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악당 타이어 산업, 친환경 기술로 ‘환골탈태’할까

이미경 2024. 5.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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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에 따른 공급망 재편 및 ESG 평가 확대 흐름 속에서 국내외 타이어 업계가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이어 업체들은 유해 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거나 폐타이어 리사이클링을 통해 친환경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경ESG] ESG 나우

SK케미칼, 효성첨단소재, 한국타이어가 상업화한 지속 가능 타이어. /사진 효성첨단소재 제공

기후 악당으로 지목되고 있는 타이어업계에 최근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타이어 산업은 주행 과정에서 마모로 인해 발생하는 오염 입자가 배기가스보다 많다는 점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특히 타이어 원료인 석유화학 소재의 오염물질 배출이나 폐타이어 처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오염물질 배출 절감과 공급망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외 타이어社, 친환경 기술 개발 접목 움직임

타이어는 자동차 주행 과정에서 도로와 마찰이 일어나 마모되면서 고무, 먼지가 혼합된 입자를 방출한다. 이러한 타이어 마모 입자는 빗물을 통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대기 중에서 폐로 흡입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타이어는 배기가스보다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또 타이어는 마모될 때 주행 중 폭발 및 미끄러짐 등 위험성이 커져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다. 매년 국내에서만 3000만 개 내외의 폐타이어가 발생하며, 글로벌 발생량은 10억 개에 달한다.

합성고무와 석유 등을 소재로 하는 타이어는 소각 시 다이옥신을 비롯한 독성화학물질을 방출할 뿐 아니라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잘 분해되지 않는 고무의 특성상 매립 시에도 자연분해되기까지 10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일부 폐타이어는 선박의 방충재로 사용되는데, 운항 과정에서 바다에 떨어져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러한 다양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는 타이어 산업에도 ESG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친환경 원료 기술을 개발하거나 폐타이어 리사이클링을 통한 타이어 순환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쉐린·브리지스톤·콘티넨탈을 비롯한 글로벌 톱티어 타이어업체들은 스타트업, 석유화학 기업과 적극적인 기술 협업을 통해 차세대 친환경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ESG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26년부터 예정된 탄소국경세의 본격적 적용과 공급망 실사지침에 따라 전과정 차원의 대응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타이어 3사는 지속가능한 천연고무를 위한 글로벌 협업 플랫폼인 GPSNR을 비롯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물론, 2045~2050년 지속가능한 원료 사용률 100%를 목표로 친환경 소재와 타이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전기차용 타이어업체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보다 앞서 전용 브랜드를 구축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소재 개발 및 폐타이어 리사이클링 강화

타이어의 주요 원재료인 천연고무는 전 세계 85%가량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소규모 농가에서 재배되는데, 채취 과정에서 삼림을 벌채할 때 환경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국내 3사를 포함한 주요 타이어 밸류체인 기업들은 GPSNR을 조직해 천연고무 공급망 내에서의 인권 및 환경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며 대응하고 있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타이어의 경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조달하는 카본블랙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러·우전쟁 이후 공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폐타이어 열분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재생 카본블랙 비중을 높였다. 이와 함께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은 유해 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소재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타이어 생산에 힘쓰고 있다.

지속가능한 원료로는 재활용 카본블랙과 PET 코드, 바이오 기반의 합성 오일 및 소재 등이 부각된다. 이와 관련해 미쉐린은 2021년 과일 껍질과 해바라기유 등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타이어 시제품을 공개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제조 과정에서 쓰는 보강재인 실리카를 쌀겨를 비롯해 식품성 폐기물을 가공해 사용하고 있다. 

폐타이어 리사이클링도 강화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타이어는 그 형태 자체로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열 또는 형태 가공을 통해 다른 제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상태가 좋은 타이어의 경우 트레드 부분을 교체해 재생타이어로 사용할 수 있다. 재생타이어는 신제품 타이어를 생산할 때보다 절반 정도의 고무를 절약할 수 있으며, 단순화된 공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새 타이어보다 가격이 저렴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30% 이상 상용차가 재생타이어를 사용할 정도로 보급률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시내버스에 쓰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유럽 재생타이어 브랜드인 알파트레드를 별도로 마련해 독일과 영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은 2020년 독일과 프랑스 등 5개국 내 미쉐린 등 민관 13개 조직이 참여한 폐타이어 자원 순환 프로젝트 ‘블랙 사이클’을 진행하고 있다. 1200만 유로 규모의 자금을 들여 지속가능한 원료 생산 및 타이어 순환경제 모델 설계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폐타이어 순환경제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 컨소시엄인 한국형 블랙사이클이 구성됐다. 아울러 타이어 전과정 주기 관리 및 지속가능한 공급망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 타이어社, 밸류체인 대응 주목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글로벌 타이어업계 최초로 전 생산과정에 걸친 친환경 원료 사용 국제 인증인 ISCC 플러스를 획득했다. 2005년부터 폐타이어 역량 강화를 위한 이니셔티브인 TIP에 참여해 폐타이어 관리 시스템이 미비한 국가에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매출액 내 친환경 제품 비중을 80%로 목표로 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속가능한 원재료 개발을 위해 유럽의 신토스와 MOU를 체결하는 한편, 2023년 말에는 지속가능 재료를 80%까지 적용한 타이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저연비와 저마모, 저소음 등 사용 단계에서의 연비 개선 및 분진 감소를 위한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22년 말 기준 지속가능한 원재료 비중이 23%를 기록하며 국내외 사업장에서 생산된 타이어 중 재활용되는 폐타이어 비율이 10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지속가능 원재료 비중을 52%까지 높인 콘셉트 타이어 ‘Eco Tech’를 공개했으며, 향후 카본블랙 등 진입장벽이 높은 원료로 확장할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식물성 원료 및 폐페트병을 이용한 타이어코드를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2050년까지 모든 PET 타이어코드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한국타이어, SK케미칼과 협업해 지속가능 원료를 절반 가까이 사용하기도 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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