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 지방선거 대패… 14년만에 정권교체 위기

홍주형 2024. 5. 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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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초전… 수낵 ‘최대 위기’
11개 시장 자리 중 10곳 노동당 압승
지방의회 474석 줄어든 515석 그쳐
브렉시트 후에도 고물가·실업난 지속
보수당지지 유권자 상당수 노동당으로
수낵 총리, 총선 앞두고 입지 큰 타격
지난 2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직선 시장 자리 11곳 중 10곳을 노동당이 차지했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은 전체 지방의회 의석에서 600석 넘게 뒤처지는 등 참패했다. 유럽에 우경화 흐름이 거세지는 반면 영국에선 하반기 열릴 예정인 총선에서 14년 만에 노동당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실망, 팬데믹 이후 경제난 극복 실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리시 수낵(사진) 총리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기뻐하는 노동당 당수 영국 총선의 전초전으로 인식되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둔 4일(현지시간) 이스트 미들랜드 노팅엄셔주 맨스필드시에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당수(앞줄 오른쪽)가 지지자들 앞에서 이스트 미들랜드 광역자치단체 시장으로 선출된 클레어 워드 후보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맨스필드=로이터연합뉴스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5일(오후 1시 기준) BBC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11개 직선 시장 자리 중 티스 밸리 한 곳만 보수당이 승리했다. 지방의회 의석에선 선거가 치러진 잉글랜드(스코틀랜드 제외) 지방 의회 107곳 중 노동당이 이전보다 186석 늘어난 1158석을 확보했다. 반면 보수당은 474석 줄어든 51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중도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보수당보다 앞선 522석을 얻었다.

여당인 보수당으로서는 14년 만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수낵 총리는 보수당 후보로 유일하게 승리해 재선에 성공한 벤 후첸 티스 밸리 시장의 승리에 대해 “시민들이 보수당과 벤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라며 보수당에 남은 신임의 증거로 언급했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후첸 시장)의 승리의 한 가지 교훈은 토리당원(보수당원)으로서 성공하는 유일한 희망은 토리가 아닌 척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후첸 시장이 선거 캠페인에서 보수당 색채를 완전히 지웠으며 심지어 당색인 파란색 옷도 입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총선에서도 (보수당 출마자들이) 보수당이 아닌 척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이라크 전쟁 강행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2010년 정권교체에 성공한 뒤 14년 만에 보수당이 정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여론 주도층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 브렉시트, 팬데믹 이후 경제난 극복 실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체 유럽 경기 침체 등이 보수당 퇴보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에도 그 원인이 된 난민 문제나 경제난 해결에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과 실업난이 지속하고 있다.
49일간 재임하며 최단명 영국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 팬데믹 기간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관저에서 여러 차례 파티를 즐기면서 구설수에 올랐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등 보수당 총리들의 실정도 영향을 미쳤다. 뉴요커지는 “(보수당 집권 14년간) 지배력 있는 인물이나 눈에 띄는 정치 프로젝트는 없었고 대처리즘도 없었다”며 “다섯 명의 총리, 세 번의 총선, 두 번의 재정 비상사태, 1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헌법 위기, 지지부진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TV) 드라마 같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 26% 정도의 표가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지 성향을 잘 바꾸지 않는 영국 보수당 지지층의 특성으로 봤을 때 적지 않은 변화다.

첫 유색인종 보수당 당수이자 영국 총리로 기대를 모았던 수낵 총리가 위기에서 기사회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보수 성향 일간지 더타임스는 “(티스 밸리 시장을 지켜냄으로써) 수낵 총리가 퇴출당하는 모욕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길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수낵 총리가 난민 르완다 이송 법안을 밀어붙이며 정치적 리더십을 보이려 하고 있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당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당은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영국 총선은 법적으로 내년 1월 28일까지 치러져야 하지만 총리가 총선일을 앞당길 수 있다. 수낵 총리는 올해 하반기에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만 언급해왔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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