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무려 105득점, 졌지만 잘 싸운 대전고와 가슴 졸였던 부산중앙고

조원규 2024. 5. 5.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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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 삼일고와 연장 접전 끝에 석패
백인준 3점 슛 7개 포함 51득점 맹활약
구력 1년 유현서 1쿼터 6득점 깜짝 활약
▲ 대전고 백인준

 

대회 최대의 이변이 연출될 뻔했습니다.

2024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이하 연맹회장기) 4일째, 김천실내체육관에서 1패의 대전고가 1승의 삼일고를 만났습니다. 대전고는 패하면 예선 탈락입니다. 승리하면 결선에 진출합니다.

<연맹회장기 예선 H조>
부산중앙고 78-62 대전고
삼일고 103-67 부산중앙고

H조는 세 팀입니다. 1패의 대전고가 삼일고를 이기면 세 팀 모두 1승 1패로 골득실을 따져야 합니다. -20의 부산중앙고가 탈락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삼일고가 이기거나, 대전이 삼일을 56점 이상 이겨야 부산중앙고가 결선에 진출합니다.

그런데 삼일고와 대전고의 전력 차이가 큽니다. 삼일고 위진석(201cm, 3년)과 한영기(198cm, 3년)의 높이부터 부담입니다. 대전고의 주축 선수 중 최장신은 백인준(190cm, 3년)입니다. 특히 위진석은 윤현성, 김성훈(이상 경복고 3년)과 함께 올해 가장 주목받는 빅맨입니다.

높이만 좋은 팀이 아닙니다. 김태균(185cm, 3년)의 득점력과 양우혁(177cm, 2년)의 돌파는 수비에게 부담을 줍니다. 압도적인 높이에 다양한 공격 루트를 자랑하는 삼일고와 비교해 대전고에서 득점할 수 있는 선수는 제한적입니다.

공격보다 더 큰 차이는 수비입니다. 최병훈 대전고 코치는 “공격은 능력 있는 선수 한두 명이 풀어줄 수 있다. 수비는 5명이 같이 해야 하는데 구력이 짧은 선수들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구력의 차이가 기본적인 스텝이나 전술 이해도 등에서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승리는 기대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자고 얘기했다. 솔직히 승리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경기 후 최 코치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습니다. 2쿼터까지 삼일이 51-39로 앞섰을 때, 관중석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점수 차가 크지 않네’였던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3쿼터에 대전고가 무려 32점을 올리며 71-78로 추격했습니다. 그래도 삼일의 승리를 의심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4쿼터에도 대전의 득점은 멈추지 않았고, 경기는 접전으로 흘렀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설마, 설마’ 했습니다.

100-101로 지고 있던 종료 2초 전. 대전고가 천금 같은 자유투 2개를 만들었습니다. 1구는 성공. 2구는 림을 돌아 나왔습니다.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대전고 선수들은 연장까지 버틸 체력이 없었습니다.

최 코치는 “우리는 가용 인원이 많지 않다. 리바운드를 잡느라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선수들의 다리가 풀려 있었다”고 했습니다. 결정적인 자유투 실패는 체력적 부담에 심리적 부담을 더했습니다. 자유투를 실패한 선수는 ‘아!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3, 4쿼터에만 62득점을 올린 대전고가 연장전은 단 4득점에 그쳤습니다. 자유투를 6개 연속으로 실패했고 잘 들어갔던 3점 슛도 계속 림을 튕겼습니다. 드라마 같던 승부는 반전 없이 삼일고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던 정승원 삼일고 코치는 “대전고 선수들이 완전 잘했다. 이렇게 경기하면 정말 좋은 팀이고, 최선을 다했는데 힘든 승부였다”고 웃으며 얘기했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담긴 웃음입니다. 전력의 차이가 컸지만, 대전고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지배한 것은 높이나 기술이 아닌 대전고 선수들의 투지였습니다. 점수 차가 벌어져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더 높이 뛰고, 더 많이 뛰었습니다.

백인준은 3점 슛 7개 포함 51득점 5어시스트로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만들었습니다. 매 쿼터 10점 이상을 올리는 꾸준함도 보였습니다. 3쿼터에는 17득점을 쏟아부으며 추격의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대전고 백인준, 3점 슛 7개 포함 51득점

 

백인준은 "2쿼터에 점수 차를 좁히면서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결과가 너무 아쉽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자유투를 더 연습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다음 대회 더 좋은 경기력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황수환(174cm, 3년)은 초반에 패스를 많이 하라는 코치의 주문을 잘 이행했습니다. 3쿼터 이후로는 적극적으로 득점에 나서며 19득점 11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유현서(193cm, 2년)은 황수환의 패스를 득점으로 잘 연결했습니다. 유현서는 작년에 농구를 시작한 선수입니다.

최 코치는 “지방은 (유)현서처럼 늦게 농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일찍 시작해서 기량이 올라온 선수들은 수도권 팀으로 진학해 선수 수급이 더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오늘은 좋은 경기를 했지만, 그것이 꾸준할 수 없다는 답답함이 최 코치의 말에 담겨 있었습니다.

이날, 부산중앙고는 가슴 졸이며 이 경기를 봤습니다. 지난 두 대회에서 골득실 차이로 예선 탈락한 비운의 팀입니다. 대전고가 이겼다면 세 번 연속이라는 이색 기록을 만들 뻔했습니다.

이날 경기로 조별 예선이 끝났습니다. 모든 경기에 승자와 패자가 있었습니다. 삼일고, 부산중앙고, 대전고가 경쟁한 F조에도 승자와 패자가 있었습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승자가 있었고, 놀라운 투지를 보여준 패자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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