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삿속 없는 명품축제'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

광주=손대선 기자 2024. 5. 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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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앞두고 행사 찾은 시민들 "무료~무료~또 무료" 감탄사
고물가 속 저렴한 먹거리 등 축제 물가에 '엄지 척'
광주 도예가들 "이문 남기기 보다 시민에게 더 가까이"
4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 도자공원에서 열린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 도자 체험 부스에 점토로 컵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 사진 = 손대선 기자
[서울경제]

“어린이날 연휴에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다양한 무료 체험행사라니요. 명품 도자에, 명품 축제입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2시께 경기 광주시 곤지암 도자공원에서 만난 유모씨(34·여)는 도자 체험에 여념이 없는 아들 손다울(6)군과 여울(4)양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봤다. 고사리손들이 점토를 주무르자 어설프지만 컵과 쟁반, 주전자의 형태가 조금씩 갖춰졌다. 아이들 옷과 얼굴은 흙투성이가 됐지만 가족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당초 연휴동안 가족여행을 준비했다는 유씨는 하필 어린이날 당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대안’으로 자택이 있는 화성시와 가까운 광주시를 찾았다. 때마침 광주시가 주최하는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 본행사가 도자공원에서 개막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행사장을 찾은 유씨 가족은 경기도자박물관 앞 대공연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에 금방 빠져들었다. 특히 도자 체험이 대부분 무료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맨발로 점토 반죽하기, 흙 높이 쌓기 가족경연대회, 컵 만들기, 물레 체험 등의 프로그램은 모두 광주시와 광주 도예가들이 실비를 마련해 무료로 진행됐다. 빚은 도자는 그대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고, 약간의 비용만 추가하면 가마에서 직접 구원 집까지 배달해준다. 다른 지자체 도자축제에서는 체험만 해도 개별 부스에서 통상 3만원을 요구하기에 부담이 적지 않은 터였다.

유씨는 “여러 축제를 다녀봤지만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체험 행사는 많지 않다. 이곳에서는 큰 비용 부담이 없는데다 체험 시간도 넉넉하게 준다. 어린이날 연휴에 제대로 힐링하고 간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 도자공원에서 열린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 흙밟기 체험 부스에서 3대 가 뛰어놀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유 씨뿐만 아니다. 용인에서 아홉 살 딸아이와 행사장을 찾은 김 모 씨(49·여)는 “축제장을 와보면 아이들 성화에 체험 프로그램만 서너 개 돌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다 보면 체험비가 나들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흔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 “겉으로는 ‘시민중심 축제’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장삿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지자체 행사가 많아 불쾌했던 경험이 많았다”며 “광주 축제는 그런 면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무료 체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축제 운영 방식에도 큰 만족감을 내보였다.

수원에서 왔다는 정모(41·여)씨는 “체험 프로그램도 좋지만 임금님 진상식 같은 화려한 공연도 좋았다.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마친 임금님과 대신들이 체험 부스를 일일이 찾아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조언도 건네는,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한 "국수나 소고기 새싹 비빔밥, 김치전 같은 음식 값이 대부분 1만 원 대 이하여서 큰 부담 없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 도자공원에서 열린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 왕실다도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 = 손대선 기자

두 아들과 행사장을 찾은 김 모(44)씨는 “지역축제하면 떠오르는 고성방가가 일상인 야시장이 없어서 좋다”며 “작년에 수원 축제만 해도 바가지 요금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이곳 행사장에는 축제 먹거리 요금 신고센터가 있어서 그런지 음식의 질과 양이 합리적인 것 같다"고 반색했다.

초벌페인팅 부스를 운영하는 대성공예 문명옥(76) 대표는 올해로 27회 째를 맞는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표는 “광주 도자는 조선시대 궁궐에만 들어가는 도자였다”며 “인근 이천이나 여주는 서민들을 위한 도자를 생산했다면, 광주 도자는 왕실만을 위한 도자, 명품도자로 인정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에서 용, 독수리, 거북이 등 형상의 도자 30 여 점을 선보이는 그는 이날 판매는 제쳐 놓고 체험 부스에서 아이들에게 광주 도자의 매력을 알리는데 공을 들였다.

10대 후반 나이 때부터 도자에 매진해왔다는 그는 “오늘 행사는 광주도자의 역사와 깊이, 세계성을 알리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광주 도예가들도 이문을 남기기 보다는 다양한 무료행사를 통해 시민에게 더 가까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 도자공원 대공연장에서 ‘왕실도자 진상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방세환 광주시장은 “지난해 9월 미국 CNN 방송에서 18세기 말 광주 금사리 가마에서 제작된 달항아리 특성과 매력을 집중 조명했다”며 “최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달항아리 1점이 450만 달러(한화 60억 원)라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것을 보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방 시장은 오후 4시께 열린 본행사 개막식에서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도자기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인기에 광주왕실 달항아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27회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가 달항아리를 비롯한 광주왕실 도자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세계 속으로 전통적 가치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가 열리는 곤지암 도자공원이 44만㎡의 넓은 공간이다 보니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 외에도 다양한 구경을 할 수 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도자박물관을 비롯해 스페인조각공원, 엑스포 조각공원, 모자이크 정원, 전통공예원, 도예쇼핑몰, 갤러리 카페 등 다양한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즐길 수 있다. 광주왕실도자컨퍼런스 행사 기간 중 도자박물관 외부를 활용해 왕실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담은 미디어 파사드 야간 경관 전시 프로그램이 주말과 공휴일에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체크해두면 좋다. ‘빛나는 조선 왕실도자, 광주가 빚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오는 15일까지 계속된다.

광주=손대선 기자 sds11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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