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휴대폰 사용 금지'하면 성적 오를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의 집중력 및 학업성취도 향상 기대”
“청소년 문제 근본 해결책 아냐” 반대 의견도
아이에게 언제 휴대전화를 사줄 것인가.
많은 부모의 고민거리다. 대부분 전문가, 교사들이 휴대전화는 늦게 접할수록 좋다고 강조하지만, 꽤 많은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혹은 늦어도 저학년을 넘기지 않고 휴대전화를 갖게 된다. 아이들의 동선을 실시간 파악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 혹은 친구들과 소통하려는 아이의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사주면서도 부모들은 아이가 게임에 빠지지는 않을지, 유해한 콘텐츠를 접하게 되지는 않을지, 그래서 학업을 게을리하지는 않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여당인 국민당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내놨던 공약이며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취임 후 가장 우선순위로 꼽은 정책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등교하면서 휴대전화를 끄고 가방 속에 넣어 두거나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학부모가 자녀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학교 사무실을 통하면 된다.
다만 학생에게 장애가 있거나 특정 교육을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한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휴대전화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 사용 금지 규정을 어길 시 제재 방식은 학교 재량이다.
뉴질랜드 정부가 이런 정책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학업 성취도에 있다. 지난해 교육연구단체 에듀케이션 허브는 보고서에서 뉴질랜드 15세 아동의 3분의 1 이상이 읽기와 쓰기가 안 되는 ‘문해력 위기’ 수준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교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면 수업 집중도가 올라가 학업 성취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캐나다 퀘벡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도 이미 휴대전화 사용 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온타리오주는 학교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소셜미디어(SNS)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더 적극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스티븐 레체 온타리오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의 주의산만을 유발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모바일 장치 및 소셜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각급 학교에 ‘수업시간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와 카탈루냐주 등에서 미성년자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도 올해부터 교실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각국 정부나 지자체가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재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집중력과 학업성취도 향상이다.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제한 없이 사용하면 자극적인 콘텐츠에 길들어 문해력이 떨어지고, SNS에 중독되어 학생의 본업인 학업에 힘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동·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이 학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여럿 나왔다.
지난달 30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싱크탱크 폴리시익스체인지가 162개 중등학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학교 학생들의 GCSE(영국의 중학교 졸업시험) 점수는 그렇지 않은 학교 학생들보다 평균 한두 단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교육부는 최근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시행하기에 앞서 몇몇 학교에 시범 도입한 결과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텍사스대 공동연구팀은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한 학교의 학생들이 최고 6%까지 성적이 올랐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015년 공개했다.
유엔은 지난해 7월 “모바일 기기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학생들의 사생활을 위협한다”며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학생들의 집중력이나 성적 향상과는 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건강한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의 마릴린 캠벨 교수 연구팀은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의 영향’이라고 발표된 여러 연구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학업 성취도가 향상된 정도가 약간이었고, 개선 효과는 특히 환경이 불우하거나 성취도가 낮은 학생에게 집중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면 성적이 향상된다고 주장한 연구들은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나아졌는지는 측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캠벨 교수는 지난 3월 더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을 때 더욱 불안을 느낀다는 연구도 있다”면서 “따라서 기존 연구결과들은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내 휴대전화 금지의 영향을 두고 의견이 나뉘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더욱 강력한 아동·청소년 휴대전화 제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월 “어린이들의 영상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에 금지나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정부가 가이드라인 설정을 위해 전문가 그룹에 의뢰한 연구 보고서가 지난달 30일 제출됐다.
신경학자와 중독 전문 정신과 의사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은 “3세 미만 영·유아의 경우 TV를 포함한 영상 시청을 전면 금지하고, 3~6세 사이 어린이는 교육적인 콘텐츠를 성인이 동반하에 시청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휴대전화 사용은 11세부터,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은 13세부터 허용해야 하며, SNS 사용은 윤리적인 앱에 한해 15세부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틱톡, 인스타그램 등 상업성이 강한 SNS는 만 18세부터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 그룹은 주장했다.
이런 강도 높은 권고를 한 데 대해 그룹 중 한 명인 정신과 의사 아민 베냐미나는 “화면은 어린이들의 시력과 신진대사, 지능, 집중력, 인지 과정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화면에 대한 중독은 콘텐츠에 대한 중독이며,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에는 일종의 중독성 역학이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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