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앞두고 테일러 스위프트에 눈길 쏠리는 까닭

채인택 국제 저널리스트 2024. 5. 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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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층에 소구력 있는 슈퍼스타…바이든 지지할지 ‘주목’

(시사저널=채인택 국제 저널리스트)

미국의 가수 겸 싱어송라이터인 테일러 스위프트(34)의 인기가 전 세계 대중문화계는 물론 미국 정치판까지 뒤흔들고 있다. 가수로서의 인기와 명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으며 수익은 천문학적이다. 

가장 최근에 스위프트가 전한 소식은 '빌보드 순위 싹쓸이'다. 4월19일 발매한 11번째 정규앨범이 그달 29일 미리 공개된 5월4일자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14위를 석권했기 때문이다. 빌보드지가 1958년부터 매주 발표하는 대중음악 인기순위인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지금까지 이런 '그랜드슬램'은 없었다. 스위프트가 2022년 내놓은 정규 10집 앨범의 수록곡들이 1~10위를 모두 차지하면서 스위프트는 최초의 '톱10 석권 기록'을 세웠는데 이번에 이를 스스로 갈아치웠다.

2024년 2월7일 일본 도쿄돔에서 공연하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가운데) ⓒAP연합

미국인 30%가 스위프트의 팬  

그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유일 패권' 가수다. 스웨덴의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및 미디어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피에서 261억 회 스트리밍으로 1위를 차지했다. 콘서트에서도 그야말로 돈을 자루에 담고 있다. 콘서트·라이브 음악 전문지인 폴스타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콘서트 매출 누계는 지난해까지 19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2023년까지 롤링스톤스(21억6000만 달러), U2(21억2000만 달러), 엘튼 존(20억 달러)에 이어 4위다. 여기에 올해 초 투어에서 올린 10억 달러의 매출을 합하면 사실상 압도적인 1위에 올라서 있다. 

이런 데이터가 말해 주듯 스위프트는 미국에선 물론이고 전 세계 최고 인기 가수로 군림하고 있다. 그 배후에는 거대하고 강력한 팬덤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 그의 열성팬들은 '스위프티(Swifties)'로 불린다. 이 단어는 202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공식 추가됐다. 스위프티는 열광적이며, 조직적이며, 열정적인 참여율을 자랑하는 팬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위프티의 팬덤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해 7월22~23일 미국 시애틀에 있는 7만 명 수용 규모의 루먼필드 경기장에서 공연할 당시 인근 지진관측소에서 규모 2.3의 진동이 감지됐다고 뉴욕타임스·CNN 등이 전했다. 

미국 금융 미디어 웹사이트 인베스토피아는 스위프트가 공연하는 도시마다 관련 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지역경제가 되살아난다며 이를 '스위프트노믹스'로 불렀다. 테일러노믹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대중문화가 일반화한 21세기에 음반을 구입하고 공연장을 찾아 열광하는 팬을 거느린 스위프트는 여러모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스위프트는 지구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난 유명 인사 중 한 명으로 숱한 화제를 부르고 있다. 새로운 음반을 낼 때마다, 순회공연에 나설 때마다, 심지어 데이트를 할 때마다 지면을 장식한다. 올해 2월11일 열린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미국 최대의 인기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은 스위프트에 사실상 압도당했다. 세간의 관심과 미디어의 보도는 스위프트가 남자친구인 캔자스시티 치프스 선수 트레비스 켈시로부터 청혼을 받는지에 쏠렸다. 미국 미디어들은 스위프트가 일으킨 이런 일련의 현상을 '스위프트 효과'라고 부르며 주목한다. 

스위프티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2023년 9월 미국 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설문결과를 USA투데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성인의 53%가 스위프트 팬이라고 응답했다. 팬 가운데 44%가 자신을 열성팬인 스위프티로 분류했으며, 16%는 이보다 더 강한 '열렬 팬'을 자처했다. 둘을 합치면 미국인 전체의 30%에 해당한다. 

스위프트는 외모가 뛰어나 남자 팬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조사 결과 팬의 52%가 여성, 48%가 남성으로 비슷하게 나왔다. 주목할 점은 팬의 인종 구성이다. 대략 74%가 백인이며, 13%가 흑인, 9%가 아시아계 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국민의 인종별 구성은 백인 59.3%, 히스패닉과 라틴계 18.9%, 흑인 12.6%, 아시아계 5.9%인 것을 감안하면 백인 비중이 높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세대별로 보면 45%가 밀레니얼 세대(대략 1981~1996년 출생), 23%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23%가 X세대(1965~1980년), 11%가 Z세대(1997~2012년)로 나타났다. 팬들의 정치적 성향을 보면 55%가 민주당을, 23%가 공화당을 지지했으며 23%가 사실상 무당층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지지했던 이력

스위프티 중에 민주당 지지 성향이 많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스위프트가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은 스위프트의 입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아직까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들은 스위프트가 응원 발언을 해주면 지지율 반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측은 스위프트의 인기가 정치적 영향력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한다. 

미국에선 SNS를 중심으로 '스위프트는 미국 국방부의 비밀요원으로 바이든을 위해 일한다' '스위프트와 남자친구인 켈시의 연애도 NFL의 흥행을 돕고 바이든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연극'이라는 황당한 이야기가 확산했다. 트럼프의 팬덤 모임이 의도적으로 퍼뜨렸다거나 러시아 등이 벌인 의도적인 가짜뉴스 공작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이 역시 근거는 없다. 다만 미국 대선의 해인 올해, 워싱턴 정계는 물론 국제정치도 스위프트의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스위프트가 직설적인 발언 대신 은유적인 메시지로 논란은 피하면서 팬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할 가능성은 있다. 스위프트가 평소 자신의 말과 행동에 숨은 메시지나 의미를 숨겨놓고 팬들이 스스로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부활절 달걀 사냥'이라는 마케팅 기법을 즐겨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에서 자주 쓰는 방법으로, 부활절에 달걀을 숨겨놓고 아이들로 하여금 찾게 하면서 즐기는 참여형 놀이에서 이름을 따왔다. 

사실 스위프트는 지금까지 사귀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12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자신의 노래에 이들과의 사연을 암시하는 가사를 숨겨왔고, 팬들은 이를 찾아내며 즐거워했다. 한 예로 옛 남자친구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시간을 노래 제목으로 쓰는 등 노래에 자신의 인생 경험과 생각을 녹여왔다. 젊은 여성들은 이런 노래를 들으며 스위프트가 자신들이 세상에 느끼는 감정이 정당하며, 들어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는 스위프트의 음악이 독립적인 삶을 지향하고 기득권에 반항적이며 사회에 불만이 많은 젊은 여성에게 호감을 사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는 모두 올해 미국 대선에서 무당층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스위프트에게 구애하거나 그를 경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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