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마저 탈락…韓체육, '48년전 소환' 올림픽 위기론 확산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4. 5.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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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던 남자 축구마저 예선 탈락하면서 한국 체육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48년만에 최소 인원 참가가 확정됐다. 12년전인 2012 런던 올림픽만해도 13개나 따던 금메달은 이제 4~5개도 장담하기 힘들다.

명경기와 감동의 순간으로 때로는 국민들을 울게하고, 때로는 웃음짓게 했던 한국 체육이 몰락하고 있는 것일까.

ⓒ연합뉴스

▶충격의 축구 탈락…구기종목은 女핸드볼뿐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4월26일 인도네시아와의 AFC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이로써 3위까지 받을 수 있는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8강 패배가 더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상대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였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이어오던 9회 연속 진출의 역사가 한국 축구 레전드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팀에서 끊겼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상수'였던 남자 축구의 올림픽 진출 실패로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이 구기 종목에 나서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이미 남녀 농구와 배구가 예선 탈락했고, 여자 축구를 비롯해 남자 핸드볼, 럭비, 하키, 수구도 탈락한 상황. 결국 파리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의 구기종목은 여자 핸드볼 뿐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자 축구, 여자 핸드볼, 여자 농구, 여자 배구, 남자 럭비, 야구(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제외)가 나갔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구기종목은 한국의 올림픽 진출사에서 항상 메달을 보장해주던 종목이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구기종목에서 메달이 나오지 않자 무려 44년만에 구기종목 노메달이었다는게 화제가 되며 문제시됐는데 그로부터 고작 8년이 지난 지금 이제 구기종목에 나서는게 여자 핸드볼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체감할 수 있다.

올림픽 진출 실패에 고개 숙인 황선홍 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금메달 숫자도 적을듯…한국 체육의 몰락

단체종목인 구기종목 불참으로 한국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소 인원 파견이 확정됐다. 당시에는 고작 5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냉전 문제로 1980 올림픽 불참 이후 1984 LA 올림픽부터 한국은 항상 200명 이상의 선수단 숫자를 지켜왔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는 개최국이었기에 무려 477명의 선수가 출전했고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300명 이상 참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0명 이하로 출전하게 되면서 48년만에 최소 인원 파견을 확정했다.

단순히 구기종목의 본선 진출 좌절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48년만에 최소 금메달을 따는 대회가 될 수 있기 때문.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한국은 양궁, 펜싱 등에서 총 5~6개의 금메달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를 따낸 이후 1984 LA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낸 것이 한대회 최소 금메달 숫자였다. 5개 이하 금메달에 그친다면 출전 선수 숫자에 이어 또 48년만에 최소 금메달에 그치는 굴욕의 역사를 쓸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고 무대를 경험해봐야 좋은 선수도 늘어난다. 또 아무리 순위나 메달 색깔 보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게 올림픽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금메달의 가치는 엄청나다. 계속해서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8년만에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는 것만으로 한국 체육 몰락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대한체육회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상황과 관련 저출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데 2002년부터 한국은 초저출산(1.3명 이하) 국가로 분류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이유가 설명된다.

인구가 적다보니 개인의 피땀이 요구되는 체육 종목을 진지하게 접근하는 엘리트 선수들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복싱, 유도, 레슬링 등 투기 종목은 한국의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이었지만 2012년이후 금맥이 끊겼다. 이제 더이상 힘든 체육은 부모들의 자녀 양육에 우선순위가 아니게 된 것이다.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그리고 각 종목의 협회 등이 힘을 합쳐 체육에 대한 대대적인 접근 방식 변화를 추구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일동포로 일본에서 고교 시절 럭비 선수로 활약한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사실상 학교 스포츠가 없다"며 "학교를 다니며 1인당 1종목을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모든 아이들이 스포츠를 접했을 때 그속에서 재능있는 엘리트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만하다. 일본은 1992, 1996 올림픽에서 금메달 고작 3개에 그친 이후 정부에서 나서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집중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미 학교 스포츠가 잘 정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재능을 드러내면 전문적 훈련을 받을 수 있게 2008년부터 국립훈련센터(NTC)를 만들어 육성하고 관리했다. 그 결과 기초 체육의 정점인 육상에서 일본은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400m 계주 은메달을 따냈고 이번 파리 올림픽은 무려 17개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국력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문화강국으로써 한류와 K팝을 세계적으로 주도하고 있지만 체육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며 48년전 1976 몬트리올 올림픽을 소환하고 있는 현실이다.

ⓒ연합뉴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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