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 3.4%인데, 월급 통장은 ‘마이너스’…괴리감의 이유

정남구 기자 2024. 5. 4. 12: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실질임금 하락 3년째
전년 동기 대비 엇갈린 지표
반도체 업황 호전되며 수출 증가
취업자 늘지만 불완전 취업 많아
실질임금 줄어 ‘내수 회복’ 먼길

2024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에 견줘 1.3% 성장했다고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겨우 1.3%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해다. 연간이 아니라 3개월 동안의 성장률이기 때문이다. 같은 속도로 4개 분기 연속 성장을 하면 1년간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5.3%에 이르게 된다. 최근 전기 대비 성장률 추이를 보면 2022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0.3%)을 한 뒤, 2023년 1분기 0.3% 성장, 이어 3개 분기 연속 0.6%씩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 1분기에 드디어 1%를 뛰어넘는 성장을 했다. 이런 가파른 성장은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은 전기 대비 성장률로 4개 분기 연속 성장했을 때의 성장률, 즉 ‘연율’만 발표한다. 일본은 전기 대비를 주지표로 공표하고, 전년 동기 대비와 전기 대비의 연율을 보조지표로 제공한다. 한국은행에선 2006년부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대신 전기 대비 성장률을 주지표로 공표하고 있지만, 연율로 환산해 발표하지는 않는다. 과거에 주지표이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보조지표로 제공하는데, 이를 보면 성장의 세부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도체 수출 증가액 전체의 83%

1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4%로 집계됐다. 전기비 성장률의 연율 5.3%보다는 낮지만, 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를 넘은 것이 2022년 3분기(3.2%) 이후 6분기 만이다. 무엇이 이런 성장을 이끌었는가? 성장기여도를 보면 수출이 7.1% 증가하면서 성장률을 3.1%포인트 끌어올렸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4%로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민간소비는 성장에 0.6%포인트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성장률을 0.9%포인트 끌어올렸는데 올해 1분기엔 그보다 기여도가 줄었다. 정부 소비의 성장 기여도도 0.2%포인트로 지난해 연간 기여도(0.4%포인트)를 밑돌았다. 건설투자(-0.1%포인트), 설비투자(0.1%포인트)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요약하면, 1분기 고성장은 거의 전적으로 수출의 회복에 따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1분기 수출액은 1637억달러로, 2022년 1분기(1734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1분기에 견줘서는 8.3% 늘어났다. 물량 기준으로 파악하는 국내총생산 통계의 수출 증가율과 큰 차이가 없다. 2023년 1분기에는 1512억달러어치를 수출했으니, 수출액이 125억달러 늘어났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1분기 206억달러에서 309억9천만달러로 50.7% 늘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액은 103.9억달러로 전체 수출 증가액의 83%를 차지했다. 이를 보면 1분기의 경기 회복은 세계 반도체 업황 호전에 따른 수출 증가가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반도체 다음으로 비중이 큰 자동차 수출(175억4천만달러)은 2.7% 증가에 그쳤고, 석유화학 제품 수출(138억2천만달러)도 3.8% 증가에 머물렀다.

수출 비중이 20%를 넘을 정도로 커진 반도체 업황은 수출, 설비투자, 성장률 등 경제지표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른바 ‘낙수효과’는 크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반도체 수요 10억원당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취업유발계수)는 2.1로 전 산업의 5분의 1, 전체 제조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간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수요가 여타 산업에 유발하는 부가가치도 매우 낮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정부, 물가 관리한다며 임금 상승 억제

1분기의 높은 성장률에도 고용지표에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1분기 15살 이상 고용률은 61.6%로 작년보다 0.4%포인트 높다. 취업자 수도 2806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견줘 29만4천명가량 많다. 그런데 취업시간별 취업자 수를 보면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의 수는 31만명 줄고, 15∼35시간 취업자의 수가 31만8천명 늘었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난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그보다는 불완전 취업자의 수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용 사정이 좋지 않으면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기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실질임금(물가 상승분을 빼고 계산한 임금)은 2021년 2% 올랐지만, 2022년 0.2% 줄고, 2023년 1.1% 감소했다. 올해는 2월 통계가 최근 공표됐는데, 2월까지 받은 임금에 물가 상승분을 차감하고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4%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질임금 감소폭이 더 커졌고, 3년간의 감소폭이 4%에 육박한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전체 노동자의 84%가량이 일하는 상용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실질임금이 2022년 0.7% 감소하고, 2023년 1.4% 감소했다. 올해는 2월까지 0.1% 늘어나 감소세는 벗어났다. 그런데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인 대기업에서는 2022년 0.9% 증가에서 2023년 1% 감소로 돌아선 실질임금이 올해는 2월까지 8.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실적에 따라 1∼2월에 지급하는 설 상여금 등 특별급여가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돼 성장률 등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가계의 소득이 늘고 내수 소비가 늘면서 내수 경기가 회복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률이 높고, 금리가 높은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면서 정부 지출을 극도로 억제하고,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내수 부문은 그 영향을 계속 받지 않을 수 없다.

1분기 성장률이 매우 높게 나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애초 분기 성장률이 0.5~0.6%로, 올해 연간 2.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1분기에 1.3% 성장해 그보다 0.7~0.8%포인트나 높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도 2.4∼2.5%로 수렴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올렸다.

이에 따라 경기에 대한 관심이 성장률과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로 점차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4월 수출은 562억6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8%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11.3% 증가하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라 안정을 기대하기엔 아직 멀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경기 흐름에 영향을 끼칠 여지가 큰 것은 임금 협상이다.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경제부장·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