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性스러운 교육

박진수 2024. 5. 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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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지난 3월, 이곳에서 주민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
‘아파트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라는 정도의 게시는 됐었어요.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 참 안타깝죠.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공지한 사건의 전말. 낮시간,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여학생들을 따라다니며 ‘성관계 놀이’를 하자고 하다가, 한 여자아이를 따라가 자신의 몸을 노출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사건은 가정교육의 문제가 가장 크다”, “저건 100% 부모 탓이지”, “교육이 필요하다”.

SNS를 접하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무분별하게 성을 접하는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을 제대로 배울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아이들 마음 속에 자라고 있지만, 부모는 물론 학교조차도 바로잡을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시훈/성교육기관 ‘와이미’ 대표
어머님, 아버님, 양육자님들이 성교육을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너무 당연한 건데 사실 혼자서 속으로 끙끙 앓는 경우가 좀 많다.

이충민/성교육기관 푸른아우성 대표
공교육에서는 더 크죠. 성을 대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빨리, 또 이런 성교육을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가? 거기에 대한 기준도 없고.


지난 4월의 어느 일요일, 성교육기관 푸른아우성에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김도원/성교육기관 푸른아우성 강사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성교육은 좀 어떤 이미지에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 질문은 한 번 더 이어지고, 아이들도 진지하게 답변을 내놓습니다.
김도원/푸른아우성 성교육 강사
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여러분들은 혹시 여태까지 살면서 아기가 어디서 태어난다고 알고 있었나요?

중학교 1학년 수강생
자궁에서 크는데 정확히 어디서 태어나는진, 그냥 엉덩이에서 태어나는지 알았어요.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들도 성교육을 받습니다. 여성으로서 이 나이쯤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교육도 처음 받아봅니다.
김난/푸른아우성 성교육 강사
엉덩이가 훨씬 크니까. 그럼 우리 여기 항상 넓은 데가 어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엉덩이 쪽으로 가야 해요.


공교육 대신 사교육을 찾는 학부모들. 초·중·고등학교 보건교사로 일하는 선생님들은 현재 이뤄지는 학교 안의 성교육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
문명아/중학교 보건교사
이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인데, 그 보건 선생님이 콘돔을 끼우는 걸, 그 모형이 있으니까 (피임 도구 끼우는 것을) 실제로 이제 했어요. 그날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전화가 폭파됐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교육을 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할 수 있냐고.

김성효/초등학교 보건교사
학생들에게 성교육 시간에 ‘무엇을 배우고 싶니’라는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사실은 그때마다 매우 떨립니다. 내가 이 아이들의 질문에 모두 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2015년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제시했습니다.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올바른 성에 관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는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유명무실해진 만큼, 시대의 변화에 맞춘 새로운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성효/초등학교 보건교사
성차별적인 언어라든지, 이런 것들이 문제가 돼서 공격을 받게 됐고, 지금은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교육 현장에서는 어떤 기준(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강민경/초등학교 보건교사
2015년 성교육 표준안이 있고 나서 벌써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됐죠. 그리고 나서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발생했거든요. 디지털 성폭력이라든지, 그와 관련된 AI 안에서의 문제점이라든지. 시대가 변하면서 그것 안에서 담을 수 없는 많은 가치와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거기에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성교육은 학교별, 지역별로 천차만별입니다. 선생님들은 초등학교 성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강류교/초등학교 보건교사
제대로 된 국가 교육과정이 없다는 거고, 개인의 역량이나 개인의 가치관으로 성교육을 끌고 간다는 거는 한편으론 또 되게 위험한 일이기는 해요. 그래서 교육부에서 이 성교육에 대해서 기준안도 마련해야 하겠지만, 또 우리가 17차시 안에서 제대로 된 교과서로 수업을 하려면 반드시 고시부터 이뤄져야 한다.


사교육의 어떤 부분이 학부모들을 끌어당기는 걸까요? 사교육 시장에서 성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시훈 씨,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2년치 강의 일정의 거의 꽉 차있다고 말합니다.
이시훈/성교육기관 와이미 대표
우리 아이들이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 같은 걸 이용하다가 우연하게 혹은 의도를 가지고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이 될 수 있을 때 우리 아이가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향, 그다음에 가해자도 되지 않는 방향을 설명하는 게 최저선에 대한 교육이고요. 그 외에 이제 아이들도 궁금한 게 있고 불안한 게 있잖아요. 그거를 물어볼 대상이 딱히 없어요. 학부모님한테, 엄마, 아빠한테 묻기에는 일상이 껴 있어서 쉽지 않아. 친구들한테 물어보거나 이제 미디어를 통해서 알게 되면 내용이 좀 자극적이거나 과장된 게 좀 많아.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한테 좀 친근하게 성에 대한 궁금증,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게 그 정보들 안에서 자기 기준을 잡을 수 있게 내용을 설명하는 게 많고요.

우리 아이가 이제 성착취물, 성 표현물이라고 표현하는 그 야한 영상을 보게 됐을 때 너무 좀 빠지지 않게, 적당하게 판단할 수 있게 설명해줘라. 부모인 내가 하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 아이 연애에 대해서 내가 알기가 어렵다. 부모인 나한테 얘기 안 하니까. 거기서 상대가 싫다고 하면 진짜 싫은 거고,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너를 위해서라도. 이런 식의 현실적인 내용 요구도 좀 많이 하시는 편입니다.

학부모들은 무엇 때문에 사교육을 찾는 걸까요?
중학교 1학년 남학생 학부모
남녀 애들을 다 모아놓고 강당에서 할 수 있는 성교육이라면 상식선에서도 두루뭉술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전문적으로 남자애들만, 여자애들만 따로 불러서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학부모
남자랑 여자랑 같이 자면 아기가 생기지, 이렇게 하는 얘기를 듣고 아 정말 모르는구나. 조금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은데 약간 자신이 없어서 전문 선생님한테 들어보면 좋겠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학부모
아이가 저 몰래 또 오픈채팅 하는 걸 알았어요. 그 위험성에 대해 너무 모르고 애가, 그런 걸 이제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막 하더라고요. 여기선 그런 미디어 사용이나 SNS 사용에 대해서도 교육해주고 한다고 해서 신청해서 친구들하고 받게 된 거예요.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성교육 대신 다른 선택, 미성년자에게 정관수술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사실일까?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일부 학부모들도 이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도 자녀의 정관수술을 문의하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성교육기관 관계자들은 이미 사교육 시장에선 공공연하게 떠도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미성년 자녀들의 정관수술, 정말 가능할까? 인근 비뇨기과에 수술이 가능한지 문의했습니다.

A 비뇨기과(음성변조)
누가 어린애를 정관수술 시켜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거는 말도 안 되는, 인권유린이에요, 인권유린. 아직 성장하지 않은 애를 왜 ‘고자’를 만들어요.

취재진이 문의한 비뇨의학과 의사 대부분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습니다.
B 비뇨기과(음성변조)
(정관수술도 같이 하나 해서) 애기를? (네) 혹시 부모님 되세요? (네네, 아내가 물어봐달라고 해서) 그거는 부모님이 서약서 써야 해요”

미성년 자녀의 정관수술에 대해 비뇨의학과 의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황진철/그랜드비뇨의학과 원장
(자녀를 정관수술 시키고 싶다고 문의를 해오는…) 아휴, 그럼요. 실제로 방학 기간에 우리 아이를 좀 수술시켜줄 수 있겠냐, 이제 이런 문의가 좀 있긴 있었습니다. (그땐 어떻게, 돌려보내셨나요?) 아휴 그럼요. 설명 잘 드리죠. 일단 수술하는 거야 비뇨의학과 전문의라면 수술할 수 있겠죠. 그런데 거기에는 윤리적인 문제라든지, 좀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황진철/그랜드비뇨기과 원장
중학교, 고등학교 때 정관수술을 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자녀가 나중에 아이를 가질 시점은 얼마가 되죠? 보통 10년, 20년 이후가 될 겁니다. 그런데요, 그때는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나중에 복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자의 질이(퀄리티) 떨어지고, 그리고 불임 커플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는 겁니다. 확률적으로 아주 높아요.

자녀에게 피임 수술을 시키는 학부모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이시훈/성교육기관 와이미 대표
유학을 보내는데 졸업 파티라든가, ‘홈파티’ 할 때 관계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근데 그때 누구 뭐 임신시켜서 그걸 책임진다, 만다, 굉장히 까다로우니까 그냥 정관수술 시키련다, 이런 분들이 계셨어요.

이충민/성교육기관 푸른아우성 대표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임신에 대한 문제가 생기는 것들을 원천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거죠. 그랬을 때 굉장히, 좀 이렇게 이쪽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씁쓸하죠.

일부 학부모의 그릇된 선택, 올바른 성교육의 부재가 낳고 있는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이시훈/성교육기관 와이미 대표
피임시술을 청소년한테 시키는 건 되게 일부의 경우다. 다만, 그 일부의 학부모 양육자님들의 생각이 굉장히 좀 위험한 선까지 가고는 있다, 그래서 경각심이 좀 필요하다.


성교육을 어디서 받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에서 받았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성과 관련해 알고 싶은 것들을 어디서 알게 됐느냐는 질문엔 대부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알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성에 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성교육. 전문가들은 성교육은 결국 공교육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충민/성교육기관 푸른아우성 대표
여전히 이 역할은 공교육에서 해야 하는 게 맞고…

강민경/초등학교 보건교사
사교육이라고 하면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않고의 교육인데, 공교육이라고 하면 모든 국민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이에요. 그래서 반드시 성교육은 공교육에서 담당해야 하는 교육이 맞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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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기자 (realwa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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