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기본, 우리말 정복 1천번의 도전

이복진 2024. 5. 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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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회 방송'이라는 대기록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말'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저력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은 다른 방송사에서 보기 힘들어요. KBS는 한국어능력시험도 주관할 정도로 우리말과 문화를 지켜나가는 최첨병, 보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말 겨루기'를 끌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03년 11월5일 처음 방송한 '우리말 겨루기'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40분에 방송하는 시사·교양 문제 풀이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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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대기록 세운 KBS1 ‘우리말 겨루기’
예심 2번… “세대초월 도전”
토종 한국인도 풀기 어려워
‘만점’ 받은 달인 단 73명 뿐
손현철 연출 “시청률 ‘쑥쑥’
아름다운 우리말 더 알릴 것”
박지원 아나운서 “배움 계속
80대도 보청기 끼고 도전”

“‘1000회 방송’이라는 대기록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말’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저력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은 다른 방송사에서 보기 힘들어요. KBS는 한국어능력시험도 주관할 정도로 우리말과 문화를 지켜나가는 최첨병, 보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말 겨루기’를 끌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KBS1 ‘우리말 겨루기’가 지난달 29일 1000회를 맞았다. 2003년 11월5일 처음 방송한 ‘우리말 겨루기’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40분에 방송하는 시사·교양 문제 풀이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어와 관련된 문제를 내고 일반인들이 푸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국어’ 단 하나만 다루지만 토종 한국인도 쉽게 맞히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2003년 11월5일 첫 방송을 한 KBS1 ‘우리말 겨루기’가 지난달 29일 방송 1000회를 맞았다. 손현철 연출가(왼쪽)와 박지원 아나운서는 “시청자의 꾸준한 사랑과 우리말 지킴이인 KBS였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라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말을 더욱 알리고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S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 KBS에서 만난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손현철 연출가(PD)와 진행을 맡고 있는 박지원 아나운서는 “참가자들이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해 문제를 어렵게 낼 수밖에 없다”며 “심지어 국어사전에서 첫 번째 뜻풀이를 내면 너무 잘 맞춰 두 번째나 세 번째 뜻풀이를 제시해야 판별력이 생긴다”고 답했다.

이들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마치 ‘고시 공부를 하듯이’ 준비한다. 칠전팔기(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남)는 기본이다.

“충남 천안에 사시는 80대 도전자가 계셨는데, 매번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셨어요. 그러다 며느님이 보청기를 사준 뒤 바로 합격해 본선에 오르셨죠. 그분이 촬영이 끝난 뒤 ‘다시는 예심을 못 보러 올 것 같다’고 하셨어요. 본선 진출하면 2년간 예심에 도전을 못 하거든요. 나이가 있다 보니…. 예심 문제만 받으면 안 되냐고 하셨죠. 정말 ‘우리말 겨루기’를 사랑하신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재평 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박지원)
‘우리말 겨루기’는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예심을 진행한다. 1차 필기시험을 치른 뒤 2차 면접시험을 진행한다. 2차까지 통과하면 ‘우리말 겨루기’ 본방송에 도전할 기회를 갖는다. 방송에는 통상 4명이 출연하는데 1차 예심에만 6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높은 관심에 2회에 걸쳐 예심을 진행할 정도로 문제 난도가 높은데, 방송에서 모든 문제를 다 맞히는 ‘달인’은 20여년 동안 단 73명만 탄생했다. 퀴즈 프로그램 중 제일 어렵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다.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 중 하나인 아나운서를 업으로 하는 박 아나운서조차 ‘프로그램에 나온 문제 적중률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나도 늘 힘들어서 (얼마를 맞췄는지) 답변을 못 할 것 같다”며 “프로그램 진행 초반 우리말과 싸우러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긴장하며 녹화를 했다”고 답했다.

박 아나운서가 진행할 때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말 겨루기’에서는 문제만 한국어로 하는 게 아니다. 진행자의 말이나 문제 지문도 전부 우리말이다. 일상생활에 녹아 있어 나도 모르게 하는 영어, 예컨대 콘퍼런스룸(회의실)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저런 뜻이 있었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시 한 번 새롭게 볼 수 있는, 우리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잘 사용해 문화유산으로 창조하는, 그런 끊임없는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다양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알려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요.”(손현철)
특히 두 사람은 최근 ‘문해력 심각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제일 좋은 것은 책을 많이 읽게 해야 하는데, ‘TV, 책을 말하다’(2001∼2009)가 KBS에서 방송했지만 중단됐을 정도로 TV에서 책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독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기획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임꺽정’ ‘토지’ 등 대하소설 속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 문맥을 통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추가하려고 합니다.”(손현철)

더불어 8월 국내 출판사와 함께 전국 초·중·고등학생과 선생님을 대상으로 ‘우리말 겨루기’를 할 계획이다. 4주간 방송되며, 학생들의 문해력 상승은 물론이고 학교 자존심 대결도 이뤄져 기대하고 있다. 연말에도 ‘대기획’을 준비 중이다. 손 연출가는 “11월쯤 온 국민의 이목을 끌 만한 판이 벌어진다”며 “소식을 들으면 나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재미와 흥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여년간 꾸준히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아끼지 않았다. 평일 저녁 방송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임에도 시청률은 4∼6%대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12일에는 8.1%(닐슨코리아 기준)를 찍었다. 손 연출가는 “문제 유형을 바꾸는 등 변화를 주면서 최근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도 있지만, KBS 간판 아나운서가 진행을 너무 잘해서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박 아나운서는 손사래를 하며 “애청자 덕분”이라고 공을 시청자들에게 돌렸다.

“그냥 감사하다는 말씀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우리말 겨루기’에 대한 애정이 진행자에 대한 애정으로까지 커져 제가 늘 기운을 많이 받습니다. 지치지 말고 계속 도전해 주세요. 저를 비롯해 제작진 모두가 지원해 드릴 테니 우리말에 대한 공부를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면 좋겠습니다.”(박지원)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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