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 문제 어떡하나… 한일역사공동위원회 복원도 한 방편 [이우승의 이슈 돌아보기]

이우승 2024. 5. 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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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행사된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 논란…2024년도 식민지배 인정하는 역사교과서 2종 추가 검정 통과
교과서 검정통과→외교부 비판성명·초치→수정요구, 성과 없는 ‘그들만의 리그’ 못 벗어나
소모적 논쟁 별개로 장기적 차원 맞춤형 대응 고민해야할 시점
“근린제국 조항 근거로 일본 정부가 적극적 개입하도록 해야”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복원, 교육현장서 사용될 공동사료집 추진도 논의해야
일본 강점기 한반도 식민 통지에 대한 일본 역사 교과서 기술 문제는 항상 우리 국민의 민족 감정을 자극했다. 일본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에 따른 한·일 간 충돌은 연례행사가 됐다. 우익 사관을 담은 역사 교과서가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하면 외교부는 비판 성명과 함께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일을 되풀이 해 왔다. 언론도 이에 비판을 쏟아내면서 시정 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을 찾은 시민들이 독도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올해도 봄철 연례행사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고, 일본의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로 이어졌다는 우익 사관에 기초한 일본 역사 교과서가 지난달 19일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했다. 우익 사관에 기초한 일본 역사 교과서는 2020년 직전 검정 당시 7종 중 1종에 불과했지만 이번 검정으로 교과서 10종 중 4종으로 늘었다. 기존 이큐호샤, 지유샤 교과서에 이어 레이와서적이 펴낸 역사 교과서 2종이 추가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외교부가 성명을 내고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거짓 기술을 포함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인선 2차관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 중학교 교과서 추가 검정 결과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초치라는 외교적 조치가 해당국에 엄청난 압박을 주는 것은 아니다.  주재국 정부가 해당 국가에 항의할 일이 있을 때 주재국의 해당 국가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일련의 절차다. 외교부 2층으로 올라오는 일본 대사를 기자들이 기다렸다가 취재를 하지만, 이내 비공개 장소로 이동한다. 

‘양면게임’처럼 일본 정부 검정교과서 통과 조치에 불만이 있는 우리 국민을 다독이는 역할도 한다. 교과서 검정통과→외교부 비판성명·초치→수정요구 등 과정이 매우 매끄럽게 진행된다. 이럴 때마다 한 번씩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형식적인 행사로 보여서다. 역사 교과서 파동이 되풀이 되지만 달라지는 것도 없다. 
지난 4월 19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 등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뉴스1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경우, 일본 내 현황을 좀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비판하고 통과시키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 보단, 일본 내 학교에서 우익 교과서가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내용도 세밀하게 살펴 ‘맞춤형 비판’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북아 역사재단 뉴스 5월호에 실린 ‘키워드로 보는 일본 교과서 문제, 실상과 허상’(남상구 재단 연구정책실장)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 대표적인 우익 교과서인 지유샤와 이쿠호샤 채택률은 0.04%, 1.1%에 불과하다.

1,155,000권 중 12,000권에 불과하다. 채택률이 가장 높은 도쿄쇼세키 교과서의 채택률이 52.5%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격차가 있다. 또 내용도 도쿄쇼세키 교과서는 1905년 외교권 박탈, 1907년 황제 강제 퇴위 및 군대 해산, 한국의 저항운동, 무력에 의한 식민지배, 조선 문화와 역사교육 제한 등을 기술하고 있다. 한국식민지배에 대한 열강의 승인, 개발과 근대화를 강조하고, 일본이 한글을 보급했다는 내용을 담은 지유샤의 식민지화 관련기술과는 상당히 대비가 된다고 글을 설명하고 있다. 

남상구 실장은 3일 전화통화에서 “일본 공립학교는 지역구 별로 교과서를 채택한다. 대체로 보수적 교육위원회와 지자체장이 있는 지역이 우익 교과서 채택이 높다”고 지적했다. 2015년 당시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률이 한때 6.7%에 이르러 우익 교과서 전체 채택률이 7%가까이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이는 당시 요코하마 지역의 채택률이 높았기 때문인데 지자체장과 교육위원회의 보수성향에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19일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한 중학생용 교과서 모습. 연합뉴스
교과서 검정 문제에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검정제도를 통해 교과서를 만든다. 정부가 교과서 집필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따라 출판사가 교과서를 제작하면 정부가 심사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다루도록 한 내용만 기술이 되면 추가로 기술하는 것에는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이 글은 설명하고 있다. 검정 제도의 목적이 국가가 특정한 역사 인식과 역사 사실 등을 확정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 정부의 좋은 의도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982년 만들어진 집필 기준에서의 근린제국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웃나라에 대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을 기술할 때는 국제협력과 이해에 대해서 필요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남 실장은 ”이 조항이 (의무가 아닌) 당위에 가까운 조항”이라면서도 “근린제국 조항이 있으니 한국이나 중국이 불쾌하게 생각할 만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것은 아니다’라고 우리가 지적할 수 있을 것”같다고 강조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소모적인 논쟁과는 별개로 장기적인 차원의 대응과 대책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남상구 실장은 이제는 중단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복원도 한 번 생각해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4월 22일 서울 종로구 경주이씨중앙화수회관에서 열린 2024 일본 채택 일본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결과 긴급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한혜인 운영위원이 역사 왜곡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2001년 10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역사문제에 대한 한·일공동연구가 합의되면서 만들어졌다. 2005년과 2007년 2기까지 활동을 해왔다. 2기에서는 교과서 분과위원회도 신설됐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3기 활동은 재개되지 못했다. 

남상구 실장은 “실질적인 해법으로는 수업에서 쓸 수 있는 사료집을 공동으로 만들어 현장 교사에게 배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공동 교과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한 공동 사료집을 통해 현장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남상구 실장은 “발칸 반도 쪽 국가들도 공동사료집 냈다고 한다. 우리도 수업에 사용할 수 있는 사료집이나 수업자료를 만들어 한일 양국 교사들에게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나눠주는 것이 실질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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