설치된 과속방지턱 때문에 차가 앞으로 못 가지는 않는다"며 "조금은 느린 속도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더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도 본인 앞에 있는 어려움은 속도와 방향을 잘 제어하기 위한 도구고 조금 더 단단해지는 시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어떤 어려움도 씩씩하게 넘길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