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경영난 ‘한계’?… "급여 지급 중단하고 희망퇴직 받는다"

최지혜 2024. 5. 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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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의료현장 떠난 후 병상 가동률·환자 줄며 의료수입 감소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동 중인 의료진의 모습. [사진=뉴스1]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대학병원들이 경영난에 처한 가운데 최근까지 일부 대학병원은 비상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후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이 확산한 데 이어 오는 6월에는 급여 지급을 중단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병원도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며 병원은 병상 가동률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른 입원환자 감소 등은 고스란히 의료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의 경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병원 당 의료수입 평균 84억7670만원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은 무급휴가 신청을 받기도 했으며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은 전체 의대 교수에게 향후 6개월 동안 급여를 반납하라는 입금반납을 요구하기도 했다. 5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상급종합병원인 경희대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는 경희의료원은 다음달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 시행 시행을 고려하고 있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학교병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료 사태가 11주차로 접어들며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으며 의료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재난·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원 또한 지난 3월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자금 대책들을 실행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며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의료원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올해 말 막대하게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당장 금년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알렸다.

경희의료원 산하에는 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7개 병원이 있다.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각각 40%, 30%를 넘어서는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떠난 후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수익이 절반 가량 급감했다.

오 의료원장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무급휴가·보직수당 및 교원성과급 반납·관리 운영비 일괄 삭감·자본투자 축소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려 노력 중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내 일각에서는 은행기채(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와 진료 재료비 결제 연기로 대규모 자금만 확보 된다면 위험 요소가 일괄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안도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외부 자금의 확보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며 자금의 차입은 의료원의 미래 성장에 있어 늘 걸림돌로 후배들에게 크나큰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또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교직원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간곡히 호소 드린다"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전 의료원의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함께 해주시면 빠른 시간 내 경영 정상화가 진행돼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실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모든 경영진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의정갈등 장기화는 병원 경영난 악화를 비롯 지역의료체계까지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 급감에 따라 병원 인근 식당, 약국 등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자 병원들이 의약품 대금 지급을 늦추면서 의약품, 의료기기 업체도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피로누적 등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교수들의 과로를 막기 위해 하루간 외래진료와 수술 일부를 중단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일주일 중 하루를 선택해 쉬기로 했다.

최지혜 기자 (jhcho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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