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진 라인…경영 독립성 보장에 뒤통수

이정현 기자 2024. 5. 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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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라인 침공전]②현지화 전략이 국적 논란으로
[편집자주] 네이버가 공들여 키운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 일본 정부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틱톡 강제매각법처럼 각 나라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넘어 외국 플랫폼 사냥에 직접 뛰어드는 시대, 한국 IT산업이 처한 상황과 대처 방안을 짚어본다.

네이버 라인 日 진출 타임라인/그래픽=조수아
일본 인구 1억2300만명 중 9800만명(80%)이 사용 중인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탄생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에 머물던 이해진 네이버(NAVER) 창업자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메신저 서비스를 떠올렸고 이로 인해 2011년 6월 탄생한 것이 라인 메신저다. 지금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지만 엄연히 한국인이 떠올린 아이디어이고 한국에서 개발한 서비스다.

2000년 9월 한게임 재팬을 설립하며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는 초기에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00년 11월 (옛)네이버 재팬을 설립해 검색 시장에 도전했지만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야후!재팬'에 밀려 고전했다. 네이버는 2005년 8월 네이버 재팬 서비스를 종료했다가 2007년 11월 재설립하며 일본에 재진출한다.

라인 서비스 출시 프로젝트를 총괄한 사람은 검색 벤처 기업 '첫눈'의 창업자인 신중호 당시 NHN 이사다. 네이버의 투톱으로 불렸던 신 이사는 라인 메신저 개발을 주도한 뒤 이어서 라인주식회사 이사를 맡아 서비스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노력했다. 2019년 4월엔 라인주식회사 공동대표에 올라 혁신 서비스 개발과 경쟁력 강화를 담당했다.

라인은 출시 이후 일본 현지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일본 국민 메신저가 됐다. 일본을 공략하기 위한 서비스인 만큼 대부분의 직원을 일본인으로 채용했고 초기 개발진은 한국 기술진이었지만 일본 현지에서도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했다. 라인은 일본이 만화의 나라인 만큼 다양한 만화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 스티커를 제공해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화 전략이 너무 강력했던 탓인지 라인이 성공하자 어느 순간부터 라인은 일본산(産)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라인 이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한 직후인 2013년 3월 한 일본 언론에는 '라인은 일본산? 한국산?'이라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가 올라왔다. 라인이 일본에서 기획되고 일본인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네이버 일본 법인에 속해있기 때문에 일본산이라는 주장이 중심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모리카와 아키라 당시 NHN 재팬 대표의 발언도 인용됐다. 그는 "80명 이상인 개발진에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래도 일본인의 비율이 70~80%나 된다"며 "세계 각지에서도 라인을 일본산으로 인식해 지금도 각국의 미디어가 도쿄 시부야에 있는 NHN 재팬 본사로 취재차 방문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라인이 취득한 개인정보가 한국 정보기관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루머가 퍼지는 등 한일 관계가 어려워질 때마다 라인 국적 논란은 계속 불거졌다.

국적 논란이 계속되자 네이버는 라인을 2021년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와 통합해 LY(라인야후)를 만들었다. 그리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한 A홀딩스가 LY의 지분 64.5%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됐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50%의 지분을 보장해준 것은 자체 의사결정을 수월하게 해 일본 내에서 라인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한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챗GPT 등 생성형 AI 시대가 되면서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민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를 한국에서 관리하는 게 불안한 것 같다"며 "데이터 보관이나 시스템 전반을 일본 기업이 전담하도록 해서 관리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라인이 네이버의 일본 사업에서 핵심인 만큼 네이버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야후 지분구조/그래픽=조수아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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