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부, 이렇게 운영하면 된다” 동산중 야구부장 황오연 교사의 조언[우수중 초청 인제군 야구]

김세훈 기자 2024. 5.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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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오연 동산중학교 야구부장이 4일 강원도 인제군 야구장에서 열린 제2회 하늘내린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스프링캠프 동산중의 경기에 앞서 촬영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인제 | 김만석 선임기자



“학교가 학부모 회비를 전액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감독과 학부모 간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2016년부터 인천 동산중학교 야구부장을 맡고 있는 황오연 체육교사(55)의 조언이다.

황 교사는 지난 4일 ‘제2회 하늘내린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스프링캠프’가 열린 강원 인제에서 “학교 운동부는 잘못 운영하면 학부모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등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산중은 학부모 회비를 전액 학교 통장으로 받는다. 집행하는 것은 황 교사다. 황 교사는 “내가 철저하고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한다”며 “우리 야구부에는 학교가 모르게 감독과 학부모 사이 따로 걷는 회비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야구부는 학교가 모르게 별도로 회비를 걷고 핵심 학부모의 묵인 아래 감독이 자의적으로 회비를 쓰는 경우가 있다. 핵심 학부모는 자기 자녀 진학 등에서 혜택을 받고 감독은 그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구조다. 황 교사는 “학교와 지도자들이 계약하면 그걸로 모든 금전거래가 끝난다”며 “활동비 등 별도 금전거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오연 동산중학교 야구부장이 인제야구장 외야에 설치한 촬영장비. 황 교사는 이 장비로 동산중 경기를 유튜브로 생중계 한다. 인제 | 김만석 기자



동산중은 감독과 학부모 사이 거리도 적당하게 유지된다. 지도자들이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학부모와 식사 자리도 많이 갖지 않는다. 황 교사는 “어떤 때는 서로 거리가 먼 것 같아서 내가 사비로 맥주 한잔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와 학부모가 자주 식사와 술자리를 자주 가질 경우, 특정 부모와 지도자들이 유착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게 야구부내 학부모 간 갈등을 초래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황 교사는 최저학력제에 대해서도 대체로 찬성했다. 최저학력제는 학업 성적을 근거로 대회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주요 5개 과목 점수가 과목별 학교 전체 평균의 40% 이하로 떨어지면 다음 학기 대회 출전에 제한을 받는다. 황 교사는 “만일 전체 학생 수학 평균 점수가 70점이라면, 학생 선수는 70점의 40%인 28점 이상만 받으면 된다”며 “그 정도라면 학업을 아예 접은 선수가 아니라면 조금 노력하면 받을 수 있는 점수”라고 말했다. 황 교사는 “최저학력제에 대한 입장이 부모마다 다르다”면서도 “교사 입장에서는 중학교 시절에는 공부와 운동을 겸해야 나중에 직업 선수가 되지 못할 경우 학업을 이어가며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학교 야구부는 조금씩 클럽화하고 있다. 야구부 운영을 학교가 아니라 시설 클럽이 하고 대회 출전도 학교 이름이 아니라 클럽 이름으로 하는 것이다. 학교는 운동부 운영에 따른 업무와 책임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학교가 전반적으로 학생 선수 관리에 소홀해지고 학교에 대한 학생 선수들의 소속감과 책임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황 교사는 “축구는 학원팀, 클럽팀, 프로산하팀 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며 “야구도 클럽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시행착오를 거쳐 풀어가면서 학원팀과 학교팀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최근 중고등학교 운동부가 감소하는 데 대해 “교장, 교감 등 학교 행정 결정권을 가진 관리 주체에게 운동부 운영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며 “동시에 운동부를 담당하는 교사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방안이 함께 제시된다면 학교 운동부가 존속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산중 야구부는 1945년 창단됐다. 개교는 1939년이다. 학교와 야구부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함께한 명문 학교며 야구 명가다. 황 교사는 “야구를 빼놓고는 학교 역사를 논하기 힘들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며 “역사와 전통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동산중은 김건우(SK), 최지만(뉴욕 메츠), 류현진(한화)을 비롯해 은퇴한 송은범, 정민태 모교다. 황 교사는 “훌륭한 선배들이 많은 건 선수들에게 큰 동기가 된다”며 “나도 열심히 하면 저 선배들처럼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제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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