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랜드 "스토리는 좋은데, 콘텐츠가 빈약해"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로 유명한 故 토리야마 아키라의 단편 만화 샌드랜드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오픈월드 액션 RPG '샌드랜드'가 출시됐다. 토리야마 작가가 갑작스레 타계한 만큼 그가 마지막으로 검수한 게임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토리야마 작가가 직접 검수한 덕분일까. 원작을 잘 구현해냈다. 게임만의 오리지널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콘텐츠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샌드랜드지만, 스토리 몰입감은 한편의 만화책을 읽는 기분을 선사한다.
원작이 있으니 당연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게임이란 콘텐츠 특성상 이를 잘 녹여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단순히 이야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로 유저에게 재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종합적으로 샌드랜드를 재밌는 게임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스토리를 잘 녹여냈다고 해도 콘텐츠적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상당했던 탓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가장 큰 차별점이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는 콘텐츠인데, 가장 중요한 콘텐츠가 약점이다.
원작이 단행본 한 권 분량이라서 샌드랜드 첫 공개 당시부터 게임으로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물론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는 재미는 있지만, 콘텐츠로서의 재미는 다소 지루하게 전개된다.
장르 : 오픈월드, 액션 RPG
출시일 : 2024년 4월 24일
개발사 : ILCA
유통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 PC, 플레이스테이션 4/5, Xbox X/S
■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메카 액션
샌드랜드는 메카 액션에 중점을 둔 ARPG다. 메카닉을 활용한 액션 게임은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인데, 샌드랜드는 캐주얼하면서도 손맛 좋게 구현해냈다. 포격할 때 느껴지는 진동 등 게임을 더욱 재밌게 즐기기 위해 패드를 권장한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메카를 활용해 진행된다. 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이 벨제붑이 직접 전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메카를 활용한다. 이런 구조상 메카의 경험이 곧 게임의 재미와 직결된다.
메카 기반의 전투는 독특한 조작감과 호쾌함이 뛰어나다. 패드를 통해 전달되는 손맛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메카를 사용하는 재미도 있다. 각 메카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뚜렷한 개성을 가졌다.
전투에 특화된 배틀 탱크부터 절벽과 높은 바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점프 메카, 유사(流砂)에 빠지지 않는 기동성에 특화된 모터바이크 등 저마다 용도와 쓰임새가 다르다. 메카를 적재적소에 바꿔 타는 게 샌드랜드 공략의 핵심이다.
모듈식으로 부위를 교체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도 재미를 더한다. 배틀 탱크의 포대를 개틀링건을 사용하거나, 기관총을 다는 등 유저 입맛따라 각 메카를 원하는 방식으로 꾸밀 수 있다. 스티커나 마크 등의 꾸미기 요소도 당연히 존재한다.
단순히 커스터마이징에 그치지 않는다. 꾸준히 재료를 모아 메카 자체의 레벨을 높히고, 각 파츠는 상위 단계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런 재료 파밍이 샌드랜드의 유일한 동기부여 요소다. 더 좋은 메카를 만들기 위해 샌드랜드 세계를 돌아다녀야 한다.
커스텀에 따라 플레이 패턴이 바뀌지만, 전반적인 전투 방식은 평이하다. 초반에는 "손맛 좋은데"라는 감탄이 후반에는 "끝까지 이렇게 진행되나"라는 의문으로 바뀐다. 클라이맥스 전투임에도 박진감이 부족하다.
벨제붑이 직접 전투하는 근접전은 크게 맛이 떨어진다. 메인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의무적으로 넣은 느낌이 강하다. 조작감도 그렇고, 대미지 등 메리트적인 측면에서도 '굳이'라는 의문이 남는다.
벨제붑 본인부터 동료까지 다양한 스킬트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크게 쓰임새가 없다.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 없어도 진행에 지장이 가진 않는다. 찍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정도의 수준이다.
■ 빈약한 오픈월드, 탐험할 동기부여도 약하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도 새로움은 없었다. 데모에서 진부함을 깨지 못한 오픈월드 콘텐츠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그 진부함을 깨지 못했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오픈월드를 탐험하게 만들 동기를 크게 제공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메카의 소재나 파츠 등이 보물상자에 담겨져 오픈월드 곳곳에 숨겨져 있다. 하지만 스토리만 진행해도 기믹 해결에 필요한 메카와 파츠는 모두 얻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굳이 나서서 보물상자를 찾아야 할 동기가 없다.
마음을 다 잡고 보물상자를 찾으러 다니려고 해도 그 결심이 오래가지 못한다.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고, 템포가 상당히 루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물상자를 찾는 과정에 퍼즐 등의 기믹이 재밌게 섞여있지도 않다.
높은 언덕 위에 올려놓은 보물상자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얻을 수 없는 보물상자도 초반부터 다수 등장한다. 해당 조건을 만족시킨 뒤 다시 해당 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수가 선호하지 않는 '뺑뺑이' 콘텐츠다. 마음을 먹어도 금방 꺾인다.
결과적으로 오픈월드로 설계된 맵이 굉장히 넓은 반면, 내용물을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비어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맵마다 수백 개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다곤 하나 그뿐이다. 부가 임무가 다채로운 편도 아니다.
세계관 자체가 황량한 사막 폐허 위에서 펼쳐지는 모험이다 보니 시각적으로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 지루하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면 사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그 초반의 지루함을 넘기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데모 버전에서 지적된 '유비식 오픈월드'라는 오명을 결국 벗지 못했다.
■ 토리야마 작가 그리움이 아니라면 세일을 기다리자
결과적으로 콘텐츠가 아쉬운 게임이다. 원작에 새로움을 더한 흥미로운 스토리, 메카를 활용한 다채로운 액션 등 샌드랜드라는 게임이 갖고 있는 장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세계관을 확장하며 넓혀 놓은 오픈월드 전체를 아우르기엔 빈약하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스피노 마을, 그리고 이를 활용한 각종 꾸미기 요소 등 세부적인 콘텐츠도 있지만, 핵심 콘텐츠라고 보기엔 부족하다. 벨제붑의 방 꾸미기도 환기성에 가깝다.
뛰어난 원작 스토리 고증과 연출로 극찬받았던 '드래곤볼 Z 카카로트'처럼 차라리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 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샌드랜드의 장점은 결국 토리야마 아키라의 화풍, 그리고 특유의 감성과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의 화풍과 스토리를 잘 담아냈고, 이후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통해 확장된 세계관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뚜렷하다. 토리야마 아키라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남아있는 지금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샌드랜드가 6만9800원짜리 풀 프라이스 가격의 게임으로서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부정적인 답변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당장 즐겨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아닌 유저는 다음 할인 이벤트를 추천한다.
1.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 특유의 화풍을 훌륭히 재현
2. 뛰어난 원작 고증 및 흥미진진하게 확장된 게임 오리지널 스토리
3. 다양한 메카를 골라 사용하는 재미와 뛰어난 손맛
4. 플레이어 입맛대로 꾸미는 메카 커스터마이징 및 꾸미기 요소
1. 넓은 오픈월드에 비해 알차지 못한 내용물
2. 타격감 및 메리트가 부족한 근접 전투와 스킬트리 시스템
3. 초반과 후반이 다르지 않은 전투 양상
4. 보물 상자를 찾으러 다니는 과정이 루즈하고 피로도가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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