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알려진 정보라도 유기적 조합했다면 영업비밀”

유종헌 기자 2024. 5. 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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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려진 정보를 조합해 만든 공정 흐름도라도 전체 구성과 구조가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5명과 이들이 설립한 회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 전경. /뉴스1

A씨 등은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B사에서 임원, 연구진 등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뒤 2016년 경쟁사를 차리고, B사에서 빼낸 자료로 가정용 맥주 제조기를 개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선 맥주 제조기의 공정 흐름도를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공정 흐름도에 담긴 정보는 통상적인 맥주 제조 순서 혹은 기존에 출시된 타사 제품의 공정 순서를 종합한 정도로,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공지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공정 흐름도는 전체 자동화 공정 순서를 정리하고 있을 뿐이고, 공정 흐름도에 포함된 맥주 제조 관련 정보가 논문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피해 회사의 미국 시장 조사 보고서를 이용해 사업기획서 파일을 작성한 혐의 등은 유죄로 봤다. 1심은 이들에게 벌금 750만~1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2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4명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이 공정 흐름도를 유출한 혐의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 회사의 가정용 맥주 제조기를 구성하는 개별 구성 부분들이 기존의 타사 제품에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해도,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한 피해 회사 가정용 맥주 제조기의 전체 구성과 유로의 구조는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정 흐름도가 알려진 정보를 조합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조합이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피해 회사 제품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적으로 이를 입수하기 어렵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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