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파이크] 폰푼, 지아, 윌로우 美로...자유계약 없는 V-리그 '철렁'

권수연 기자 2024. 5. 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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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아-폰푼-산타나-윌로우ⓒKOVO, 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자유계약제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눈에 들어온다. 미국프로리그가 연달아 막을 올리며 실력있는 외인 선수들이 미국리그로 향하고 있다.

미국리그인 리그 원 발리볼(LOVB)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2일 "프로팀 명단에 뛰어난 선수 7명을 추가로 영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신규 영입 선수들을 공개했다. 해당 명단에는 국내 리그 정관장에서 한 시즌(23-24시즌)을 활약한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이름이 껴있었다.

지아는 지난 시즌 외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정관장에 입단했다. 7개 구단 중 유일한 아시아쿼터 아포짓 스파이커인 메가와 쌍포를 이룬 지아는 7시즌 만의 팀 봄배구 진출에 공을 세웠다. 23-24시즌 정규리그 기준 34경기 129세트 출전에 누적 690점, 공격종합성공률 43.95%을 달성했다. 시간차 공격에서는 64.81%로 전체 1위에 올랐으며 후위공격에서도 44.27%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지아가 흥국생명 김수지-윌로우의 블로킹을 뚫고 공격을 시도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하지만 한국에서의 경력은 단 한 시즌으로 막을 내렸다. 지아는 시즌을 마친 후 인도네시아 리그로 향한 뒤, 오는 11월부터 프리시즌으로 막을 올리는 미국의 세 번째 프로리그 LOVB에서의 활약이 예정되어있다.

IBK기업은행에서 활약했던 달리 산타나 역시 같은 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확정됐다. LOVB는 지난 3월 공식 SNS를 통해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출신이자 22-23시즌 한국 V-리그에서 활약했던 달리 산타나가 LOVB리그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여자배구 대표팀 출신이자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 멤버로 활약한 안드레아 드류스까지 지난 3월 22일, LOVB리그로의 이적이 공식화됐다. 

LOVB리그는 지난 2020년 클럽리그로 개막해 올해 프로리그로 전환, 오는 2025년 4월에 첫 챔피언십 개최를 앞두고 공격적으로 준수한 자원들을 쓸어담고 있다.

또 흥국생명에서 활약하던 윌로우 존슨(샌디에이고 모조)은 PVF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금주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윌로우가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과 하이파이브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윌로우 존슨은 미국프로야구(MLB) '전설 투수' 랜디 존슨의 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8년 미국배구지도자협회(AVCA) 전미 우수상 등을 받았으며 튀르키예 리그, 애슬레츠 언리미티드 프로리그 등에서 활약했다. 22-23, 23-24 두 시즌 연속으로 V-리그 트라이아웃에 신청서를 넣었지만 당시에는 선택받지 못했다가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교체용병으로 흥국생명에 입단, 시즌 중 중도 데뷔했다.

이후 국내에서의 짧은 활약을 마친 윌로우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샌디에이고 모조에 입단하며 PVF시즌을 치르고 있다. PVF는 LOVB리그와 별개로 올해 1월 24일부터 시작되어 현재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현재 샌디에이고 모조에는 태국 대표팀 출신이자 페네르바흐체에서 김연경(흥국생명)과 함께 뛰었던 세터 눗사라 톰콤이 윌로우와 함께 함께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23-24시즌 올스타전에 나선 폰푼ⓒ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 밖에도 태국 국가대표팀이자 IBK기업은행에서 활약했던 세터 폰푼이 미국으로의 진출을 알리며 트라이아웃을 철회해 이슈에 올랐다.

당초 폰푼은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재신청서를 넣었으며 김호철 감독 역시 폰푼과의 재계약을 전제로 깔고 팀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행사 하루 전 폰푼이 갑작스러운 철회 의사를 밝히며 불가피하게 새로운 세터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틀어졌다. 배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폰푼에게 브라질과 미국 리그의 오퍼가 들어왔고, 미국 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행은 이번 트라이아웃을 통해 신장 178cm의 중국 세터인 천 신통을 뽑았다. 

미국 배구는 그간 지역별 대학 리그, 즉 전미대학체육협회(NCAA)가 주가 됐으며 본격적인 프로무대에 나서려면 해외 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프로리그가 잇따라 개막하며 더 환경이 나은 자국리그에 대한 선택지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한국 프로리그의 외인 자유계약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미국 선수들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더 큰 해외 이적 시장에 눈을 돌리는 뛰어난 아시아, 유럽권 선수들이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4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 지명받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OVO
23-24시즌 외인 트라이아웃에 지명된 지아가 정관장 고희진 감독과 함께 섰다, KOVO

현재 V-리그의 외인 선수 영입은 15-16시즌 이후 9년 동안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단도 선수도 서로 자유성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구단은 원하는 선수를 데려올 수 없고, 선수도 원하는 구단과 직접 협상을 할 수 없다.

아시아쿼터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지원자들이 오퍼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미국 리그로 눈을 돌리는 현재, 한국 리그는 현재와 같은 지원자 위주 드래프트 제도를 유지한다면 갈수록 선수 고령화 및 평균 수준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실력 부족으로 유럽 및 미국 상위 리그에서 선택받지 못하거나, 고령화로 에이징 커브에 접어든 선수들이 말미에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V-리그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풀을 전년도 10개 국에서 올해 64개 국으로 크게 확대한 상황이지만 실력을 갖춘 젊은 선수는 한두 시즌 정도 경력을 쌓고 미국 등의 리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리그는 외인 선수의 숫자에도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23-24시즌 기준 V-리그는 각 팀당 외국인 선수 한 명, 아시아쿼터 선수 한 명씩을 보유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흥국생명을 지도하는 아본단자 감독이 한 마디를 보탠 바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한국과 일본은 타 리그에 비해 외국인 선수의 숫자가 적다. 더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뛰어야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을 키울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고, 옐레나 태업 이슈가 있던 시즌 중에는 "한국은 선수 이적 시장이 닫혀있기에 교체 인력을 자유롭게 컨택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미국 리그가 판을 키우게 되면 외인 날개 공격수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리그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국내에서는 해외로 빠져나가 활약하는 선수가 없기에 자체 수준 향상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어떤 방향으로든 타개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KOVO,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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