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이토록 짠하고 찡한 엄지척이라니, 기네스 기록 깨트린 ‘스턴트맨’

신정선 기자 2024. 5. 6. 00: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64번째 레터영화 ‘스턴트맨(원제 Fall Guy)’입니다. ‘그 영화 어때’는 블록버스터보단 좀 덜 알려진, 콕 집어 알려주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려울 것 같은 영화를 주로 말씀드리는데요, 지난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스턴트맨’은 어느모로 보나 블록버스터인데 이렇게 추천작으로 소개합니다. 왜냐구요. 이 영화가 비춰주는 주인공이 바로 그 ‘주목받기 어려운’ 일을, 목숨 걸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꼭 스턴트맨만 그런 게 아니겠죠. 화려한 조명이 집중되는 작품들, 스타들 뒤엔 생고생을 마다않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 그런 면에서 ‘스턴트맨’은 뒤에서 헌신하는 모든 직장인을 위한 러브레터이기도 합니다. 누가 알아주건 말건 그 일이 좋아서 죽자고 일하는 그들. ‘남들 이야기의 조수석에만 타는 사람’. 그들을 위한 영화가 ‘스턴트맨’입니다.

영화 '스턴트맨'. 배우 에밀리 블런트와 라이언 고슬링이 참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정말로 뒤에서 저렇게 폭탄 펑펑 터져도 저런 자세로 서로에게 빠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일단 이 영화의 장르 먼저. 절대 무겁고 심각한 영화 아니고요, 아무 생각 없이 티켓을 사서 2시간 동안 팝콘 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팝콘 무비'입니다. 그러면 재미가 있어야하는데, 예열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리더군요. 본격적인 액션은 영화 시작하고 1시간 정도 지나서 나오는데, 그 이후 스턴트 쾌감은 어느 영화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고농도 폭탄입니다.

비결은? 이 영화 감독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매드맥스 퓨리오사' 보내드리면서 샤를리즈 테론의 ‘아토믹 블론드' 말씀드렸죠. 딴 건 몰라도 적어도 액션신만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도록 멋지게 만들어내는 그 남자, 데이빗 레이치가 만든 영화가 ‘아토믹 블론드'입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아토믹 블론드'에서 보여준 멋진 스턴트 장면, 줄로 악당들을 계단에 매달면서 탈출하는 그 장면이 ‘스턴트맨' 초반부에 잠시 지나갑니다. 그렇습니다. 그 장면도 샤를리즈 테론이 아니라 테론의 스턴트 대역이 몸을 던져 만들어낸 신이었던 것이죠. 스턴트맨 출신인 데이빗 레이치가 만든 다른 작품으론 ‘존 윅’ ‘데드풀2′ 브래드 피트의 ‘불릿 트레인’ 등등. 모두 창의적인 스턴트 장면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스턴트맨’은 영화 도입부에서 말합니다. “모든 영화에 그들이 있지만 그들인 줄 모른다.” ‘그들' 즉, 스턴트맨이 직업인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콜트)은 영화를 찍다 촬영감독인 에밀리 블런트(조디)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아뿔싸. 중요한 스턴트신을 찍다 실수로 부상을 입습니다. 그의 자존심도 함께 동강나죠. 상심한 그는 그녀를 떠나고. 둘의 사이 이대로 끝나는가 했으나 18개월 후 재회하게 됩니다. 조디가 감독 데뷔를 하게 됐거든요. 콜트는 그녀가 스턴트맨을 원한다는 말에 부서진 자존심을 긁어모아 촬영 현장으로 가는데. 과연 둘의 사랑은 다시 불붙을 수 있을까요.

영화 '스턴트맨'의 배우와 스턴트맨들입니다. 왼쪽부터 라이언 고슬링, 애런 테일러 존슨, 그리고 옆의 세 사람이 두 사람의 스턴트맨들인데요, 영화에선 스턴트맨들의 얼굴을 (아마도 의도적으로) 지우지 않고 보여주더군요. 이건 스턴트맨들을 위한 영화이니까요.

단순하고 예상가능한 이야기를 굴러가게 하는 것은 엄청난 액션 장면인데, 이 영화가 기네스 기록을 세웠더군요. ‘그 영화 어때'를 예전부터 보셨다면 제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영화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아실텐데요, ‘영화 역사상 최대 자동차 전복 기록'을 갖고 있던 영화가 다니엘이 처음으로 007 주연한 ‘카지노 로얄'입니다. 거기서 다니엘이 납치당한 에바 그린을 찾아서 애스턴마틴을 몰고 도로를 질주하다 7번반을 구르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7번반이 최대 기록이었습니다.

왜 과거형이냐, ‘스턴트맨'이 8번을 굴러서 ‘카지노 로얄'을 제치고 ‘최대 자동차 전복기록’을 세웠기 때문이죠. 스턴트맨 출신 감독의 애정과 노력, 야심이라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차량을 인위적으로 그렇게 여러 번 굴리려면 정밀한 계산과 기술, 장치와 노력이 들어가야 된다고 하는데, 그 세계의 프로페셔널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책상 앞에서 문자와 씨름하는 저같은 보통 사람은 그저 입 벌리고 감탄할뿐.

‘스턴트맨’이 기네스 기록을 깬 자동차 전복 장면은 굉장히 알아보기 쉬워요. 라이언 고슬링이 스턴트한 것으로 설정된(실제는 라이언 고슬링의 스턴트 더블이 맡은) 해변의 차량 격추신인데요, 그거 CG 아니고 정말 스턴트 장면이니 잘 지켜보시길.

영화 '스턴트맨'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온몸을 던져 헬리콥터에 올라타려 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의 실제 촬영 모습이 영화 끝나고 크레딧 올라갈 때 나오는데요, 놓치지 말고 꼭 보세요. 어지간한 예고편보다 재밌더군요.

‘스턴트맨'에서 데이빗 레이치는 스턴트맨으로 일하면서 배우들한테 쌓인 감정을 풀어놓는 것 같기도 합니다. 톰 크루즈가 여러 번 언급되는데 혹시 톰 크루즈하고도 맺힌 게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물론 톰 크루즈는 본인이 스턴트하는 장면이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합니다만)

이 영화의 악역을 맡은 글로벌 탑스타 이름부터가 톰 라이더. 배우 애런 테일러 존슨이 맡았는데요, 그는 “내 영화의 모든 스턴트는 내가 한다”고 인터뷰를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고 사실은 스턴트에 자신 없어 자격지심이 강하고요. 그는 자신의 스턴트맨을 조롱하면서 말합니다. “난 글로벌 스타야. 브랜드라고. 넌 일개 스턴트맨이지. 없어져도 아무도 몰라.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어.” 아, 이 대사. 스턴트맨이라면 어느 배우로부턴가 한번쯤 들어봤을 듯 하네요.

스타가 브랜드라는 말은 맞긴 하죠. 대스타는 움직이는 기업이니까요. 하지만 기업은 한 사람으로 굴러가지 않는 법. 아무리 스타라 해도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오만방자해지면 쓰나요. 스타 뒤에서 몸을 던지는 그들, 차량을 뒤엎고, 유리창으로 돌진하고, 온몸에 불을 붙여가며, 때론 목숨을 걸고 일하는 그들. 그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데요.

영화에서 라이언 고슬링은 스턴트를 마칠 때마다 엄지를 세워보입니다. 스턴트맨들이 액션을 마친 후 ‘나 괜찮다, 살아있다’며 보내는 신호인데요, 아주 나중에 라이언 고슬링이 에밀리 블런트에게 고백해요. “나 매번 엄지척 하는데 사실은 아파, 불이 붙어도 차 밖으로 던져져도 너무 아파”라고요. 그러면서 덧붙여요. “하지만 그 어떤 고통도 너와 헤어진 아픔보단 덜했어.” 이 대사를 숨가쁜 추격 중에 던지는데, 다른 배우가 아니라 라이언 고슬링이라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의도적인 거 같은데, 라이언 고슬링이 스턴트할 때 실제 라이언 고슬링의 대역 얼굴이 그대로 보이는 장면이 여럿 있어요. 제가 본 것만도 6번 정도? 일부러 안 지웠을 거 같아요. 전 그래서 더 반갑더라고요.

‘스턴트맨’은 스턴트론 고수지만 대사는 조금 아쉽습니다. 초반부에 뭔가 빵하고 터질 법한 유머가 안 터져서 전개가 좀 더디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몸 쓰는데 최고 전문가라도 말은 역시 다른 전문 영역이라 그런지도. 하지만 셰익스피어 비극도 아닌데, 대사가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마지막에 스턴트팀의 활약이 응집되는 시퀀스가 있는데 그들의 팀웍이 강하게 느껴질수록 맘이 더욱 찡해졌습니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프로들이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의 생생한 짜릿함이란. 생사가 걸린 일에 함께 뛰어드는 이들의 동지애랄까, 단순히 이 영화의 스턴트뿐 아니라 실제 그들의 일상이 그럴테니. 저 일도 어지간한 사명감 없이는 힘들겠다 싶더라고요. 꼭 월급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사명감을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이 그렇겠지요.

영화 진짜 끝부분에 깜짝 배우가 나오는데, 저도 모르고 봐서 반가웠기에 여기에서도 누구인지는 말씀드리지 않을게요. 크레딧 올라가면서 비하인드 장면 나오는데 꼭 보시고요, 다 올라가고 쿠키 있습니다. 감독이 쿠키에서 그간 맺힌 한(!)을 확 풀어버리던데, 저도 통쾌해지던걸요 ㅎㅎ “배우란....” ㅎㅎ 영화 보러 가시면 쿠키 꼭 보세요. 보시고 나면 주제가로 나오는 KISS의 ‘I was made for loving you’를 저처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게 되실수도.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다음 레터에서~

그 영화 어때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