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휴진 못 한 외과교수 "진료 안하면 환자들은 어디로 갑니까?"

김경태 2024. 5. 5. 10: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남아있는 건 오직 환자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전국에서 의과대학 교수들의 '주 1회' 휴진 예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상당수 교수는 환자가 눈에 밟혀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진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정부랑) 싸우니까 이런 행동을 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싸우려고 휴진을 결정한 게 아니다"라면서 "이래야만 환자를 계속 볼 수 있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도상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장 "환자들 외면할 수 없어"
"비대위 휴진 권고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
이도상 교수/사진=연합뉴스

"남아있는 건 오직 환자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전국에서 의과대학 교수들의 '주 1회' 휴진 예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상당수 교수는 환자가 눈에 밟혀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진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장인 이도상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교수는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에서 휴진을 권고했던 지난 3일 오전 암센터에서 예정돼 있던 대장암 환자 등의 진료를 봤습니다. 대부분 수개월 전에 잡힌 환자와의 약속을 차마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때문이 아니라 환자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며 휴진할 수 없었던 이유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내가 비대위원장이고 교수협의회장이지만 나도 (휴진 권고를) 못 지켰다"며 "(휴진을) 결정했더라도 환자가 먼저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다른 교수들도 비슷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의대 교수들의 피로 누적에 따른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이달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와 비응급 수술의 휴진을 권고했지만, 지난 3일 이 교수를 포함해 대부분의 교수가 현장에서 평소처럼 진료를 봤습니다.

1987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이 교수는 서울성모병원 외과 의사 중 '최고참'이지만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쏟아지는 업무에는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이에 다른 교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젊은 교수 중에는 한 달에 당직을 15일 이상에서는 경우도 있다고 이 교수는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휴진하지 않은 건 오로지 환자 때문이라 전했습니다.

이 교수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갈라지는 목소리로 "환자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내가 그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병원을 오는 환자들을 안 볼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서울성모병원의 특성상 '2차 병원에서 못 보니 3차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들은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내가 진료를 안 하면 환자들이 어디로 가느냐"며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비대위가 매주 금요일 휴진을 권고한 것에는 비상 진료 상황이 장기화하는 만큼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환자를 떠나려는 게 아니라 환자의 곁을 더 오래 지키기 위한 휴진이라는 설명입니다.

일주일 중에 굳이 '금요일'인 것도 비교적 외래 진료가 적은 날을 골라 환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그 누구보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교수들의 휴식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정부랑) 싸우니까 이런 행동을 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싸우려고 휴진을 결정한 게 아니다"라면서 "이래야만 환자를 계속 볼 수 있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사태가 신속히 해결되려면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의학교육 인프라 등 현실적인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증원을 발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양질의 의학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 교원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개선하는 게 먼저여야 하는데 정부가 '의사의 수'부터 얘기했다"며 "잘못된 순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의대생도 전공의도 아닌 정부"라며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