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오세요”…'오버투어리즘 몸살' 관광도시의 선택은? [이슈 플러스]

서필웅 2024. 5. 5. 06: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종료와 함께 전 세계인들이 밝은 햇살을 찾아 쏟아져나오며 ‘오버투어리즘’ 논란이 확산한 지 상당 시간이 지났지만 세계적 관광지들은 여전히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즐겁지 않은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앞을 수많은 관광들이 메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버투어리즘이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생태계 훼손이나 주민 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생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완전히 몰락했던 관광 산업이 급격히 부활하며 세계적 관광지들도 잠시 활기를 찾았지만 너무 많은 관광객의 발길로 오히려 교통혼잡, 주거난, 환경오염 등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결국, 다수의 관광 도시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관광객 제한에 나섰다.

급기야 관광세 도입을 결정한 도시도 속출하는 중이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하와이는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25달러(약 3만4000원)의 관광세 징수를 검토 중이다. 이미 하와이는 호텔 체크인시 10.25%의 숙박세를 부과하고 있었는데 관광객들에게 추가적인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자연환경 파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중적인 관광지가 아닌 소수만 알고 있던 명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향 속 급속히 알려지며 훼손되고 있다. 

관광객 폭증으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으로 결국 철거에 돌입한 하와이 오하우섬 하이쿠 계단. 인스타그램 캡처
하와이 오아후섬 동부의 하이쿠 계단은 SNS로 인한 환경파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외딴 산간 지역에 방치돼 사용되지 않던 이 계단은 드라마틱한 절경이 알려지며 순식간에 ‘SNS 명소’가 됐다. 850m 높이의 산 꼭대기에서 계단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천국의 계단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문제는 이 지역이 1987년 이후 공식적으로 방문객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는 것. 출입금지 조치를 어기고 계단 인근에 무단 침입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며 인근 자연환경까지 훼손됐다. 결국, 하와이주는 하이쿠 계단을 철거하기로 하고 지난달 22일부터 본격 철거에 들어간 상태다. 

하와이주의 관광세 도입 추진도 이런 자연환경 훼손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지난 2월 조시 그린 화와이 주지사도 추진 사실을 발표하며 이 제도가 “관광객에게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책임을 일부 부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분명히 했다.

베네치아시 도로 위에 설치된 관광세 안내 표지판을 여행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최근 관광세를 도입한 대표적 지역이다. 베네치아는 이미 지난달부터 당일치기 여행자들에 한해 성인 기준 5유로(약73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수상도시라는 특성상 가뜩이나 도로 등 시설이 미비한 베네치아는 코로나 봉쇄가 끝난 뒤 오버투어리즘 현상 속 주민들이 소음, 사행활 침해, 쓰레기 문제 등 수많은 피해를 호소해왔다. 지나친 관광객 때문에 문화유산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경고까지 나오자 베네치아시는 결국 ‘도시 입장료’ 개념으로 관광세 도입을 결정했다.

관광세 등 간접적 방식이 아닌 직접적 인원 제한에 들어간 유명 여행지도 속속 나오는 중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대표적 관광지인 아크로폴리스의 방문자 숫자를 일일 최대 2만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관광객 폭증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현지주민들의 시위도 지속적으로 늘어고 있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아예 조금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는 도시도 있다.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이 대표적. 암스테르담시는 지난달 17일 더 이상 신규 호텔을 짓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에 나섰다. 관광객의 연간 호텔 숙박 횟수를 2000만 건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신규 호텔은 다른 호텔이 문을 닫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가된다. 

‘운하의 도시’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은 도시로 들어오는 유람선 수도 지난해 2300척에서 2028년까지 절반 수준인 1150척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 조치로 관광객 27만 명이 감소해 연간 7350만 유로(약 1000억원)의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지만 주민 편의를 위해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 시 당국은 “도시를 주민과 방문객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유지하고자 한다”며 이번 조치들이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관리’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