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들의 골프장을 놀이공원으로 바꾼 대통령…어린이에게 진심이었던 그 대통령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4. 5. 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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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며 어린 자녀를 둔 가정들은 점점 분주해질 시점입니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며, 5일 밤과 6일 오전 사이에는 강한 비바람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야외 나들이를 계획중이셨던 분들은 이를 감안하셔서 일정을 조정해보시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1923년 공포된 어린이날은 광복 이후 모든 대통령들이 중요히 챙겨온 기념일입니다. 대체공휴일 제도가 시행됐던 당시 설, 추석 명절과 함께 처음으로 적용을 받을 정도로 기념일 가운데 높은 대우를 받고 있죠.

어린이날 취지에 맞게 덕담에 가까운 연설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못한 적도 간혹 있었는데요.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는 역대 대통령들의 어린이날 연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박정희 “아저씨 천여명이 쓰는 골프장,
어린이들에게 양보하고 물려주자”
매년 어린이날마다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나오지만 1973년은 더욱 특별한 어린이날이 됐는데요.

이 날에 맞춰 서울 어린이대공원이 개원한 덕분이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치사를 통해 “오늘 마침 이 어린이 대공원이 개장되어 여러분들이 마음껏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었읍니다”라며 “잘 가꾸고 보존을 하면서 마음껏 (어린이) 여러분들이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공원이 되도록 노력을 해주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대공원 개원식에 참석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1973)
박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서울 광진구 능동 부지에 어린이대공원이 들어선 배경도 설명해줬는데요. 그는 “이 장소는 여러분들이 아는 바와 같이 원래 어른들이 와서 놀던 서울 컨트리 클럽 골프장이었읍니다”라며 “지난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주변에 거의 사람사는 인기가 없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서울시에 둘러싸이게 되어 버렸읍니다. 이렇게 되니까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많이 생겼는데, 그 중에도 가장 어려운 문제가 어린이 여러분들이 놀 장소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박 전 대통령은 “그래서 이 서울 컨트리 클럽에 나와서 놀던 한 천 여명 되는 회원 아저씨들이 모여 이 장소는 우리가 쓸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해서 양보하고 물려주자고 결정하여 이 장소를 서울시에다가 넘겨주었던 것”이라 밝혔습니다.

北 비난, 용산이전 견제...
정치적 메시지 남긴 경우도
간혹가다 어린이날 메시지를 내며 정치적인 내용이 담기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어린이날을 맞아 소외계층 및 국가유공자 자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각종 게임과 놀이를 함께했는데요.

이 전 대통령은 행사 도중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한 초등학생의 질문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 쏘는데 돈을 많이 쓰는데 북한 어린이들이 우리 어린이들보다 (잘 못 먹어서) 키도 많이 작다”며 “그렇게 어렵게 살면서도 미사일을 쏘는 데 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북한에 ‘그런 것은 하지 마라’, ‘그런 돈 있으면 어린이나 할머니, 노약자들을 건강하게 도와주는 데 써라’, ‘좋지 않은 일이고 나쁜 일이다. 하지 마라’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북한이) 말을 잘 안 듣는다. 말 잘 안 듣는 어린이는 나쁜 어린이 아니냐”라고 반문한 뒤 “세계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얘기하면 머지않아 북한도 그 얘기를 듣게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인 2022년 어린이날에 어린이 9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행사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올해 우리 어린이들은 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어린이날을 보내는 마지막 어린이가 되었어요. 아주 특별한 추억이죠?”라고 했습니다. 후임인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을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다만 이런 발언들은 대통령들이 정치적 의도를 강하게 갖고 꺼냈다기보다,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보려던 중 우연히 나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과 각종 기록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90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물을 구독하시면 매주 정치현안에 대한 흥미있는 기사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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