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 불안에도… '금융안정계정' 결국 폐기되나

박슬기 기자 2024. 5. 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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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금융권이 법안처리를 고대하던 '예금자보호법 일부 개정안(금융안정계정)'은 결국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사전에 금융사의 금융 위기를 발견해 선제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2022년 12월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발의됐다.

금융안정계정은 예보에 설립되는 선제적 긴급 자금지원이다. 이미 부실화됐거나 부실이 우려되는 금융사가 아닌, 정상 금융회사의 부실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지원책이다.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되면 시장급변으로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다수 정상금융회사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경우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권 스스로 마련한 재원인 예금자보호기금 등으로 신속하게 자금 지원함으로써 부실 예방과 위기 전염을 차단할 수 있다.

금융안정계정의 재원조달과 운용은 예보기금 내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만큼 정부 재정 투입 없이도 예보기금 차입금, 보증료 수입, 예보채 발행 등을 통해 '수입자 부담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하지만 예금보험기금 내에 금융안정계정을 추가 설치하는 예금자보호법 '제 24조의 5' 신설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안정계정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여전히 국회 법안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국회에서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안 재발의, 상임위원회 재구성, 법안 시행 시점(공포된 이후 6개월) 등을 감안하면 연내 금융안정계정 시행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은 확대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환율 장기화 우려까지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회사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쇄 부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저축은행 연체 규모는 최근 1년새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3.24%로 전년 말(0%)대비 급격히 올랐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이 가장 큰 곳은 OK저축은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997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과 비교해 무려 143.2% 급증했다.

저축은행은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토지매입 단계 PF)의 비중이 다른 업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저축은행 브릿지론 비중은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54%에 달한다. 증권(26%)나 캐피탈(36%)에 비해 높다. 부동산 호황기에 땅을 매입했다가 사업성 부족으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이 '부실 뇌관'으로 지목된다.

은행도 안심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단순 평균 기준 0.78%로 전년 동기(0.37%)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금융권 전체의 PF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1조5000억 원)과 비교해 1년 만에 약 2.5배로 급증했다. 연체율은 같은 기간 1.19%에서 2.70%로 1.51%포인트 올랐다.

이달 임시국회 막이 올랐음에도 여야가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금융안정계정 통과 여부는 안갯속이다.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금융안정계정과 유사한 선제적 지원체계를 마련해 이미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채무보증프로그램(DGP)과 일본의 '위기대응계정', 유럽연합(EU)의 은행 정상화 정리지침(BRRD) 등이 있다.

최근 금융위기는 예측하기 어렵고 빠르게 전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은 신뢰로 움직이는 곳이다. 한번 깨진 신뢰는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금융위기 단계로 넘어가버리면 국민적 피해가 막중해진다.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위기 전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굳건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시장을 선제적으로 보호해야 할 때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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