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여기저기서 외치더니…드디어 흑자전환 성공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4. 5. 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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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거래수수료 의존
당근은 광고로 수익 다변화
이용자끼리 중고물품을 직접 교환하는 중고거래 서비스 시장에서 희비가 갈렸다. 국내 중고거래 서비스 1세대 격인 중고나라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반면, 신흥 강자인 당근은 흑자 전환에 성공해서다. 중고 시장은 ‘레몬마켓(소비자가 재화의 품질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불량품만 나돌아다니는 시장)’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실적 차이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5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고나라는 지난해 매출 111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 성장했지만, 적자에서 탈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2021년 유진자산운용,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롯데쇼핑의 공동 투자로 경영권이 바뀐 이래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당근은 지난해 별도 기준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5년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은 1276억원으로 중고나라의 10배 수준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시장의 투명성 확보에서 양사의 차이가 발생했다고 본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에는 비양심적 판매자를 만난 후기가 끊이지 않았다. 중고 거래로 도착한 택배를 뜯어보니 벽돌이 들어 있었다는 식이다. 나름의 정화 노력에도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거래자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이용자 증가를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당근은 이용자가 본인이 사는 동네를 인증하고, 해당 지역 안에서만 직접 물물교환하게 만들어 거래의 신뢰성을 제고했다. 개별 유저가 거래에 참여할 때 보여주는 매너를 ‘매너온도’로 측정하게 한 점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매너온도가 낮은 사람은 아무래도 거래에서 배제되기가 쉽다. 이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 정직하게 거래에 참여하려는 동기가 생긴 것이다.

수익 모델 다변화 여부도 양사의 실적을 갈랐다. 중고나라는 거래 시 발생하는 안전결제 수수료가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이다. 또 다른 중고거래 서비스인 번개장터는 안전결제 수수료 외에도 고가의 상품에 대한 정품 인증과 배송 등을 대신하는 위탁판매 수수료도 받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국내 정서상 이용자 확대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당근은 주요 수익이 광고에서 나온다. 당근은 2018년 동네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중소형 사업자를 위한 ‘지역 광고’를 시작했다. 지하철역 앞에서 종이 전단지를 뿌리거나 아파트 게시판에 광고를 붙이는 것 말고는 가게를 알릴 방법이 없는 소상공인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후 당근은 큰 규모의 광고 집행을 원하는 광고주를 위한 ‘전문가 모드’ 등을 출시하며 광고 서비스도 다양화했다. 당근의 광고주 수는 2020년 대비 2023년에 6배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광고 집행 수 또한 9배로 증가했다. 당근은 지난해 4월부터 제주에서 개인이 자기 판매 물품을 팔 때 구매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타겟팅해서 보여주는 ‘이웃광고’도 시험 중이다. 고객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올 상반기 전국 확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의 글로벌 서비스 ‘캐롯’(Karrot)은 캐나다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 2일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2022년 캐나다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지 2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중고나라를 완전 인수할지 주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1년 유진자산운용과 오퍼스PE가 1100억원을 투자해 중고나라를 인수하는 과정에 300억원을 출자했다. 투자 후 3년이 되는 날까지 중고나라 지분 69.88%를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도 가지고 있다. 콜옵션 만기는 다음달이다. 다만, 롯데그룹이 현재 부실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한다는 점을 비춰 봤을 때 잇달아 적자를 기록한 중고나라를 완전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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