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군산 영화타운 조성 명성…‘술의 도시’ 이미지 만들기 새도전

정성환 기자 2024. 5.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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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19) 조권능 ㈜지방 대표 <전북 군산>
개복동 예술 거리 조성을 시작으로
2018년부터 구도심 재생사업 전념
예비 창업자 모아 입점…사람 몰려
백화양조 역사 살려 도시 재생 계획
술익는마을·흑화양조 설립 등 진행
조권능 ㈜지방 대표가 전북 군산 흑화양조에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영화동 골목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영화타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로컬크리에이터로서 명성을 얻고 있다.

고대 중국 한나라의 명재상 장량의 사당에는 ‘성공불거(成功不居)’라는 네 글자가 쓰여 있다. 성공한 자리에 머무르지 말라는 의미다. 전북 군산의 조권능 ㈜지방 대표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조 대표는 2018년 군산시 영화동 골목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영화타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로컬크리에이터로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군산을 ‘술의 도시’로 만들고자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원래 예술가였다. 2008년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서 설치미술을 전공한 조 대표는 ‘군산에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주변처럼 예술의 자유로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홍익대 주변은 작품활동을 하는 예술가들뿐 아니라 이를 관람하는 일반인도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다. 그는 개복동에 작업실과 카페 ‘나는 섬’, 바 ‘앙팡테리블’을 차렸고 2018년까지 예술인 20여명과 거리를 개보수하는 등 도시재생활동을 이어갔다.

군산 구도심에 있는 십자형 골목 ‘영화타운’. 시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우수 사례로 꼽힌다.

예술 거리를 경험한 후 조 대표는 본격적으로 구도심 재생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을 군산 ‘도시 기획자’로, 그가 차린 회사 지방은 ‘도시 기획사’로 소개한다. 조 대표에 따르면 도시 기획이란 낙후한 도시를 재탄생시킬 때 중심 주제를 정하고 식당·숙소·공원 등을 어떻게 배치할지 결정하는 일을 말한다. 이때 건축 소재나 디자인 등 도시 기획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가 2018년 참여한 골목재생사업 ‘영화타운’이 대표적이다.

영화타운은 군산 구도심에 있는 십자형 골목이다. 사업 전에는 공실률이 70% 이상이었고 군산 도시재생사업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인근 건물이 모두 빨간 벽돌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착안해 영화타운의 콘셉트를 잡았다. 빨간 벽돌은 영화동 동네가 지어지던 시절 많이 쓰이던 건축자재로, 과거의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는 이곳에 예비 창업자 6명을 모아 사케(일본술)바 ‘수복’,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등 6개의 세련된 음식점을 입점시켰다. 골목에는 자연스레 사람이 몰렸고 2023년 기준 공실률은 13.7%까지 내려갔다. 영화동 토박이 오성환씨(70)는 “영화타운이 생기고 낮이나 밤이나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번화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최근의 변화를 전했다. 영화타운은 군산시 도시재생사업 중에서도 우수 사례로 꼽힌다.

“영화타운은 공공기관이 원하는 내용에 맞추지 않고 저희가 인근 로컬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만든 결과라서 더 뜻깊습니다. 사업 목표는 당연히 달성하면서 가게 인테리어 같은 모든 부분을 저희가 직접 작업했죠.”

조 대표는 골목재생사업 성공을 계기로 ‘술의 도시’를 만들 예정이다. ‘골목 재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군산 역사가 녹아 있는 술을 중심으로 ‘도시 재생’을 이뤄보겠다는 계획이다.

군산은 ‘백화수복’으로 유명한 옛 주류회사 ‘백화양조’가 있던 도시다. 조 대표에 따르면 예쁘게 장식만 한 골목은 언젠가 유행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1945년 창설된 백화양조의 역사를 살려 군산의 이미지를 ‘술의 도시’로 새롭게 단장한다면 군산이 더 오랜 기간 주목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술익는마을’의 풍경. 조권능 대표는 군산의 역사가 녹아 있는 술을 중심으로 도시 재생을 이룰 계획이다.

먼저 군산에 술 좋아하는 청년을 모으고자 2022년 ‘술익는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지방 한달살이’를 지원하는 ‘청년마을사업’을 시작했다. 전국에서 양조에 관심 있는 청년을 모아 한달간 술을 만들고 판매했다. 또 이 청년들이 군산에 정착하도록 도왔다.

술익는마을을 통해 군산에 정착한 한 청년은 보틀숍(1병 단위로 주류를 전문 판매하는 가게) ‘우수수’를 차렸다. 술익는마을에서 주말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는 전통주 만들기 체험행사는 매주 20명 정원이 꽉 차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술의 도시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군산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에요. 청주 만드는 기술은 쌀을 깎는 것부터가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청년들과 청주 만드는 옛 기술을 배워서 쌀을 고르고 깎고 발효하는 모든 과정이 군산이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거죠.”

조 대표는 2023년말 농업회사법인 ‘흑화양조’를 설립했다. 지금은 군산 쌀과 농산물을 활용한 증류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영업을 위한 마지막 행정절차를 밟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전통주 판매를 시작해 수익사업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다부진 각오다.

“저희는 이 술을 ‘전통주’가 아닌 ‘정통주’라고 불러요. 군산의 양조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첨가하는 재료를 바꿔 재해석을 곁들이죠. 이러면 다른 도시엔 없는 정통성이 제품에 담깁니다. 언젠가 사람들이 군산을 술의 도시로 기억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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