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도 실버타운 들어서나? 고령화시대 새 먹거리로 주목[황재성의 황금알]
2: 연말이면 국내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
3: 현대 대우 롯데 등 건설사, 실버주택 공급 경쟁
4: 정부 시범사업도 지난달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5: 관련 제도 미비, 고액 입주비 부담 등은 보완 과제
<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고령화는 저출산만큼이나 대한민국에 큰 위협요인입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올해 말 이후 초고령 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는 것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 인구는 지난해 말 993만 명에서 올해 말 1051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결과 고령 인구 비중은 19.2%에서 20.3%로 올라섭니다. 전체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령자라는 뜻입니다.
속도도 너무 빠릅니다. 한국이 고령사회(고령 인구 비중 14% 이상)에 진입한 게 2018년. 그로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 사회에 도달합니다. 영국(50년)이나 프랑스(39년), 미국(15년) 등 서구 국가뿐 아니라 고령화 추세가 가파른 일본(10년)보다도 앞섭니다.
이로 인해 “2050년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등에 뒤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옵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22년 말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 ‘2027년으로 가는 길’에서 분석한 결과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캐나다와 함께 세계 10위(실질 GDP 기준)였습니다. 그런데 2030년에 13위로 떨어진 뒤 2050년 20위, 2075년 24위로 계속 추락합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는 15위에서 12위→4위→4위, 나이지리아는 25위에서 21위→16위→5위로 껑충 뛰어오릅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이처럼 국가 경제 경쟁력 추락과 함께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지난달 23일 ‘인구구조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세미나에서 “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 가구 수가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하는 2040년부터 대한민국의 집값은 장기 하락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직격탄을 맞게 된 건설업계 등 관련 업계가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입니다. 정부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자치단체 등도 마중물 확보 차원에서 관련 규제 완화나 시범사업 추진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보완할 과제가 적잖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습니다. 과연 우리는 목전에 다가선 초고령화 사회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요. 민간업계의 준비 상황과 정부 대책 등을 꼼꼼히 따져보겠습니다.
● 건설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실버타운에 주목
정부는 이 대책에서 2015년 폐지했던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인구 감소 지역(전국 89개 지역)에 재도입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노인주택 입주 자격에서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자’라는 요건을 폐지하고, 60세 이상이면 가능하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리츠사, 장기요양기관, 호텔·요식업체, 보험사 등 다양한 기관도 노인주택을 위탁운영할 수 있는 기관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실버타운에 입주하면 실거주 예외 사유로 인정해 주택연금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실버타운 수요층은 넓어지고, 공급 방식은 크게 다양해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건설사들은 고소득 고령자를 겨냥한 고급 실버주택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시설 분양에 잇따라 나서고 있습니다.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롯데건설입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에 하이엔드 시니어 계층용 레지던스인 ‘VL 르웨스트’와 서울 광진구 능동에 프리미엄 실버타운인 ‘더 클래식 500’ 등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대우건설은 올해 신사업으로 시니어 사업 확대를 결정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 부동산개발업체 MDM그룹과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를 선보였습니다.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에 자리한 호텔식 실버타운입니다.
현대건설은 부동산 대체투자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은평 편익5 시니어레지던스 복합 개발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일대에 시니어하우징을 포함한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한미글로벌의 부동산개발 자회사인 한미글로벌 디앤아이는 시니어 레지던스 ‘위례 심포니아’의 분양을 준비 중입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115채 규모로 조성되는 위례 심포니아는 올해 말 준공, 내년 3월 운영이 목표입니다.
이밖에 현대엔지니어링, SK디앤디 등도 대학이나 관련 의료기업 등과 업무제휴 등을 맺고, 실버주택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형 보험사들도 초고령화에 대비한 사업 확장에 적극적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KB라이프생명입니다.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실버타운인 ‘KB평창 카운티’를 선보였습니다. 또 서초구와 위례신도시에서 운영 중인 노인 요양시설 ‘KB골드라이프케어’를 서울 은평구와 강동구, 경기 광교신도시 등에 추가할 계획입니다.
● 지자체와 대학도 실버타운 사업 진출 채비
충북 괴산군은 칠성면 율원리 일대 3만 4866㎡ 터에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성산별빛마을’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곳에는 은퇴자와 귀농·귀촌인 등을 위한 임대와 분양형 타운하우스 각각 20채와 단독주택 15채 등 모두 55채가 들어섭니다. 또 공유 주방과 헬스클럽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 정원식물 스마트팜, 북 카페 등도 마련됩니다.
경남 거창군은 거창읍 정장리에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지식-인(IN) 거창 아로리타운’를 준비 중입니다. 3만 8900㎡ 터에 타운하우스 16채, 단독주택 32채, 시니어형체육센터, 복합문화센터 등이 조성됩니다.
두 사업은 정부가 은퇴자나 귀농·귀촌 청년들의 정착을 지원할 목적으로 올해부터 추진하는 ‘지역활력타운’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방활력타운은 주거·돌봄·일자리 복합 주거 거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강원도와 지난해 11월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지방 상생형 주거정책 모델’인 ‘골드시티’를 강원도 삼척시에 30만㎡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삼척시에 은퇴한 서울시민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 2000~3000채가 들어서는 실버타운형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공사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강원개발공사가 맡을 예정이며, 2028~2030년 입주가 목표입니다.
골드시티는 서울시가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지방 도시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2022년 7월 오세훈 시장이 싱가포르의 ‘세대 공존형 실버타운’에서 착안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서울시는 강원도 이외에도 소멸 위기를 맞은 지자체에 골드시티를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도 실버타운 사업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광주에 위치한 조선대학교와 부산에 자리하고 있는 동명대학교는 지난달 7일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학교 유휴부지에 교육시스템과 의료시스템을 접목한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동명대는 입주 은퇴자의 자유로운 대학 출입과 원활한 캠퍼스 시설 활용을 위해 정문 주변에 600여 채 규모의 실버타운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조선대는 조선대병원 인근에 700여 채 규모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두 사업이 실행되면 국내 대학이 캠퍼스에 실버타운을 짓는 첫 사례가 됩니다.
두 대학이 추진하려는 실버타운운 미국 주요 대학들이 운영하는 ‘대학 기반 은퇴자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UBRC)’를 벤치마킹한 형태입니다. UBRC는 은퇴한 중장년층이 지역에 있는 대학을 통해 평생교육을 받거나 캠퍼스 또는 주변 병원과 연계해 주거·보건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 정부 주도 실버타운 시범사업도 본격화
경기 화성시 동탄2지구 내 의료복지시설 용지(18만 6000여㎡)에 국내 최초로 시니어주택(2550채)과 중대형 오피스텔(874실), 노인양로시설(80실), 한방병원(120병상), 문화시설,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주거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입니다.
LH는 지난달 20일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엠디엠플러스를 선정했습니다. 이르면 6월 중 사업협약을 체결할 계획입니다. 이후 사업자가 헬스케어 리츠 설립 및 영업인가를 받으면, 올해 말까지 사업부지 매매계약까지 맺을 계획입니다.
LH 부동산금융사업처 김혜진 차장은 “엠디엠플러스와 협의가 원만하게 마무리된다면 내년 중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시작하고, 2026년 상반기 착공, 2029년 준공 및 입주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하게 될 헬스리츠 회사는 2031년 일반 공모와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국내 1호 헬스케어 리츠로 기록됩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엠디엠플러스는 이곳에 ‘세상에 없던 가장 행복한 노인복지주택’을 목표로 지하 6층~지상 49층 높이의 건물 15개 동과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이 들어서는 운동시설과 공연장, 영화감상실 등을 갖춘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국토부와 LH는 앞으로도 실버타운 사업을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김재경 LH 지역균형본부장은 “내년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나, 고령자 주택은 2%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시니어주택 확대 정부 정책에 발맞춰 2·3기 수도권 신도시와 광역시 등 LH가 보유한 토지에 후속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 실버타운 활성화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잖아
대한상의는 지난달 22일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2024년 킬러·민생규제 개선과제’)에서 100개 규제 개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노인복지주택의 건겅관리서비스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고령화로 실버타운 등 노인복지주택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기초적인 의료서비스도 불가해 노인복지주택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실버타운 사업을 추진 중인 A사의 경우 고령자들에게 24시간 건강관리서비스, 컨시어지서비스, 시니어 전용 문화활동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실버타운 내 ‘의료 및 간호사실’에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며 응급처치를 하거나 개인 맞춤형 건강·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 취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기초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도 모두 외부 연계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고민에 빠졌습니다.
대한상의는 노인복지주택 의료 인력 배치 및 운영 기준 마련과 기초 수준 의료 행위를 허용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고령인 입소자들의 건강을 24시간 관리해야 하는 노인복지주택의 특성을 고려해 최소한 학교 보건실이나 사업장 의무실 수준의 기본적인 처치나 보건지도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 정비를 해달라는 게 핵심입니다.
이밖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건설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실버타운은 고액 자산가 노령층만을 대상으로 고급화 경쟁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 결과 실버타운 입주자 부담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서울에서 분양 중인 B 실버주택입니다. 월임대료가 없는 조건은 보증금 7억 3800만~22억 6400만 원이고, 임대료가 포함된 경우에는 6억~18억 3900만 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웬만한 서울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에 육박하는 금액입니다. 여기에 식사비 부대시설 운영비 등이 추가돼 부담은 더욱 늘어납니다.
서울의 C 실버타운은 4월 기준 보증금 10억 원에 월 이용료와 공동관리비, 세대 관리비 등을 합쳐 한 달에 최소 500만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합니다. 이밖에 서울시내 실버타운의 경우 입주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보증금(평균) 2억~10억 원에, 생활비는 100만~500만 원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0년대 분양형 실버타운이 활성화됐을 당시 제기됐던 부실운영이나, 사기분양, 과대광고, 투기수단 전락 우려 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정부도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등을 포함한 보완 방안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 실버타운 VS 양로원 VS 요양원 VS 요양병원
이들 시설에 대한 기준을 정리한 게 ‘노인복지법’입니다. 1981년 6월 제정됐습니다. 이 법은 노인의 질환을 사전 예방 또는 조기 발견하고 질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및 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또 노후의 생활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노인의 보건 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 법은 31조에서 노인복지시설의 종류를 ①노인주거복지시설 ②노인의료복지시설 ③노인여가복지시설 ④재가노인복지시설 ⑤노인보호전문기관 ⑥노인일자리지원기관 ⑦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등 7가지로 제시했습니다.
노인주거복지시설은 다시 ①양로시설(양로원)과 ②노인공동생활가정 ③노인복지주택 등 3가지로 나뉩니다. 흔히 실버주택으로 부르는 게 노인복지주택입니다. 노인복지주택은 60세 이상 노인이면 입소자격이 주어집니다. 또 그 배우자와 24세 미만의 자녀 및 손자녀 등도 동반 입소할 수 있습니다.
노인의료복지시설에는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등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시된 노인요양시설이 요양원입니다. 유사시설로 요양병원이 있는데, 이는 의료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두 시설은 대상자나 역할, 이용 절차 등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요양원이 공립학교라면 요양병원은 사립학교나 학원에 비유됩니다. 요양원은 간병비를 정부가 100% 지원해 비용이 저렴한 대신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입니다. 반면 요양병원은 간병비 100%를 본인이 부담해야만 합니다. 대신 개인 밀착 간병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인여가복지시설에는 ①노인복지관 ②경로당 ③노인교실 등이 있습니다. 노인재가복지시설은 물리적인 시설이 아닌 서비스 형태입니다. ①방문요양서비스 ②주·야간보호서비스 ③단기보호서비스 ④방문 목욕서비스 ⑤기타 재가노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등 5가지가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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