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흑보리의 깊은 고소함에 매료되다

황지원 기자 2024. 5. 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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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으로 이뤄진 제주는 물이 잘 빠지는 탓에 논농사가 발달하지 못했다.

사라져가는 토종 흑보리를 새로운 먹거리로 탄생시키며 우리 곡물을 지키고자 힘쓰는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호연팜(대표 김효선)을 찾아가봤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으로 제주에서 재배되는 토종 흑보리가 있다.

자라난 보리알은 토종 흑보리를 지키려는 제주 농민에게 전해져 제주에 흑보리 물결을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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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조물 우리곡물] 제주 ‘호연팜’
사라져가는 ‘고유 품종’ 되살려
500평 규모 재배…직접 로스팅
대체커피·디저트 등 메뉴 다양

현무암으로 이뤄진 제주는 물이 잘 빠지는 탓에 논농사가 발달하지 못했다. 대신 제주 사람들은 보리를 주식으로 삼았다. 특히 제주엔 토종 흑보리가 있다. 사라져가는 토종 흑보리를 새로운 먹거리로 탄생시키며 우리 곡물을 지키고자 힘쓰는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호연팜(대표 김효선)을 찾아가봤다.

농업회사법인 호연팜이 길러낸 제주 토종 흑보리.

안토시아닌 풍부한 흑보리=익어가면서 점점 짙은 검은색을 띠는 흑보리는 노폐물 배출을 돕고 혈관을 건강하게 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일반 보리보다 4배나 많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이런 흑보리 효능에 주목해 ‘흑누리’ ‘흑나래’ 등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것을 지원해왔다.

흑보리는 제주를 비롯해 경기 양평, 충남 금산·홍성, 전북 정읍·고창, 전남 고흥·무안 등에서 재배된다. 쌀보리나 겉보리·맥주보리에 비하면 생산량이 적다. 흑보리는 쌀과 섞어 밥을 지어 먹어도 되고, 여러 업체에서 보리차·보리떡 등으로 가공·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으로 제주에서 재배되는 토종 흑보리가 있다. 수율이 높지 않아 점점 사라져가고 있던 것을 2007년 한 농민단체가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토종 흑보리 종자를 하나씩 구해다 밭에 심었다. 자라난 보리알은 토종 흑보리를 지키려는 제주 농민에게 전해져 제주에 흑보리 물결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제주에서 토종 흑보리농사를 짓는 농가는 채 5가구가 되지 않지만 의미 있는 노력으로 평가받는다. 흑보리는 제주에서 ‘먹보리’라고 불리곤 한다.

농업회사법인 호연팜이 운영하는 콜체스카페에선 보리밭을 보며 제주 토종 흑보리로 만든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먹보리 크림 라테, 먹 콘파냐, 먹보리 대체커피, 먹 티라미수.

토종 흑보리로 만든 대체커피와 디저트=호연팜은 흑보리 대체커피를 만든다. 1652㎡(500평) 규모의 밭에서 흑보리를 재배하고, 그 옆엔 ‘콜체스카페’를 세워 흑보리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한다. 흑보리를 로스팅한 뒤 이를 가루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식이다. 일부 메뉴엔 흑보리 튀밥이나 삶은 흑보리알이 들어가 고명 역할을 한다.

대표 메뉴는 흑보리와 치커리를 활용해 커피맛을 재현한 ‘먹’이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 때문에 마시기 꺼리는 사람들에게 좋다. 보리라는 얘기를 듣지 않으면 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라고 누구나 생각할 만한 맛이다. 이밖에 우유를 넣은 ‘먹 라테’, 흑보리 미숫가루인 ‘먹보리 크림 라테’, 흑보리 가루를 섞은 크림을 올린 ‘먹 아인슈페너’와 ‘먹 콘파냐’가 있다. 또 커피 가루 대신 흑보리 가루로 맛을 낸 ‘먹 티라미수’까지 손님을 맞는다. 흑보리의 고소함이 메뉴 하나하나에 배어 있다.

김효선 대표는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부모님 고향인 제주로 2020년 귀농했다. 처음엔 흔한 맥주보리를 재배했지만 사라져가는 토종 작물인 흑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토종 흑보리 종자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에서 구할 수 있었다. 흑보리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 생각하다 떠올린 게 대체커피였다.

“시중에 있는 대다수 보리 커피는 수입 보리를 사용하거나 커피 향료를 첨가하더라고요. 국산 보리를 사용해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보리로 대체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제주 흑보리 대체커피 ‘먹’은 콜체스카페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 전국으로 판매 중이다. 지난해엔 직접 농사지은 보리가 부족해 제주도 내 다른 농가에서 흑보리를 사들여 사용하기도 했다. 판매할 곳이 없어 흑보리 재배를 줄이고 있는 농가에게 새 판로를 제시해 토종 흑보리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콜체스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공간을 넘어 흑보리를 알리는 장소가 됐다. 카페 방문객은 밭에 심긴 흑보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음료를 마시며 흑보리의 맛도 알게 된다.

“아직은 사람들이 흑보리에 대해 잘 모르는 게 안타까워요. 흑보리를 활용한 메뉴를 더 많이 개발하고 백화점이나 여러 온라인 상점에 입점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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