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이면 다른 차? 아니, 이 정도면 잘~샀다[정우성의 일상과 호사]

기자 2024. 5.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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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부터 SUV까지…지극히 현실적인 자동차 추천
폭스바겐 골프 더 높아진 완성도 스포티한 실루엣 베스트셀러 ‘나야 나’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자동차 리뷰 영상을 올리면서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유난히 인기 있는 모델, 의견이 분분한 자동차 영상에는 댓글과 대댓글이 이어지는데 그 온도가 매번 심상치 않아서다. 거친 말투가 오가다 감정 싸움과 인신 공격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왜 이러는 걸까. 왜 자기 선택과 취향에 이렇게까지 지지를 호소하는 걸까. 그런데 다른 사람의 선택은 왜 존중하지 않는 걸까. 왜 자기 선택을 그토록 알아주길 원할까. 그 과정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유는 또 뭘까.

자동차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그 이유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평생 소비하는 다양한 것들 중 가장 비싼 건 단연코 집. 그다음이 자동차다. 그러니 첨예할 수밖에. 기왕 샀다면 ‘잘 샀네’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누가 내 선택을 폄훼하면 기꺼이 싸우는 것이다. 사는 순간 재산이 되는 집에 비해, 인수하는 순간 감가가 시작되는 자동차를 끌어안고. 사기 전까지 고민은 또 얼마나 깊었는데.

현대 캐스퍼 ‘풀옵션’ 선택 시 1000만원 후반대 귀여운 건 못 참지

통장 잔액이 고만고만한 동안 차값은 착실히 올랐다. 요즘 경차는 거의 2000만원에 달한다. 기아 모닝이나 레이도, 물론 옵션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겠지만 1000만원대 중반을 쉽게 넘어간다. 귀여운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하반기 즈음 전기차 출시 소식도 솔솔 들려오는 현대 캐스퍼도 마찬가지다. 캐스퍼의 풀옵션 가격은 1960만원이다. 두루두루 스트레스 없이 탈 만한 옵션들을 고르다 보면 1000만원대 후반에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른 가격에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없는 옵션이 거의 없고 안전 사양은 기본이다. 달려도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공간감도 불편한 수준이 아니다. ‘코너에서는 창문을 내리고 손을 뻗어 전봇대를 잡고 코너를 돈다’는 우스개의 대상이었던 그 시절 경차는 이제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경차 혜택까지 쏠쏠하니 1인 혹은 2인 가족을 위한 도시 생활을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현명한 선택이다.

2000만원대에서는 성능과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들을 고를 수 있다. 사실상 이 가격대에서 반려 자동차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쉐보레와 르노의 대표 모델과 기아의 베스트셀러 셀토스가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르노 아르카나, 기아 K3와 현대 아반떼, KG 모빌리티의 티볼리가 있다. 추천 모델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기아 셀토스, 현대 아반떼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가격대를 뛰어넘는 공간감과 안정적인 고속주행성능이 돋보이는 인기 모델이다. 고속주행 성능은 3000만원대에서 고를 수 있는 다른 브랜드의 걸출한 SUV나 세단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다. 또 다른 장점은 공간감. 이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는 다른 모델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다. 같은 브랜드에서 한 칸 윗급에 포진하고 있는 SUV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시장까지 침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도 바로 공간감 때문이었다.

기아 셀토스는 무난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차를 만드는 데에도 만만치 않은 노하우가 필요한데, 기아가 이걸 특히 잘한다. 단점을 찾아내려도 쉽지 않고, 어느 한 면을 도드라지게 하는 장점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다. 그야말로 둥글둥글한 성격 자체가 초격차다. 아빠나 엄마가 타도 괜찮고 아들이나 딸이 타도 무난하다. 지난 3월에도 셀토스는 4500여대가 팔려 소형 SUV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아반떼는 디자인만 마음에 든다면 고민 없이 선택해도 후회 없을 몇 안 되는 베스트셀러다. 승차감, 주행성능, 정숙성까지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그야말로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준중형 세단. SUV가 시장을 지배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여전히 꼿꼿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안정적 세단이기도 하다. 풀옵션을 고르면 3000만원을 살짝 넘겠지만, 웬만하면 2000만원대에서 좋은 선택이 가능하다.

현대 투싼 도드라진 실내 공간 정숙해진 주행감 어엿한 완성형 SUV

3000만원대에서는 제각각 걸출하고 실용적인 국산차와 약간의 수입차를 만날 수 있다.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 같은 베스트셀링 중형 SUV도 옵션에 따라 잘 골라 가질 수 있다. 이 가격대의 수입차는 폭스바겐 제타와 도요타 캠리 정도. 역사적 베스트셀러인 폭스바겐 골프의 프리미엄 트림도 3985만원이다. 폭스바겐 골프와 제타의 완성도는 두말하면 입 아픈 정도. 도요타 캠리는 특유의 내구성과 질리지 않는 성능으로 고객 충성도가 높다.

현실적으로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급의 차들은 4000만원대에서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을 테니, 3000만원대에서는 준중형 SUV와 세단까지만 알아보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현대에서는 코나와 투싼, 기아에서는 니로 하이브리드와 스포티지가 포진하고 있다. 거의 모든 모델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할 수 있고, 그렇다면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진다. 시작가는 하이브리드 쪽이 400만~500만원 비싸지만 풀옵션 가격을 비교하면 150만~200만원 정도 차이로 좁혀진다. 가격대와 옵션을 세세하게 비교하려면 모델과 모델을 따져야 하니 이번 칼럼은 각 모델들의 성격과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브리핑이라 생각해주면 좋겠다. 어떤 차를 사든 해당 모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부터 파악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 관점에서 현대자동차 코나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작 가격대는 트림에 따라 2446만원부터 3422만원까지. 풀옵션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2000만원대 후반이나 3000만원대 초반에서 고를 수 있다. SUV처럼 껑충한 높이에 거부감이 있지만 세단을 갖기는 싫은 사람에게도, 준중형 SUV의 넓은 공간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도심형 실속파에게도 어울리는 선택이다. 게다가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나다. 기아 셀토스에는 없는 스타일이 코나에는 있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멋쟁이에게도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승차감은 무척 편안하다. 직장인의 첫 차로도, 자식을 모두 출가시킨 아버지 어머니가 은퇴 후 자동차로 선택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세대를 아우르는데 어디서 꿀리거나 위축되는 존재감도 아니다. 사실상 가장 넉넉한 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코나가 마음에 들었다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코나는 원래 전기차로 개발해 내연기관으로 확장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전기차로서의 완성도 역시 상당하다는 뜻이다. 코나 일렉트릭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4352만~5086만원이다.

기아 셀토스 단점 없이 ‘둥글둥글’ 3월에만 4500대 팔려 무난함이 곧 ‘무기’

여기서 조금 더 넓은 공간감이 필요한 사람들은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현대 투싼은 4세대까지 오면서 완성도를 가다듬은 글로벌 베스트셀링 준중형 SUV. 지난해 연말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한층 차분해졌다. 현대 투싼의 풀옵션 가격은 4000만원을 살짝 넘고 기아 스포티지의 풀옵션 가격은 3000만원 후반대에서 끊을 수 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4000만원대의 가격 장벽을 넘느냐 마느냐가 현대 투싼의 승부처가 될 수 있겠다.

자동차는 막상 사려면 생각보다 비싸고, 모델과 옵션들도 너무 많아서 어렵고 헷갈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슈트나 구두 하나를 장만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지금 첫 차를 고려하고 있거나 조금 더 큰 차를 살펴보는 중이라면 이 칼럼의 흐름을 기준으로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모델들을 살피다 보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비싼 차를 산다고 무조건 어깨가 으쓱해지는 시대도 이미 지났다. 3000만~4000만원대에서 누릴 수 있는 필수 옵션들은 이제 경차에서도 고를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건 라이프스타일, 취향, 필요. 이 세 가지 축 사이에서 가까스로 찾아내는 나만의 균형감각일 것이다.

■정우성



유튜브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더파크’ 대표, 작가, 요가 수련자. 에세이집 <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 <단정한 실패> <산책처럼 가볍게>를 썼다.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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