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단 넘어 16·20단···삼성·SK하이닉스 HBM 적층 ‘진검승부’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4. 5. 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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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는 입출력단자 2배로 확대
패키징 고도화·미세공정 필요해
두 회사간 자존심 싸움 격화 전망
HBM4E 다음은 ‘HBM4X’ 거론
SK하이닉스 청주 M15 반도체 공장. <사진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12단(H) 제품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HBM 시장의 적층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12단 HBM을 넘어 16단·20단도 개발계획이 흘러나오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와 맹추격하는 삼성전자의 자존심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7세대 HBM인 HBM4E에 이은 8세대 HBM은 HBM5 대신 ‘HBM4X’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천캠퍼스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변경된 HBM4 12단 양산 일정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2026년에 HBM4 양산 로드맵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앞당기는 것으로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내년 HBM4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어 두 회사간의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는 수순이다.

HBM은 D램을 여러 층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반도체를 뜻한다. HBM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13년 처음 개발했다. 2015년 삼성전자가 HBM2를 내놓았지만, 낮은 시장성 등을 이유로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그러다 SK하이닉스가 2022년 개발한 HBM3이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연산을 돕는 HBM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자연히 시장의 주도권도 SK하이닉스가 잡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 맹추격에 나선 삼성전자는 올해 초 5세대 HBM인 36GB(기가바이트) HBM3E 12H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24Gb(기가비트) D램 칩을 실리콘 관통전극(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한 메모리로 최근 엔비디아에 납품을 사실상 확정짓기도 했다.

역시 HBM3E 12H 제품을 개발중인 SK하이닉스는 올해 5월 샘플을 제공하고 3분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HBM3E 16단 칩 기술을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4 콘퍼런스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두 회사가 내년 개발을 계획중인 HBM4부터는 두 회사간의 자존심 싸움이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HBM3E가 1024개의 입출력 단자(I/O)로 데이터를 전송한다면 HBM4에서는 단자 수가 이보다 2배 많은 2048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D램을 적층한 ‘코어다이’와 인터페이스 기능이 탑재된 ‘로직다이’로 구성되는데, HBM4부터는 로직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전망이다. 비슷한 크기에 단자 수가 확대되는 만큼 더 미세한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는 강점을 활용해 ‘턴키 전략’으로 HBM4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라이벌인 대만 TSMC와 함께 HBM4 개발에 나선다. 삼성전자로서는 HBM 뿐 아니라 파운드리 부문의 라이벌과도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패키징 방식에도 두 회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삼성전자는 필름을 덧대고 열·압력을 가해 칩을 결합하는 ‘TC-NCF’ 방식으로 칩을 쌓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MR-MUF’ 방식을 쓰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각각 자신의 방식을 유지한 가운데 적층 단수가 16단까지 확대되는 HBM4 개발에 나선 것이다.

TC-NCF와 MR-MUF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한계점 또한 명확해 다음 세대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이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 이후 HBM4E·HBM5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20단으로도 적층이 확대될 것”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을 감안해 HBM4E와 HBM5 사이에 ‘HBM4X’라는 단계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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