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애플·MS가 다 해먹게 두지 않을거야”…호시탐탐 기회 노리는 빅테크들 [더테크웨이브]
AI가 바꾸는 운영체제 패러다임 변화 분석
최근 테크업계에서 생태계 선점을 위해 차세대 ‘운영체제(OS)’를 준비하는 빅테크 움직임과 맞물려 OS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주목됩니다.
OS는 사용자가 디바이스(전자기기)를 쉽게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인터페이스를 의미합니다. 하드웨어(디바이스)의 접근성과 사용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죠. 컴퓨터(PC)와 스마트폰이 대중화에 성공한 전자기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OS의 뒷받침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가상현실(VR) 헤드셋, 로봇,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디바이스’ 기술개발이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이를 제어하는 ‘OS’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용 OS인 ‘안드로이드’와 ‘iOS’로 글로벌 IT 패권을 차지한 것처럼 스마트폰 이후 ‘킬러 디바이스’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테크 공룡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는 하드웨어를 직접 판매하는 것만큼 OS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 ‘실익’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독자 OS를 통해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빅테크’의 공통된 과제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넥스트 스마트폰을 노리는 ‘킬러 디바이스’ 개발 경쟁과 AI 기술 발전 속 차세대 OS 생태계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사실 로봇 기술 개발은 꽤 오래전부터 이뤄져왔지만, 어려운 조작·운영 등의 문제로 상용화가 미뤄졌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드웨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로봇 제작 원가 하락 △AI 탑재를 통한 로봇의 지능 향상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전용 OS의 개발 등으로 상용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23년 135억 달러 수준이던 로봇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2032년 8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발전으로 인해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기차와 스마트폰 다음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요.
표준화된 OS가 없는 상황에서 로봇 개발자들은 하드웨어 설계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각 로봇마다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다르기 때문에 운영도 쉽지 않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로봇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막대한 생태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랩스와 네이버클라우드가 합작해 만든 아크마인드는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와 삼성 엑시노스를 기반으로 구동됩니다.
특히 웹 플랫폼에 존재하는 여러 모바일앱들을 로봇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에는 로봇의 제어·인지·이동을 위한 전용 웹 API 등의 기술이 포함됐죠.
현재 로봇 시장은 각 제조사에 따라 서비스 호환이 한정돼 있어요. 반대로 웹 플랫폼 생태계는 특정 회사, 진영에 속하지 않아 호환성이 굉장히 우수합니다.
‘웹 생태계’의 특성을 로봇 생태계에 이식해 서비스 상용화를 원하는 로봇 회사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것이 네이버의 전략입니다.
이를 실현할 아크마인드의 차별화된 기술은 ‘웹 플러그인’입니다.
아크마인드를 사용해 로봇 개발자는 웹에서 직접 로봇을 구동할 수 있는 전용 API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기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구현됐던 앱들을 아크마인드를 통해 로봇에 이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네이버는 상용화를 위해 아크마인드를 자체 개발 로봇 ‘루키’에 적용하고 시범 테스트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루키는 제2사옥인 1784 내에서 활동중인 서빙 로봇입니다. 네이버는 연내 110여대의 루키 로봇에 아크마인드를 순차적으로 탑재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들 빅테크는 로봇 하드웨어의 기술 발전을 예의주시하면서 소프트웨어 시장 진입 시기를 가늠하는 것으로 보여요.
특히 로봇을 구동하는 OS 뿐 아니라 로봇 기술 개발까지 시작부터 지원하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로봇 소프트웨어 ‘인텔리전트 로보틱스’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능형 봇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이죠.
구글과 아마존도 각각 ‘구글 클라우드 로보틱스 코어’와 ‘로보메이크’를 내놓는 등 관련 기술을 축적 중입니다. 개발자, 통합 업체 및 운영자가 로봇을 쉽게 관리하도록 돕는 기능이 탑재됐죠.
이미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의 경우, 로봇 OS 시장에 진출할 때 상당히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클라우드는 로봇 운영에 핵심적인 보안, 데이터, 양방향 통신 등 기술을 아우르는 플랫폼의 뼈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는 올해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AI플랫폼 개발 프로젝트 ‘그루트’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엔비디아는 2021년부터 오픈로보틱스와 같은 스타트업과 GPU와 같은 AI반도체 기반 시스템에서 로봇운영체제의 성능을 가속화하는 개발을 해왔습니다.
로봇 하드웨어 분야에서 남다른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도 독자 소프트웨어 확장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로봇 ‘볼리’에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했습니다.
스마트TV 같은 가전제품에 이어 AI 로봇에까지 타이젠을 적용한 것으로 주목됩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서 독자 OS 구축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태동하는 로봇 시장에서는 삼성이 그토록 염원하던 독자 OS 구축에 성공할 수 있을 까요.
다른 OS 생태계가 그러했듯 로봇 OS를 두고 오픈소스·폐쇄형 진영의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 인공지능 연구소와 로봇전문 기업 ‘Willow Garage’가 2007년 개발한 ‘로봇운영체제(ROS·Robot Operating System)’는 오픈소스로 공개돼 로봇 개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로봇을 제작하고, 서로 다른 로봇 제품 간 호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죠.
ROS는 전 세계 로봇 연구자·기업 사이에서 일종의 표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로봇 스타트업들이 이미 ROS를 활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태계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빅테크가 로봇 전용 OS를 본격적으로 내놓을 경우, 현재 생성형AI 시장처럼 진영이 나뉘어 각기 다른 생태계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VR·AR기기 시장 규모가 올해 182억달러에서 2026년 357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메타는 전 세계 VR헤드셋 시장 1위 제품인 ‘퀘스트’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10년간 개발한 OS를 외부 기업들에게 개방하고 ‘동맹군’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픈소스는 일종의 설계도인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누구나 수정·재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해요.
메타는 퀘스트용 OS 명칭도 ‘호라이즌 OS’로 바꾸고 오픈소스 전환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를 두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다른 기업들도 메타의 OS를 이용해 헤드셋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죠.
메타는 호라이즌OS를 확장하기 위해 에이수스, 레노버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에수스는 ‘게이밍 헤드셋’을 레노버는 ‘학습·엔터테인먼트’용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고 해요. 메타가 OS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파트너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의 이 같은 전략은 구글이 과거 안드로이드 OS를 오픈소스로 개방하면서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한 모습과 흡사하다는 분석입니다.
메타의 핵심 캐시카우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바일 앱은 애플과 구글 등의 모바일 OS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메타는 오랫동안 자체 디바이스와 운영체제 구축을 갈망해왔죠.
MR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적은 같지만 구체적인 전략에서 애플과 메타는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비전프로 헤드셋을 출시한 애플은 생태계 확장에 있어 폐쇄적인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전프로는 비전OS로 구동됩니다.
애플 생태계에 발을 내딛고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지 않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애플식’ 전략이죠.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에 사용자를 록인(Lock-in)시켜 생태계를 공고히 하고 이들이 지속해서 애플 하드웨어를 구매하도록 유도해 하드웨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디바이스의 강력한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데요.
앞서 애플은 스마트폰-아이패드-애플워치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비전프로 초기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애플이 MR 시장에서 이를 재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애플은 기기 내 사용을 목표로 하는 자체 소형 언어모델(LLM)인 ‘OPEN ELM’도 공개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언어모델인 것이 눈에 띕니다.
애플이 아직 자체 AI 언어 모델 기능을 자사 디바이스에 적용하진 않았습니다. 외부AI 처리를 위해 오픈AI, 구글 등과의 협력설도 나오고 있죠.
필요한 시점에 AI를 자사 디바이스들에 연결해 유기적인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당 시점에서는 애플이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준비해왔던 인공지능 비서 ‘시리(siri)’가 다시 빛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스마트카의 차별화 포인트는 자체 소프트웨어(OS)를 비롯해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전자제품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스마트카 등장과 함께 가전업계와 자동차업계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죠. 스마트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저마다의 OS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고 있고요. 도요타 등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도 주요 부품들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통합형 OS’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OS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완성차 업계에서도 소프트웨어 주도권 경쟁이 벌어졌다는 평가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스마트카 신차 공개를 모터쇼가 아닌 가전쇼인 CES에서 해온 것도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스마트키와 원격 작동 기술등으로 디테일한 원격 제어는 물론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거의 한 몸처럼 작동하는 것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차량용OS가 통합된 OS가 등장하면 가능한 일이죠.
과거 피처폰 시대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무너졌던 것처럼 자율주행차가 100%에 가깝게 보급되는 시대에는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테슬라는 테슬라차에서 즐길 수 있는 전용 게임 ‘폴리토피아’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공개하면서 “자동차가 자율주행을 할 때 엔터테인먼트는 상당히 중요해질 것(Entertainment will be critical when cars drive themselves)”이라고 설명했죠.
애플도 ‘카플레이’를 통해 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애플 웹 사이트에 따르면 차세대 카플레이가 탑재된 최초의 차량이 2024년 출시될 예정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차세대 카플레이가 올해 말 iOS18과 함께 데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국 화웨이는 디바이스 ‘연결’에 방점을 둔 독자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범용OS인 ‘하모니’를 공개했습니다.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홈, 자율주행차까지 다양한 디바이스를 연결시키는 자체 OS를 구축하려는 복안입니다. 특히 화웨이는 애플처럼 독자 OS를 기반으로 폐쇄적인 앱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짜놓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과거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인 오포와 비보가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호환형 OS를 내놓은 것과 차이가 있어 주목해볼만 합니다.
화웨이는 자체 OS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중국 기업과 중국 내 앱 개발자 등에게 ‘하모니 넥스트’ 버전 참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장화이자동차 등 내수 완성차 기업과 손을 잡고 스마트카 OS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적입니다.
자비스는 자신을 만든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의지’, ‘자의식’ 등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특히 토니 스타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종합적인 상황 판단까지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만다는 영화 속 주인공이 사랑에 빠질 정도로 인간과 흡사한 면모를 보입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명령을 수행하고 일부 영역에선 판단까지 대신해줄 수 있는 AI가 하나의 통합된 운영체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TV, 컴퓨터(PC), 자동차(스마트카), 가전제품들까지 각기 다른 OS가 하나의 AI로 통합되면서 마치 개인 비서처럼 AI가 디바이스를 인간 대신 통제해준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실제로 AI가 운영체제(OS)로 진화하면서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진짜 웹3는 AI라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거의 모든 PC서비스를 모바일이 포용한 것처럼 대부분의 웹2 서비스 위에 AI가 얹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인간의 보조자가 되어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공간을 초월하게 해줄 VR기기 등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OS가 꼭 필요합니다.
이를 하나의 AI로 통합하면 인간이 번거롭게 디바이스를 만질 필요조차 없어집니다.
스티브 잡스가 음성 비서 ‘시리(Siri)’를 내놓았을 때 이러한 미래를 꿈꿨던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애플이 아직도 잡스의 유산(Legacy)와 혁신 DNA를 품고 있을지는, 앞으로 이 회사가 내놓을 AI와 OS 생태계 전략의 방향성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파괴적 혁신가들이 그를 대신해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지도 모릅니다.
분명한건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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