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 새 주역은 군함? 캐나다·호주가 눈독 들인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5. 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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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K방산이 새로운 아이템을 내세워 무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바로 군함이다.

군함의 판매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군함은 육군의 중화기보다 훨씬 복잡한 체계를 갖췄고, 그만큼 부가가치도 크다.

잠수함 1척을 수출하면 고급 승용차 2만대를 판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정도다.

폴란드와 중동 등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둔 K방산의 새로운 주역으로 군함이 꼽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경험, 영향력을 지닌 선진국 업체와 정면대결한다는 점에서 수출 관련 역량을 단기간 내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수상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캐나다 등에서 잠수함 수주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해협 위기는 세계 각국이 해군력 강화에 나서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선진국 조선소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은 2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 군함 수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잠수함 수출과 관련,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 장보고-Ⅲ 배치(batch)2를 기본모델로 제시했다. 배치(Batch)는 동형 함정을 만드는 묶음 단위로 숫자가 높으면 성능이 더 좋다.

배치2는 도산안창호급(배치1)의 규모와 성능을 키운 형태다. 배수량은 3700t으로서 최신 소음 저감 기술이 적용됐다. 

잠수함에 적용되는 최신 리튬전지체계는 배치2의 수중작전능력을 대폭 높인다. 

기존 납축전지보다 잠항거리는 160%, 최대속도 가동시간은 300%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국내 개발된 리튬전지체계는 선체 하부의 전·후방에 280개씩 설치, 중량과 무게중심을 맞춘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대는 6개에서 10개로 증가한다. 기존 원형 음파탐지기는 말굽 형태의 신형으로 바뀐다. 이를 통해 탐지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지난 4월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에서 한화오션 부스에서 관계자가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을 소개하고 있다. 창원=뉴스1
국산화율도 80%에 달한다. 국내 개발된 전투체계는 표적 탐지 등의 성능을 더욱 높였다.

한화오션이 배치2를 기본모델로 설정한 것은 기술적 신뢰성 때문이다.

거액을 들여 잠수함을 구매하는 외국 해군은 예산 낭비를 막고자 기술적 신뢰성과 사용이력 등을 중시한다. 한국군에서도 쓰지 않은 잠수함은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장보고급 잠수함은 한국 해군이 도입하고 있고, 기술적 개량도 이뤄지고 있다. 장보고-Ⅲ 배치2는 그중에서도 최신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이를 활용하면 잠재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면서 개발비 및 생산비 절감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등에선 ‘한화오션 수출형 1400t 모델’이 공개됐다. 외형은 장보고-Ⅰ(장보고급) 또는 인도네시아 수출형인 나가파사급과 유사하다. 대신 리튬전지체계 등 장보고-Ⅲ 배치2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이 포함됐다.

‘한화오션 수출형 2000t 모델’도 개발중이다. 장보고-Ⅲ 배치2는 북한군을 주적으로 설정한 함정이라 가격이 매우 비싸고 크기도 크며 고성능이다. 

수출을 위해선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국산 장비 비중을 늘리고, 불필요한 기능을 제외해 함정을 소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이었던 시절 도산안창호급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였던 DSME 2000t 잠수함 수출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4월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4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에서 한화오션 부스에서 관계자가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을 소개하고 있다. 창원=뉴스1
이와 유사한 형태로 SLBM을 원치 않는 국가를 위해 수직발사대를 제거하고, 연안작전능력을 더욱 강화하며 국산 장비와 전투체계 사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건조 공기를 단축하고 핵심기술에 투자하는 작업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준비를 토대로 한화오션은 캐나다, 폴란드 등의 잠수함 사업에 나설 태세다.

캐나다는 신형 3600t급 잠수함 6~12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지·보수를 감안하면 최대 60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세부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2027년쯤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자로는 일본 미츠비시 중공업과 독일 TKMS, 프랑스 나발 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가 거론된다. 

캐나다에서 잠수함은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장기간 초계를 해야 한다. 대형 잠수함이 더 적합한 셈이다. 

나발 그룹은 호주 잠수함 사업에서 프랑스 핵추진잠수함 바라쿠다에 재래식 동력을 탑재한 4500t급 잠수함을 제안했다. 

호주가 오커스(AUKUS)에 가입하며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결정해 백지화되긴 했지만, 캐나다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기종이다. 한국의 가장 큰 잠재적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오션 부스에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모형이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폴란드도 러시아산 킬로급 잠수함을 대체할 3600t급 잠수함 사업을 추진중이다. 사업 규모는 8조원대다. 올해 7월에 잠재 후보 중 일부를 추린 뒤 내년 전반기에 계약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도 잠수함 2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은 잠수함 운용경험이 거의 없고, 작전 해역이 연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1400t급 잠수함이 제안될 수 있다.

잠수함 수주를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유럽 조선소는 시장을 선점하고 잠재적 고객이 제시하는 요구성능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후발 주자인 한국은 유럽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패키지를 잘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매국이 어려움 없이 잠수함 전단을 꾸릴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전과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수함 기지 건설, 승조원 교육, 현지 창정비, 노하우 축적을 위한 합동훈련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잠수함에 쓰일 무장도 변수다. SLBM 판매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과 관련이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구매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직접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국산 SLBM이 MTCR을 위반하지 않도록 개조할 필요도 있다. 구매국이 미국산 토마호크나 유럽산 순항미사일 탑재를 요구했을 때, 미사일 제조국 정부와의 협상도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와 군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 해군 대구급 호위함 천안함이 시험항해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호주 호위함 경쟁 ‘꿈틀’, 해결과제도 많아 

호주도 대규모 건함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1996년부터 10년에 걸쳐 도입한 독일산 안작급 호위함을 대체하는 3000t급 호위함 11척을 건조하는 것이다. 구매국에서 3척, 호주에서 8척을 만들 예정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대응해 호바트급 구축함 3척을 2020년에 도입한 호주는 헌터급 구축함 6척 추가 건조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신형 호위함 확보에 나섰다.

호주가 밝힌 호위함 사업 후보는 한국의 대구급(울산급 배치2), 스페인 나반티아의 알파(ALFA)급, 독일 TKMS의 A200급, 일본 미츠비시의 모가미급이다. 모두 3000t 안팎의 배수량을 지녔다.

한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대구급을 만든 경험이 있다. 따라서 양측 모두 참여가 가능하다. 이번 사업의 최종 계약은 내년 말로 예상된다.

대구급 호위함은 엔진 소음을 크게 낮추고 음파탐지기 성능을 강화했다. 적 레이더에 포착되는 크기를 줄이는 스텔스 성능도 높아졌다. 8척이 해군에 인도됐으며, 태국과 필리핀에도 수출됐다.

호주 사업에서 경쟁할 후보들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스페인 나반티아와 독일 TKMS는 호주 해군 호바트급 구축함과 안작급 호위함을 만든 업체다. 호주 해군 특성을 파악하고 맞춤형 옵션을 제시하는데 유리하다는 평가다.

일본 미츠비시의 모가미급은 정확한 성능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수출 경험도 없다. 반면 광활한 면적의 영해를 지킨다는 점에서 호주와 일본은 공통점이 있다. 함정 설계 개념 등에서 이같은 부분이 반영될 수 있다.
호주 해군 안작급 호위함 아룬타함이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호주 사업은 한국의 전투함 수출에서 중대한 고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군수지원함은 뉴질랜드나 영국 등에 수출한 적이 있으나 전투함은 필리핀, 태국, 페루, 인도네시아(잠수함) 등 개발도상국에 집중된 모양새다.

이들 국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선체는 크지만 무장과 센서 등은 기본적인 수준에서 전투함을 주문했다. 

호주는 다르다. 유럽 기업들은 수출 경험이 풍부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반영한 해군 함정 건조도 가능한 글로벌 방위산업체다. 잠재적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이를 위해 어떤 옵션을 제시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호주도 첨단 기술 활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수주하려면 경쟁자들보다 더 촘촘한 수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함정 건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술, 첨단 전자기술 등의 이전과 더불어 호주가 원하는 제3국 무장의 체계통합을 포함한 옵션도 충실히 갖춰야 한다. 호주 조선산업 진흥에 유용한 민간 분야 산업협력 등도 고민해야 한다.

유럽·일본 업체와의 공개경쟁에서 승리한다면 한국의 호위함은 그 성능을 인정받는다. 중동을 비롯해 재정적 여유가 넉넉한 국가에 고성능 전투함을 수출하는데 힘을 얻게 된다. 

동남아나 남미에 국한된 수출 범위가 한층 넓어지는 셈이다. 호주의 호위함 사업이 K방산에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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