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수성·탈환' 삼성·SK 뜨거운 경쟁…고객사·공급사 모두 웃는다

강태우 기자 2024. 5.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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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격화하며 HBM 기술·양산 시점도 빨라져…'글로벌 AI 칩' 시장 장악 결과로
고객사들도 공급사간 경쟁 구도에 긍정적…"HBM 안정적 성장에 선순환 전망"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앞세워 실적 개선을 가속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단순 '출혈 경쟁'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각사의 기술 향상은 물론, 나아가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에서 'K 반도체'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해외 경쟁사나 모두 다 높은 기술 역량을 가지고 있고 잘할 수 있는 포텐셜이 있다"며 "때문에 저희도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페이스에 맞추며 고객 니즈에 부합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곽 사장이 언급한 경쟁사는 HBM 시장에서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다. 여전히 SK하이닉스가 HBM 1등이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지만 안주하기보다는 경쟁사들의 추격을 발판 삼아 더욱 전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그동안 '팔로워'의 입장으로 부진한 상황이었지만 자사 경쟁력을 강조하며 최신 HBM의 기술 개발과 양산 소식을 잇달아 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HBM3E 제품 사업화는 고객사 타임라인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이미 8단은 초기 양산 개시했고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은 현재 샘플 공급 중으로 2분기 중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당사의 HBM 공급 규모는 비트(Bit) 기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려가고 있고 고객사와 이미 공급 협의가 완료됐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이상 계획하고 있으며 해당 물량에 대해 고객사와 원활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는 HBM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나타난 자신감과 내부에서 'HBM 1위 탈환'의 목소리가 점차 커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삼성 반도체를 이끄는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 발표를 한 다음 날(4월 26일) 구성원을 대상으로 연 사내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며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BM3E의 8단 제품은 SK하이닉스가 양산이 빨랐지만 HBM3E 12단은 삼성전자가 1개 분기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곽 사장은 애초 올 3분기 개발·내년 공급이었던 자사 HBM3E의 수정된 로드맵을 간담회에서 공식화했다.

그는 "HBM 생산 측면에선 저희 제품은 올해도 이미 솔드아웃이지만 내년에도 대부분 솔드아웃이 됐다"며 "당사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H 제품 샘플을 이달부터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경쟁은 엔비디아나 AMD, 인텔 등 AI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종환 SK하이닉스 D램 개발 담당 부사장은 간담회에서 "현재 HBM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고객 입장에서도 1개 공급사만 바라보는 건 불안할 것"이라며 "공급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고객 입장에서도 HBM을 더 많이 사용할 환경이 될 것이고, HBM 안정적 성장에 선순환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오른쪽)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반도체기업 대표들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초격차 확보를 위한 민·관 반도체 전략 간담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2.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맞춤형(커스터마이즈)' 제품이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에서도 양사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HBM4를 포함한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통해 "종합 반도체 역량을 십분 활용해 '맞춤형 HBM' 제품으로 주요 고객사의 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다짐했다.

1위 수성 의지를 드러낸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4(12단)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1년이나 앞당기며 차세대 제품에서도 시장 리더십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다음 제품인 HBM4 16단은 2026년 양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AI 메모리 시장은 초기 단계로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5% 수준이었던 AI 메모리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61%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지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예상되는 총 HBM 누적 매출액은 100억 달러(약 13조 8000억 원),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약 130억~170억 달러(18조~23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와 업황 회복에 힘입어 1분기에 각각 1조 9100억 원(DS부문), 2조 8860억 원으로 '깜짝 실적'을 냈다. AI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HBM은 물론 기업용 SSD 등 낸드 수요 역시 커지면서 양사의 AI 메모리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bur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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