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국유기업 매출 폭망...‘자원 무기화’가 제 발등 찍었다

최유식 기자 2024. 5.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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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중국 희토류 국유기업, 매출 급감 이어 줄줄이 적자 행렬
”미국·호주·일본 독자 공급망 구축, 국내 경기 부진 등으로 가격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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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 과정을 거쳐 나온 희토류. /미 농무부

중국 희토류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국유기업들이 요즘 울상입니다. 희토류 국제가격 하락으로 작년 매출액과 순이익이 대폭 감소한 데 이어, 올 1분기(1~3월)에는 줄줄이 적자를 냈어요. 1위 업체인 북방희토는 5200만 위안(약 1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흑자 규모가 작년 1분기에 비해 94.4% 줄었습니다.

희토류는 독특한 화학, 전기적 특성을 갖는 17종의 원소를 통칭하는 것으로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이죠.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제트엔진, LED 디스플레이 제조 등에 폭넓게 쓰입니다. 전투기와 미사일 등을 만드는 데도 빠질 수 없는 전략 물자죠.

중국은 전 세계 공급량의 70%를 차지하는 희토류 대국으로, 그동안 희토류를 경제 보복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것이 시작이었죠.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자 “대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만 30~40% 내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자 미국, 일본, 호주 등은 동남아 지역 희토류 생산을 늘리고 자체 정련 공장을 가동하는 등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본격화했죠. 그 결과 희토류 공급이 늘면서 국제가격이 내려가자 중국 희토류 업체들이 무더기로 손실을 본 겁니다.

중국 희토류 업계를 대표하는 중국희토그룹은 작년 매출액이 5.4% 줄고 순이익은 45.7% 폭락했어요. 올 1분기에는 2억8900만위안(약 550억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최대 공급 업체인 북방희토도 작년 매출액이 10% 감소했고, 순이익은 60% 떨어졌다고 발표했어요. 빅5 업체인 성허자원 역시 작년 순이익이 80% 줄었고, 올해 1분기엔 2억16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희토류 업계 실적 악화는 희토류 국제가격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에요. 작년 희토류 국제가격은 원소별로 30~40% 내렸습니다. 전기차용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는 네오디뮴은 작년 연말 가격이 연초에 비해 40.4% 떨어졌어요.

◇미얀마 등 희토류 생산량 급증

미국국가지질국(USGS) 자료를 보면 작년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은 35만톤으로 2022년(30만톤)에 비해 16.7% 늘어났습니다. 미얀마가 1만2000톤에서 3만8000톤으로 216% 증가했고, 중국도 21만톤에서 24만톤으로 14.3% 늘었어요. 미국도 4만2000톤에서 4만3000톤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반면, 희토류 수요는 부진했어요. 중국은 제로 코로나 방역 폐기 이후에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서 작년 제조업 업황이 전반적으로 저조했습니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였죠.

미국과 일본, 호주가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것도 중국 업체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2023년 말 기준 4400만톤으로 전 세계의 40%가량을 차지하죠. 하지만 베트남(2200만톤), 브라질(2100만톤) 등도 매장량이 많습니다. 호주(570만톤), 미국(180만톤)도 적잖아요. 이런 상황인데도 중국이 그동안 큰소리를 쳐온 건 앞선 희토류 정련 기술을 바탕으로 매장량보다 훨씬 더 많은 정제 제품을 국제시장에 공급해왔기 때문입니다.

희토류는 ‘희귀한 토양 물질’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지표면에 많은 양이 존재한다고 해요. 다만 워낙 소량으로 포함돼 있어 추출이 쉽지 않습니다. 추출할 때 유독 화학물질을 사용하다 보니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는 문제가 있어요. 이 때문에 미국은 세계 2위 희토류 생산국인데도 자국 정련 시설을 폐기하고, 희토류를 전량 중국에 보내 정제해왔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5월 장시성의 희토류 생산 업체 진리를 시찰하고 있다. 시찰에는 당시 미중 무역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류허 부총리(뒤쪽 검은 상의)가 동행해 희토류를 대미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선일보DB

◇“중국 희토류 패권에 타격”

중국의 희토류 위협이 거세지자 미국은 서둘러 공급망을 재편했어요.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 내 희토류 정제 공장을 다시 가동하고 자체적으로 희토류를 정련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주도 일본, 베트남과 협력해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했어요.

북방희토는 올 연초 낸 공시자료에서 “미국과 호주, 라오스, 미얀마와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중국 희토류 산업의 지위와 영향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썼습니다. 닛케이 아시아도 “경쟁국들이 서둘러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데다, 중국 국내 경기도 부진해 중국 희토류 업체들의 매출과 순이익 손실이 컸다”고 보도했어요.

중국 희토류 업계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생산량과 매장량도 압도적이죠. 다만, 시도 때도 없이 희토류 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 들기는 어려워 졌습니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데다, 희토류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죠. 함부로 무기를 휘둘렀다가 이번처럼 제 발등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닛케이 아시아는 4월 29일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새로운 희토류 공급망이 형성되면서 중국 희토류 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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