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6500 회복, 9개월만에 최고... 홍콩ELS 투자자 손실 중 10%쯤 감소

김승현 기자 2024. 5. 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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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침체 등으로 가라앉아 있던 홍콩 주식 시장이 모처럼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국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관심이 큰 홍콩 H지수는 지난 3일 6500대를 뚫으며 올 최저점 대비 30% 넘게 급등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4월 한 달간 7.4% 상승해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주식 시장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 중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과 함께 중국판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내수 활성화 정책 등이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의 부동산 시장 등 불안에 따른 내수 부진이 아직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향후 주가 하락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증권거래소 앞에 중국 오성홍기와 홍콩증권거래소 깃발이 게양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H지수, 31%가량 급등

홍콩 H지수는 지난 3일 1.71% 오른 6547.29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8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1월 22일 올해 최저점인 5001.95보다 31%쯤 올랐다. 홍콩 H지수는 홍콩에 상장한 중국 본토의 50개 우량 기업 주가로 구성된다.

홍콩 상장 주요 76개 기업 주가로 구성된 홍콩항셍지수도 3일 1만8475.92로 거래를 마쳐, 올 최저점인 1월 22일(1만4961)보다 23%쯤 올랐다. 항셍지수는 지난 한 달간 7.4% 올랐는데, 미국 다우(-5.0%), 일본 닛케이평균(-4.9%), 한국 코스피(-2.0%) 등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더욱 눈에 띈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주가 상승세에 대해 “2011년 이후 최고의 한 주를 보내며 지난달에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중국 경제의 오랜 부진 때문에 증시가 추락하며 저평가됐다는 점에 더해, 미국 등 선진시장의 활기가 꺾이면서 대안 투자처로 매력이 부각됐다고 했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 홍콩의 포트폴리오 전문가 켄 웡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가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 저평가 주식을 위한 자산 재배분이 일부 생기고 있고 중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중국판 밸류업·내수부양책도 영향

홍콩 주식 시장의 반등엔 세 가지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중국 경제와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4로 2개월 연속 확장 국면이다. 이 지수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중국의 1분기(1~3월) 성장률도 5.3%를 기록, 시장 전망이던 4.8%를 크게 웃돌았다. 중국 정부는 1월 말 2조위안(약 377조원)의 증시 안정화 기금을 투입했고, 국유 기업의 시가총액 관리를 지시하기도 했다.

둘째, 중국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신(新) 국9조(자본시장 가이드라인)’의 영향이다. 이는 상장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게 주 내용이다. 배당이 저조한 상장사를 특별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패널티까지 마련됐다. 중국 정부가 이런 자본시장 가이드라인을 낸 것은 2004년, 2014년 이후 세 번째인데, 당시도 주가 상승 계기로 작용한 바 있다.

셋째, 중국의 내수 부양책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엔 소비 진작을 위해 중국산 전기차 업체에 유리한 ‘자동차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보조금 시행 세칙’을 발표했다. 곧 다른 소비재 보조금도 발표될 예정이다.

◇국내 홍콩ELS 손실은 감소

홍콩 H지수는 2021년 국내 은행, 증권사가 대거 판매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의 3년 만기가 올해 돌아오는 것과 엮여 있다. 당시 1만2000대던 홍콩H지수가 반 토막 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고객 손실 배상을 위해 약 1조7000억원을 이익에서 떼서 준비해 놓고 있다. 그런데 만기 때 홍콩H지수가 가입할 때보다 일정 수준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고, 은행의 배상액도 줄어들 수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 5곳에서 올 2분기(4~6월)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는 5조2600억원쯤이다. 은행 5곳 추산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6500대가 되면 고객의 예상 손실액은 6000대일 때 2조34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10%쯤 줄어든다. 또 6500대가 계속되면 이 은행들에서 7월 이후엔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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