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 홀렸다…억만장자의 미술관 발칵 뒤집은 김수자의 ‘거울방’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5.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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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의 미술관을 김수자가 만든 순백의 보따리가 품었다.

2일 만난 김 작가는 "전시 제안을 받자마자 거울의 방을 즉각적으로 생각했다. 돔형태인 미술관을 뒤집어 엎은 거다. 세계를 전복시킨다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가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원형의 이 건축 구조를 나는 보따리로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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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사로잡은 김수자 전시 ‘호흡’
피노 컬렉션 간판 작가로 선정
전권 위임받아 거울방 만들어
파리의 관람객들이 바닥에 누고 거울 위를 걸으며 김수자의 ‘호흡’을 체험하고 있다. [김슬기 기자]
억만장자의 미술관을 김수자가 만든 순백의 보따리가 품었다. 김수자의 418개의 거울과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건축물이 만나자 눈 앞에 ‘우주’가 펼쳐졌다.

프랑스 파리의 중심인 파리1구에 있는 사립 미술관인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BdC)이 김수자의 전시로 파리지앵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찾은 미술관에는 남녀노소 다채로운 관람객들이 거울의 방에 매료되어 셀카를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벽에 기대어 홀린 듯 천장과 바닥에 몰입하거나, 누워서 하늘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Bcd는 파리의 옛 상업거래소 건물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리모델링해 2021년 5월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발렌시아가, 구찌 등을 소유한 케링 그룹 창업자이자 근현대 미술품 1만여점을 소장한 유명 컬렉터인 프랑수아 피노(87)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미술관으로 이미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3월말 개막한 BdC의 기획 전시 ‘흐르는 대로의 세상’은 피노의 소장품 중 29명의 1980년대 이후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입구에선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조각한 피카소가 관람객을 맞고, 방마다 제프 쿤스, 신디 셔먼 등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 모두를 품는 작업이 김수자의 ‘호흡(to breath)’이다.

그는 참여 작가 중 ‘카르트 블랑슈’(전권 위임) 프로젝트 작가로 초대받아 전시의 기획부터 실현까지 전권을 부여받았다. 그의 선택은 ‘채움’ 대신 ‘비움’이었다. 1층의 지름 29m 원형 로툰다 전시관을 통째로 비우고 바닥에 거울을 깔았다. 로툰다를 둘러싼 24개의 쇼케이스와 지하전시장에는 보따리, 달항아리, 메타페인팅, 영상 ‘바늘 여인’와 ‘실의 궤적’ 등 44점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파리의 관람객들이 바닥에 누고 거울 위를 걸으며 김수자의 ‘호흡’을 체험하고 있다. [김슬기 기자]
2일 만난 김 작가는 “전시 제안을 받자마자 거울의 방을 즉각적으로 생각했다. 돔형태인 미술관을 뒤집어 엎은 거다. 세계를 전복시킨다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가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원형의 이 건축 구조를 나는 보따리로 봤다”고 말했다. 유목민처럼 살아온 작가의 평생의 화두인 보따리는 모든 것을 품는 도구다. 실제로 거울 위에 서면 인류의 무역 역사를 그린 19세기 프레스코 천장화와 지붕의 원형 창문 속 하늘이 거울을 통해 바닥에 반사되며 한 눈에 담긴다. 순백의 미술관이 하늘을 품고, 내가 그 속에 담기는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그의 거울은 달항아리처럼 두 개의 세상을 하나로 연결한다.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접합하는 달항아리처럼 미술관의 실재와 그림자를 하나로 접합하는 셈이다. 작가는 “이 공간이 나에게는 안식처(Sanctuary) 같다”고 말했다.

엠마 라빈 피노 컬렉션 미술관장은 “안도 다다오가 외관을 만들고 김수자가 체험이 가능한 전시를 구성해 하나의 ‘대화’가 펼쳐진다. 김수자 전시 개막 후 하나의 현상이라 할만큼 굉장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해외 관람객 중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두번째로 많다. 김수자와의 다음 전시도 큰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까지 이어진다.

파리 김슬기 기자

김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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