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진정한 댄스강국"… 파리 홀린 브레이킹 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5. 5.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리 문화올림픽 현장 가보니
루브르·베르사유 등 명소에서
6만여 건 전시·공연 등 펼쳐
한국도 5월부터 '코리아시즌'
브레이킹 공연·오페라·발레 등
6개월간 한국예술 현지서 알려
한국의 댄스 크루 '원밀리언'과 프랑스의 '포케몬 크루'가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브레이킹(브레이크댄스) 합동 공연을 하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미의 상징인 비너스가 팔을 되찾고 테니스, 서핑, 양궁, 농구, 복싱, 창던지기 선수로 변신했다. 100년 만에 다시 열리는 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을 석 달 앞두고 파리 국회의사당에 재해석된 밀로의 비너스 6점이 설치됐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로랑 페르보스의 작품이 1806년 지은 그리스 신전 같은 부르봉 궁전의 주랑 앞에서 아름다움을 뽐낸다.

파리 전역이 올림픽으로 화려하게 물들고 있다. 2일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는 브레이킹, 스케이트보드, 3×3 농구 경기장이 설치되고, 그랑 팔레에는 태권도와 펜싱 경기장이 설치되고 있었다. 올림픽 준비로만 분주하지 않았다. 파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주도로 1세기 전 예술 수도 명성을 되찾기 위해 '문화 올림피아드'를 동시에 열고 있다. 7월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대회 조직위원회가 예술과 스포츠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프랑스 전역에서 선보이는 행사다.

프랑스 기관 150곳에서 2300여 개 문화 예술 프로젝트가 6만개 행사를 선보인다. 무려 2900만유로(약 436억원)를 쏟아부어 사상 최초로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예술의 향기를 입히는 프로젝트다. 루브르박물관에선 고대 그리스 작품들이 피에르 쿠베르탱과 올림픽을 조명하는 전시를, 국립이민역사박물관에선 올림픽과 역사를 다루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의 영화도 상영된다.

운동선수 비너스상이 설치된 프랑스 국회의사당. Assemblee nationale

현지 파리국제공항과 센강에는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파리올림픽 포스터들이 전시되고, 파리를 대표하는 극장과 미술관에서는 스포츠를 주제로한 공연·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창립된 최초의 올림픽 또한 스포츠와 함께 예술도 경기를 치르며 두 날개로 날던 축제였다. 파리 코리아센터에서 만난 도미닉 에르비유 문화 올림피아드 총괄감독은 "우리 영혼과 근육은 분리할 수 없으며 상호 보완되어 완벽을 추구한다"면서 "파리올림픽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스포츠 경기와 함께 제안되는 최초의 올림픽이 될 것이다. 한국 등이 파리에서 예술적 풍요로움을 더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세계 각국은 파리에서 자국 문화를 알리는 쇼케이스도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한국도 파리 문화 올림피아드 참전을 선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림픽 기간 파리를 비롯해 아비뇽, 낭트 등 프랑스 전역에서 5월부터 6개월간 '2024 코리아시즌'을 열어 한국 문화를 알린다. 한국 신예 클래식 연주자들의 '케이-클래식', 국립오페라단·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립합창단의 창작오페라 '처용', 국립현대무용단 '정글', 케이-콘텐츠 박람회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연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번 파리올림픽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이자 문화축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 도시 파리에서 한국 예술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2일 '코리아 시즌' 개막 공연으로 열린 한국의 댄스 크루 '원밀리언'과 프랑스의 '포케몬 크루'가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브레이킹(브레이크댄스) 합동 공연 '어반 펄스 업라이징(Urban Pulse Uprising)'을 관람했다. 유 장관은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백건우 등 주요 인사와 함께했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공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조수미, 나윤선, 국립창극단 등이 무대에 섰던 유서 깊은 극장에는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우산을 든 팬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K팝의 선풍적 인기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원밀리언의 리아킴은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상황에서 댄서로서 정말 의미 있는 공연을 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리야드 프가니 포케몬 크루 예술감독은 "한국은 정말 댄스 강국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미국과 한국이 경쟁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00석이 일찌감치 매진된 무대에서 두 팀은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원밀리언은 폭발적인 호응 속에 BTS·블랙핑크 등 K팝의 히트곡 댄스 릴레이를 펼쳤다. 세계적인 비보이인 포켓은 원드밀, 헤드스핀 등 묘기에 춤을 선보였다. 포케몬은 창작 음악에 맞춰 세련된 브레이킹 댄스를 선보였다. 태극기, 프랑스 삼색기 등 국기를 새긴 옷을 입은 포케몬은 스포츠를 상징하는 안무를 선보인 뒤 오륜기 조명 아래 도열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각자 무대를 가진 뒤 관중의 "배틀, 배틀"을 외치는 환호 속에 펼쳐 보인 댄스 대결은 명불허전이었다. 앵콜 무대에선 BTS 정국의 '스탠딩 넥스트 투 유' 리듬에 맞춰 두 팀이 합을 맞췄다. 객석에선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축사를 한 랑 전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국가가 됐다. 나는 한국 예술의 열렬한 팬이 됐다"고 말했다.

[파리 김슬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