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쏘아 올린' 랜덤 포토카드·밀어내기 폐해…변화 가능할까 [N초점]

고승아 기자 2024. 5.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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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아이돌 그룹의 팬 A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컴백을 앞두고 '초동 기록' 경신 등을 위해 미리 앨범을 여러 장 예약한다. 앨범을 구매하면 얹어주는 '미공포'(미공개 랜덤 포토카드)도 확인한다. 팬사인회 공지가 올라오면 수백장을 살지 고민한다.

그룹 레드벨벳 웬디는 지난 2022년 소통 플랫폼을 통해 "앨범 여러 장 사지 마라, 한 장도 너무 충분하다"며 "요새 다들 앨범이 나오면 몇 장 팔았는지 너무 신경 쓰는 것 같은데 그게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포토카드도 하나만 내자고 의견 내보겠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현재 모회사 하이브와 경영권 탈취 시도 여부 등을 두고 갈등 중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도 이같이 K팝의 비정상적인 문화에 대해 직접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현재 K팝 시장에 만연한 랜덤 포토카드, 밀어내기 등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민 대표는 "업계에서 알음알음 '밀어내기'를 하는데, (어도어 소속) 뉴진스는 전혀 안 한다"며 "(사람들은) 뭐 때문에 (앨범 판매량) 수치가 올라가는지는 모른다, 시장이 비정상적이다, 살짝 (판매량이) 꺾일 수도 있는데 우상향만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K팝 앨범은 발매 첫 주에 대부분이 소비된다. 이는 '초동'이라는 문화가 퍼지면서 자리잡히게 됐다. 초동은 앨범 발매일 기준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의미하는 단어다. 업계에서는 그룹 화제성과 팬덤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초동 수치를 보고 있다. 이에 인기 아이돌 그룹은 일주일 만에 많게는 수백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운다.

판매량 기록을 위해 '밀어내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중간 판매상에게 일정 앨범 물량을 구매하게 해 앨범 판매량을 올리는 방법이다. 중간 판매상인 앨범 판매점들은 해당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민 대표가 "럭키드로우로 소진하고, 팬사인회를 계속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4.4.2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아이돌 그룹의 팬사인회는 1인당 적게는 수십장, 많게는 수백장 이상을 구매해야 당첨 확률이 높다. 또한 앨범 내부에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넣는 방식 외에도 앨범 구매시 한 장당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진이 담긴 포토카드를 하나 더 제공한다. 앨범을 구매하면 덤으로 주거나, 이를 럭키드로우라는 방식을 통해 랜덤 뽑기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에 아이돌 그룹은 많게는 수십회 팬사인회를 열고, 수십장의 랜덤 포토카드를 선보인다. 팬들은 랜덤 포토카드와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마지못해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 발매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스째 해당 앨범이 버려진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기도 하는데, 모두 이 같은 방식 때문이다.

민 대표는 이를 두고 "지질하게 포토카드 랜덤으로 팔지 말고, 콘텐츠로 승부를 봐서 어떻게 팔리는지 보자고 했다"라며 "앨범을 또 사고, 또 사고 하는데 지금 이 시장이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뉴진스로 시작해 봤다, 꼼수 없이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뉴진스는 앨범 내부에 멤버 전원 포토카드를 넣어서 판매해 K팝 팬덤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 같은 발언에 동의한다며 "구매 촉진을 위해 랜덤으로 선보이는데, 당연히 팬들은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다만 시장 자체가 기록 싸움을 하고 거기에 목매다 보니까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하면 기록이 낮아졌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결국 기록 싸움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어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하지만 변화하기엔 아직은 쉽지 않다는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인 것을 다들 알지만, 그 누구도 쉽게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형 기획사에서 랜덤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등 자중하는 노력을 보이면 다른 회사들도 동조하기는 훨씬 수월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앨범은 MD 상품 중 하나이자, 수익적인 면에서 포토카드, 팬사인회 등을 진행할 수 있는 하나의 연결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환경 문제 등으로 앨범 판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여러 가지 버전(QR 앨범)을 시도하지만, 아직 절대적인 실물 앨범의 수익적인 부분에 대해 포기를 못 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이 선을 넘으려면 트렌드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포토카드도 예전에 없었지만 점차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탈피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업계와 팬덤의 인식도 바뀌어야 새로운 문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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