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선 근무시간에 ‘바다멍’…“일하면서 노는 맛”

김광수 기자 2024. 5. 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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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열차로 미리 간 해운대 워케이션센터
3박 숙박료 12만원·편의시설 3만원 지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옆 ‘웨이브 해운대 워케이션센터’에서 취재진이 체험하고 있다. 해운대구 직원한테 촬영을 부탁했다.

지난 3일 오후 1시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엔 국내외 관광객이 제법 북적였다. 도보로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끝 지점에 자리한 호텔·아파트단지 ‘엘시티’를 지나 옛 동해남부선 철로인 해운대해수욕장~송정해수욕장(5㎞)을 오가는 해변열차 미포역 정거장에 도착했다. 예약한 1시30분 출발 해변열차에 올랐다. 해변열차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일 오후 해변열차 미포역 정거장에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광수 기자

서서히 움직이는 해변열차 창밖으로 바다가 눈에 계속 들어왔다. 두 정거장을 지나 세번째 정거장(2.9㎞)인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역에서 내렸다. 오후 1시42분이었다. 정거장과 연결된 다릿돌전망대(높이 20m, 길이 72.5m)는 다음달 완공할 예정인데 일부 구간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허용했다. 전망대에 올라 강화유리 투명바닥 아래를 보니 아찔했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높이 20m)에서 관광객들이 아래를 보고 있다. 김광수 기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정거장에 해변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김광수 기자

다릿돌전망대에서 보이는 3층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외벽에 ‘웨이브 해운대 워케이션센터’ 글자가 보였다. 3층 관광안내소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내려가니 40㎡ 남짓한 워케이션이 나왔다. 대형 유리창 너머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졌다.

워케이션센터엔 업무용 탁자와 의자, 빔스크린, 사물함, 주방시설 등이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을 폈다.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고개를 드니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파도로 된 바닷길을 만들며 왔다 갔다 했다. 해운대구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2일부터 예약을 받고 있는데 수도권 기업체 직원 3명이 신청을 했다. 보름여 뒤면 첫번째 이용자가 이곳을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옆 ‘웨이브 해운대 워케이션센터’에서 취재진이 체험하고 있다. 해운대구 직원한테 촬영을 부탁했다.

오후 2시42분 해변열차를 타고 종점인 송정역 정거장에 내렸다. 오후 2시49분이었다. 미포역 정거장 방향 도보 3~5분 거리의 4층 건물에 도착했다. 3층에 올라가니 80㎡ 남짓한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두번째 해운대 워케이션센터 ‘홀리라운지’였다. 대형 투명 유리 너머로 송정해수욕장이 다가왔다. 창밖을 바라보며 노트북을 폈다가 4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의자에 앉아 조용한 바다를 보는 ‘물멍’을 했다. 신성재 홀리라운지 대표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시끌벅적하지만 송정해수욕장은 조용한 편이어서 워케이션 장소로는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워케이션센터를 잘 운영해서 서퍼들의 성지로 불렸던 송정해수욕장이 되살아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변열차 송정역 정거장 근처 해운대 워케이션센터 ‘홀리라운지’에서 취재진이 체험하고 있다. 송정해수욕장 앞 옛 동해남부선 철로에 해변열차가 다니고 있다. 사진은 해운대구 직원한테 부탁했다.
해변열차 송정역 정거장 근처 해운대 워케이션센터 ‘홀리라운지’ 옥상에 가면 송정해수욕장이 보인다. 김광수 기자

워케이션은 일(work)을 하면서 휴식(vacation)을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방식이다. 부산엔 부산역 옆 아스티호텔 24층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와 이 거점센터의 위성센터 4개가 있다. 이곳들은 인구소멸지역인 중·동·영도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산시가 지난해 2월부터 차례로 만들었다.

해운대 워케이션센터는 해운대구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추진했다. 지난해 5월 행정안전부 ‘고향올래 공모사업’에 지원했다. 같은해 8월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1억5천만원을 확보했다. 해운대구는 1억5천만원을 보탰다. 3억원 가운데 1억여원을 들여서 다릿돌전망대 워케이션센터를 만들었고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던 홀리라운지 3층을 워케이션센터로 개조했다.

해운대 워케이션센터는 나름의 강점이 있다. 연간 1천만명이 찾는 해운대해수욕장과 연간 35만명의 서퍼가 찾는 송정해수욕장과 가깝다. 15~30분 간격으로 오가는 해변열차를 타면 40분(편도 20분) 만에 두 해수욕장을 오갈 수 있다. 철길 해변라인을 따라 동해를 감상하거나 아스팔트 도심에서 벗어나 시원한 바닷가를 거닐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해운대 워케이션센터를 고려할 만하다.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다양한 편의시설과 해양레포츠, 엘시티 워터파크 등은 덤이다.

해변열차 송정역 정거장 근처 해운대 워케이션센터 ‘홀리라운지’. 김광수 기자

해운대 워케이션센터는 부산이 아닌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체 임직원들이 무료 사용할 수 있다. 해운대구가 지정한 객실 30개 이상을 갖춘 숙소 8곳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3박 이상 머무는 조건으로 12만원을 지원한다. 해변열차·해양레포츠 등 이용권을 3만원까지 할인해주는 바우처도 지급한다.

해운대구는 워케이션센터 이용객들한테 숙박료와 편의시설 할인권을 지원하면 훨씬 더 많은 소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올해 5~12월 해운대 워케이션센터 두 곳을 방문하고 3박 이상 해운대에 머무르는 이용객 300명 이상을 유치하려 한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워케이션센터 효과가 크기 때문에 올해 목표한 인원을 초과하면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부산 외 지역 기업체 직원들에게 숙박료를 지원하려고 한다. 해운대를 국내 대표적인 워케이션 거점지역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엘시티 앞. 김광수 기자
송정해수욕장 앞 송정역 정거장에서 해변열차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김광수 기자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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