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길 33일`…머리위 별보다 발밑 꽃에 눈길이 머물렀다

안경애 2024. 5. 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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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홍 전 IITP 원장, '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 출간
부인과 함께 걸으며 만난 꽃, 사람 등 이야기 담아
이상홍 단국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석좌교수
이상홍 단국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석좌교수 <사진=페이스북>

일생 동안 '010101'의 단조로운 숫자가 만들어내는 디지털 세상에서 활동한 '기술장이'는 언제부터 '꽃'과 '길'에 빠져들었을까.

이상홍(69) 단국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석좌교수가 자신의 네번째 책 <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을 내놨다. <우면동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2012)>, <꽃의 향기, 소통의 향기(2013)>, <꽃바위 언덕에 피는 꽃(2018)>에 이어 6년 만에 펴낸 책이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전자계산기공학 석사, 정보공학 박사를 받은 공학자다. 1980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해 1984년 KT로 적을 옮겨 서비스개발연구소장, 컨버전스연구소장, 컨버전스본부장, 서비스기획본부장, 인프라연구소장, 중앙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KT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장과 부원장을 거쳐 KT파워텔 대표도 역임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은 정부 ICT 분야 R&D를 총괄하는 IITP(당시 기관명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기관장을 지냈다.

그런 그는 언젠가부터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됐다. 특히 그의 책에서는 '꽃'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야생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해진 계기는 1991년부터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종합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다. 회사 근처 양재천 주변을 걸으며 만난 꽃들이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후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지역을 여행하든 들꽃에 대한 관찰과 애정을 이어가고 있다.

<우면동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에는 KT 연구원 근무 시절의 이야기와 야생화 이야기 등을 담았다. <꽃의 향기, 소통의 향기>는 KT 파워텔 대표 시절에 직원들에게 쓴 1년간의 '월요 꽃 경영 편지'를 책으로 출간했다. <꽃바위 언덕에 피는 꽃>은 IITP 원장 시절 대전 화암동 청사 주변의 꽃들과 IITP 창립의 애환을 담은 책이었다.

2014년에는 문인협회 수필가로 등단하고, 2019년에는 숲 해설가 자격도 땄다. 이후 몽블랑, 돌로미테를 포함한 알프스, 캐나다 록키, 뉴질랜드 밀포드, 중국 호도협, 일본 다테야마, 오제·니코 트래킹을 쉬지 않고 다닌다. 국내외 유명 둘레길을 걷고, 꽃을 보고, 글로 옮기며 꿈을 나누는 일에 진심이다.

이번에 펴낸 <까미노, 꽃중년이 걸은 꽃길>은 부인과 함께 800km에 이르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체험기인 동시에 길을 걸으며 만난 꽃들에 대한 이야기다. 2018년 4월 18일부터 5월 20일까지 한달 가량 길에서 만나고 접한 것들이 책 속에 담겼다.

그동안 나온 까미노 이야기들과는 차이가 있다. 60대 부부가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해 가며 33일 24시간을 마주보며 지낸 이야기, 까미노 길에 숨어 있는 사연들, 까미노 관련 영화들, 야생 들꽃에 대한 애정으로 정리한 까미노 봄꽃, 별꽃 이야기가 알알이 들어있다. 꽃중년을 위한 완주 전략, 순례길에 들른 스페인 동네 맛집, 순례길에서의 기분 좋은 만남, 피레네 산맥과 오까산 숲길에서 만난 산속 봄 야생화 등이 이야기가 담겼다.

김진상 경희대학교 총장은 추천사에서 "IT에서 성공적인 답을 찾았던 그가 들꽃을 거쳐 이제 길에서 답을 찾고 있다. 답을 찾기 위한 그의 800km 여정을 따라 읽으며 박수를 보내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4월, 5월의 까미노는 청량한 아침 공기, 높고 파란 하늘,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전형적인 스페인의 봄날이었다. 800km의 길은 내 눈길을 빼앗고, 발길을 붙잡는 그야말로 꽃밭, 그리고 꽃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까미노 길가에서 만난 키 작은 별꽃들은 지친 발에 대한 위로였고, 갈리시아의 숲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삼림욕장이었다. 수도자 펠라는 별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걸어 산티아고의 유해를 발견했지만, 나는 봄꽃, 들꽃, 별꽃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산티아고 대성당을 향하는 까미노를 걸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조촐한 출간기념 차담회를 가진 이 교수는 "20년전 신입사원으로 만났던 인연은 기대 이상의 마음을 들고 찾아와 놀랐고, 18년전 주례를 섰던 신부는 중2엄마가 되어 예쁜 꽃다발을 들고 왔다"며 "오셔서 책 구매에 마음을 더해 주신 분들도 고마웠고, 주변에 걷는 일에 진심인 분을 위한 선물용으로 저자 서명을 부탁하신 분, 그리고 본인의 까미노를 위한 진지한 질문 주신 분들 모두가 고마웠다"고 밝혔다.

7일부터 약 20일간 북서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 교수는 "이번에도 아내와 함께 간다. 아내와 같이 다니는 여행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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