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아이 손 잡고… 지구 반대편서… 버핏 만나러 ‘자본주의 순례’
세계 각지서 오마하로 순례 여행
굿즈 쇼핑-기업 체험 ‘축제의 현장’
버핏의 고령 감안 주주들 더 몰려
미 메릴랜드주 뉴마켓에서 온 톰, 에이미 케이디 씨 부부는 열한 살 아들 벤과 함께 서 있었다. 남편 톰 씨는 “버핏이 처음 주식을 손에 쥔 때가 11세였다”며 “20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로서 아들이 열한 살이 되면 꼭 주총장에 데려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주의와 투자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큰 할아버지’가 전해줄 수 있는 지혜를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고 덧붙였다. 전날 학교를 빠지고 오마하에 왔다는 벤 군도 “기대된다”며 웃었다.
● 경제교육 위해 자녀와 지구 반 바퀴
오마하 토박이인 브래드, 레이철 라슨 씨 부부는 7세 아들 애틀러스 군과 함께 주총을 찾았다. 브래드 씨는 “오마하 사람들은 거의 태어나면서부터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가 된다”며 “행사장에서 재미있는 놀이도 하면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이철 씨는 “아이에게 부자가 되어도 겸손하고, 검소해야 한다는 미덕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은 세계적 음악 축제에 빗대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톡(Woodstock for Capitalists)’으로 불린다. 이 같은 명성답게 딱딱한 질의응답이 지루하면 언제든 나와서 버크셔해서웨이 측이 투자한 기업들의 체험관에서 쇼핑을 하거나 각종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장을 꾸몄다. 애틀러스 군도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봉제인형 기업 재즈웨어 체험관에서 인형을 구경하며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 “버핏 다시 못 볼라” 더 몰린 주주들
버핏 회장은 올해 94세로, 멍거 부회장이 세상을 뜨며 버핏의 고령도 부각되자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주주들이 몰렸다. 보스턴에서 제약회사를 다닌다는 클레어 씨(35)는 “멍거 부회장 사후에 혹시나 마지막 기회가 될까 싶어 꼭 버핏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도 주총을 마무리하며 “찰리같이 믿을 수 있고, 거짓말하지 않는 파트너를 만난 것도 인생의 행운”이라며 “내년에 내가 또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날 주총에는 버크셔해서웨이에 오랫동안 투자해 자산을 이룬 루스 고테스만 미 알베르트아인슈타인 의대 명예교수(94)도 참여했다. 투자로 번 돈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학교에 기부해 ‘무상교육’을 실현한 인물이다. 버핏이 “큰돈을 기부하고도 학교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달라고 하지 않은 주주”라고 소개하자 3만여 명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오마하=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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